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황스럽게 막을 내린 2014 ATP 테니스 시즌.

2014년 11월 17일 적은 글.

이렇게 열심히 테니스 보고, 글 쓰고 하던 시절도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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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투어 일정에서 첫 메이저 대회 - 호주 오픈 결승전 - 이 나달의 부상으로 입장료 아까운 경기가 되고 말았는데,
2014 한 해를 결산하는 나름 대형 대회 - 투어 파이널즈 결승전 - 마저 페더러의 기권으로 결승전이 아예 사라진 채 막을 내리고 말았다.




2007년 정도부터 해외 테니스 중계를 보아왔는데, 매해 거의 그놈이 그놈인 결과로 끝났던 게 ATP 투어라면, 2014년이 가장 변화가 많았던 해인 듯.
평생에 걸쳐 기권이 거의 없는 페더러인데, 수많은 관중 앞에서 진통제 이야기까지 해가며 자신의 부상을 설명하고 기권을 해야 하는 기분은 어땠을지...


혼자서 2014년 대충 돌아보기.

실패해도 다시 도전하고, 다음에는 더 멋지게 실패하라는... 바브린카의 팔 문신.

몇 번의 실패로부터 결국 성공을 이끌어낸 호주 오픈 이후 거물급 인사가 된, 그러나 그 이후 성과는 생각보다 미미했던 스탠 바브린카.

Andrew Murray가 Andy라는 애칭을 공식적으로 쓰듯이 Stanislas도 Stan으로 쉽게 부르고 표기하도록 ATP에 요청해서, 롤랑 가로스부터 공식적으로 Stan이란 짧아진 이름으로 투어에 참가하고 있다.




나달 코치 토니 삼촌의 영어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굉장히 쎈 억양을 써서, 이 사진을 처음 봤을 때 '토니 코치와 바브린카가 소통이 잘 될까?'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토니 삼촌에게는 비밀이 있었다. 그는 영어보다는 프랑스어를 훨씬 잘 하더라. 프랑스 방송국 스튜디오에 직접 출연해 몇십 분씩 떠들 정도. 프랑스어가 더 익숙한 바브린카와는 아마 프랑스어로 대화할 듯.

더 이상 서로를 보며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사이가 된 나달과 조코비치, 2014 프렌치 오픈의 결승전 상대.


2012년 결승전 사진


둘다 너무나 간절한 우승이었기 때문에 롤랑 가로스 시상식에서 결국은 둘 다 눈물을 보였다.
서로에게 너무나 큰 장벽.

나달은 이 대회 이후로 계속 컨디션 난조로 내리막길을 걸었지만....
조코비치는...



새 옷 갈아입듯이 다시 태어났다.
윔블던 두 번째 우승과 함께 다시 World No.1으로, 한 여자의 남편으로, 한 아이의 아빠로...
아쉬운 점도 몇몇 가지 있었겠지만 결국은 투어 파이널즈 우승까지 차지하며 2014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내년 초까지의 전망도 가장 밝고.
2014년 호주오픈에서 바브린카에 패해 일찍 탈락한 것이 결국은 2015년 랭킹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게 만들어줄 듯 하다.




"해가 지기 전에 가려했지~~~"

ATP 500대회도 우승해 본 적 없던 칠리치의 US open 우승. 조코비치를 5세트만에 꺾고 올라오느라 힘이 빠진 니시코리를 3세트에 비교적 쉽게 제압했다.
여태 대부분 5세트 혈전 뒤 깜깜한 밤하늘을 배경으로 진행되어 왔던 US open 시상식 시간을 해질녁으로 앞당겼다. 

칠리치는 US open 우승자들의 통과 의례인 미국 방송국 투어를 하며, 자신을 코미디 소재로 던져주었다.


"그까짓 메이저 이제 16번만 더 우승하면 페더러를 따라잡겠군."


흔치 않은 페더러의 기권으로 투어 파이널즈의 결승전이 사라져버린 대신에,
집에서 한가한 일요일 오후를 비디오 게임과 함께 보내고 있던 앤디 머리가 전화 한 통 받고, 순순히 이벤트 경기를 위해 O2 Arena로 나왔다.
테니스 원로들까지 이벤트 복식 매치에 합세하고.

ATP 남자 선수들의 훈훈한 매너인 듯. (뒤에서는 에이전트가 피튀기는 출전비 협상을 벌이고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우리는 경쟁하는 관계이지, 친구가 될 필요는 없다" 같은 인터뷰도 심심치 않게 하는 WTA 여자 선수들과는 왠지 다른 ATP 선수들 분위기.ㅎㅎ


이렇게 또 한 시즌이 지나는구나.
개인적으로는 테니스와 가까워지기도, 어떤 면에서는 멀어지기도 했던 시즌.
그래도 내년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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