글로 남겨놓지 않았으면 잊어버렸을 경험들....2





2003년 11월 10일 중국에서 적었던 글

------


학원 국어선생님과 일명 "영어선생님"으로 통하는 나는 
王蘭庄이라는 아파트에 세들어 살고 있다.

내가 사는 아파트의 주인 부부는 우리에게 방 두 개를 내어 주고
초딩 저학년으로 보이는 아들과 한 방을 쓰면서 살아가고 있다.

학원 원장선생님 생신이 얼마 남지 않아서
다른 선생님이랑 돈을 합쳐서 680元 짜리 선물을 하나 샀다.
그리고는 Isetan백화점의 종이백에 넣어서 그 선물을 거실에
던져 두었다.

Isetan 백화점은 일본계 백화점으로, 서울 생활에 젖어 있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고마운(?) 곳이다.
어제 낮에 갑자기 쌀국수가 먹고 싶었는데, 그걸 대체 어찌 
해결할까...서러웠는데(--;;) 그 백화점에 가니
각 나라의 음식을 다 팔고 있었다.
한국에서 파는 베트남식 쌀국수보다 훨씬 한국사람 입맛에 맞고
맛있다.


어제 밤에 난방 기구를 수리하러 남편 분과 함께 오셨던 
주인 아주머니는 그 백화점 종이백을 보고 놀라시더니
우리에게 한 달에 얼마나 버냐고 물어보셨다.
(물론 내가 알아들은 건 아니구..--;;)
그러면서 자기 남편은 한 달에 800元을 번다고 하셨다.


거의 중국 근로자의 한 달치 봉급에 육박하는 선물을 사 온
우리가 괜히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인구도 국력이라지만 중국은 인구가 너무 많은 것 같다.
일자리도 모자라고, 인건비도 너무 저평가되어 있고...
사람들 힘들어서 어찌 사나.... 



---------

(2018. 11)

15년 전 당시엔, 그 중국인 가족이 우리가 세들어 사는 집의 "집주인"이었지만 당연하게도 그 집주인보다 세들어 사는 '한국인'들이 더 잘 사는 사람들로 각인되어 있었다. 잘 산다고 알려진 한국인은 범죄 대상이 되기 쉬우니, 절대 외국어하는 티내지 말고 조용히 지내라는 당부도 들었었고.

집주인이었지만, 우리에게 더 큰 공간을 내주고 비좁게 살면서 세를 받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주인 아줌마가 우리의 청소와 빨래, 반찬거리 등을 도와주시면서 추가로 얼마간의 돈을 더 받고 사셨다. (중국에서 그게 가능한지는 모르겠으나, '투자'의 개념으로 빚을 내서 집을 사셔서 우리의 월세로 이자를 충당하고 계셨던 것인지...)


내가 살던 시기의 중국에는 너무 쉽게 어렵게 사는 분을 마주칠 수 있었고, 길만 조금 걸어나가 반대편 동네에는 냉장 시설도 없이 그대로 생고기를 내놓고 파는 정육점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마....내가 이렇게 걱정 안 해줘도 이 가족들이 나보다 훨씬 더 부자로 잘 살고 있을 듯!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