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달의 전성기는 "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 할 것 같았던 2016년,
그러나 2017년 다시 메이저 결승에 오르는 실력을 보여주며 결국 15번째 그랜드 슬램 트로피를 추가한 나달. 이제 확실히 샘프라스를 넘어서게 되었다.
물론 나달은 랭킹 1위를 차지했던 기간이 짧다든지, 투어 파이널 우승 기록이 없다는 점 등이 약점이지만
샘프라스가 하지 못했던 커리어 그랜드 슬램, 역대 최다 마스터즈 우승 횟수, 올림픽 단/복식 금메달 등 다른 화려한 기록도 많다.
최근에는 조코비치만 기록 페이스가 좋았기 때문에
조코비치가 10번째, 11번째 그랜드 슬램 우승을 할 때마다 조코비치, 페더러, 나달의 기록과 비교하는 포스팅을 했었는데, (http://mori-masa.blogspot.kr/2015/11/10.html / http://mori-masa.blogspot.kr/2016/01/11.html )
조코비치는 갑작스런 난조에 빠지고 갑자기 '할배' 취급 받던 페더러와 나달이 다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나달이 3년 만에 메이저 대회 우승으로 15번째 그랜드 슬램 트로피를 수집한 가운데,
페더러의 15번째 그랜드 슬램 우승은 언제였는지 떠올려 보았다.
나달은 19세에 롤랑 가로스 첫 우승을 하고 만 24세에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는 등 누구보다 페이스가 빨랐다.
(커리어 그랜드 슬램 페더러 만27세, 조코비치 만29세)
그러나 잦은 부상으로 메이저 대회 불참이 많아진데다가, 실력의 최전성기가 오려고 했을 때 -클레이 특화 선수 이미지에서 드디어 하드/클레이/잔디 가리지 않고 모두 결승에 올라가던 시기에- 하필이면 조코비치의 최최전성기도 같이 오면서, 무수한 준우승으로 메이저 타이틀 추가 횟수가 뚝 떨어졌다.
페더러의 15번째 그랜드 슬램 우승은 2009년 7월, 그의 나이 만 27세 11개월때였다.
나달의 15번째 그랜드 슬램 우승은 만 31세 때로 페더러와 큰 차이가 난다.
미국 선수 앤디 로딕을 꺾고, 역시 미국 선수인 피트 샘프라스가 가진 메이저 우승 14회 기록을 넘어서서 진정한 '역대 1위' 등극.
나는 이때 2008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콜롬보의 한 호텔 펍에서 결승전을 봤다.
2004, 2005년 준우승자인 앤디 로딕, 세번째 윔블던 결승에서 또 페더러와 세번째 붙는 그를 마음 속으로 응원할 수 밖에 없었으나.... 또다시 페더러에게 패하며 윔블던에서는 준우승 3회를 최고 기록으로 남기게 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2009년초 호주 오픈에서 나달에 패해 준우승하며 시상식에서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던 페더러. (일명 '흑역사'로 기록될 장면)
"이젠 나달의 시대인가요~?" 하는 순간,
페더러가 롤랑 가로스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이루고, 윔블던에서는 샘프라스의 기록을 마침내 넘어섰다. 쌍둥이 첫 딸들까지 얻는 등, 결과적으로 2009년은 페더러에게 최고의 한 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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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디쓴 對페더러 4연속 준우승(US open 포함). 그러나 끝까지 의연했던 앤디 로딕. |
남자 테니스는 항상 "아, 이제 XXXXXX는 완성형이네요. 이제 XXXXXX 누가 잡죠?" 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다시 힘의 균형이 뒤집히는 일이 일어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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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롤랑 가로스에서 14번째 그랜드 슬램 우승을 한 이후로
3년 가까이 그랜드 슬램 대회 8강조차 버거웠던 나달. 이미 역사의 한 켠으로 저무는 "옛사람"이 된 것 같았다.
2017년 호주 오픈, 나달의 1라운드 경기를 보다가 어느 장면에서 '아, 저 모습은 2009년의 나달 같다.' 하며 혼자 옛생각에 사로잡힌 적이 있었는데, 갑자기 그런 식으로 나달이 귀신같이 예전 모습을 조금씩 보여주며 결승까지 올라갔다.
호주 오픈 포함, 그 뒤로 이어진 하드 코트 결승에서 연이어 뼈아픈 패배를 당하긴 했지만
클레이 시즌이 되자 2010년까지나 가능했던 무적 포스를 다시 보여주며 여러 대회를 휩쓸기 시작.
롤랑 가로스에서도 6-0 6-1 6-0 등등 말도 안 되는 기록을 보여주며 결승에 올랐다.
2017 롤랑 가로스 결승전 상대는 하필이면 나달이 근 3년간 헤매게 된 결정적인 시초였던 2014년 호주 오픈 결승의 상대자였던 와린카. (여태 바브린카라고 적었지만, 스탄 본인이 v 소리가 아닌, 이렇게 부르는 것을 원한다고 해서, 와린카로 적겠음. Waw-rink-a를 원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와우린카/와으린카는 쪼금 이상하고... ㅎㅎ)
나달의 부상을 동반한 2014년의 맥없는 패배때문에, 이번 결승전 상대도 와린카라는 것이 조금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결승 이전 6경기에서 보여준 나달의 압도적인 경기력 때문에 나 역시 마음 한 켠에서는 그냥 의외로 일방적인 경기로 끝날 수도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ㅋㅋ 이런 내용을 결승전 전에 이미 당당히 밝혔더라면 더 신빙성이 있었겠지만, 정말 결승 전날 어느 시점이 되니 나달이 그냥 쉽게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건 사실이다.)
31세에 15번째 그랜드 슬램 우승을 기록한지라
다음 우승이 언제일지 기약없는 나이이기도 하지만
단일 대회에서 10번의 우승을 기록했다는 것만은 정말 불멸의 기록이 될 수 있을 거다.
결승전에서 실력 차가 너무 나게 보이는 경기를 해서 (6-2 6-3 6-1)
약간의 자존심의 상처를 입었을 수도 있는 와린카.
하지만 "결승전" 상대로는 여전히 무서운 선수임은 분명하다.
미남미녀 연예인들이 사진을 잘 못 찍거나 옷을 못 입거나 연기를 못 하거나...
아무튼 그런 상황이 생기면 "그 얼굴 그렇게 막 쓸 거면 나 줘"라는 댓글이 주로 달린다.
다들 신났는데
와린카 혼자서 "그 트로피 그렇게 막 다룰 거면 그냥 나 줘" 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
나도 학창(?)시절 '2등' 때문에 마음 아팠던 적이 너무 많아서
앤디 로딕이나, 와린카를 보는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조코비치는 만 31세 8개월에 그랜드 슬램 15회 우승을 달성하였다. 페더러의 만 27세 11개월, 나달의 만 31세 달성에 비해 약간 늦지만, 그래도 앞날이 창창하다. 천적이 없는 선수라서...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 모두 자신이 가장 잘 하는 대회에서 그랜드슬램 15회 우승을 달성하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기존 그랜드슬램 우승 횟수 기록 보유자였던 피트 샘프라스 (14회) 기록을 넘어서서 G.O.A.T 논쟁에 불을 지피게 되는 15회째 우승을 하는 시점에, 페더러는 윔블던 6회 우승 - 나달은 롤랑 가로스 10회 우승 - 조코비치는 호주오픈 7번째 우승을 각각 기록했다.
2019.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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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삭제17. 6. 15. 쓴 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