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가는 해




톈진시는 무척 넓은 도시이지만 가도 가도 평야다.
서울에는 산도 많고, 지금 내가 사는 집만 해도 지하철역부터 약간의 경사를 거쳐 올라가야 하는 곳이지만
톈진에는 작은 언덕조차 없다.
예전에 톈진에서 베이징 공항까지 차로 가본 적이 있는데 정말 두어 시간 내내 언덕 하나 보기 어려웠다.

15년전보다 지금은 시내에 고층 건물이 너무 많아졌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냥 평야이기에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어서
길을 걷다가 해가 넘어가는 광경을 목격했다.






톈진의 평야 + 늘 좋지 않은 공기 덕분에 선글래스 같은 거 없이도 육안 관찰이 부담 없음.

조금만 일찍 이 거리에 도착했으면 지평선에 걸린 동그란 해를 볼 수 있었겠다 싶었다.
지금이라도 이 근처 어딘가에 올라가면 동그란 해가 보이겠다 싶었지만
내가 걷던 길은 한쪽 공사로 인해 폐쇄가 되어 인적이 드문 길이었고
어디 들어갈 만한 건물은 없었다.


공기 나쁜 것이 해 관찰하는 데는 도움이 되네.
나는 4월 하순에 톈진 여행을 다녀왔는데
5월초 톈진 사진을 보니 하늘이 너무 파랗고 맑았다. 내가 보고 싶었던 그 하늘 색깔.
내가 15년 전 5월 초에 한국으로 돌아왔기에, 제대로 못 경험한 5월의 톈진을 한 번 보고 싶었지만
매일매일 하는 톈진 정보 조사가 너무 지겨워 '그냥 빨리 4월에 후딱 갔다 오자!'라는 마음으로 출발했었다.
5월에 갈걸 그랬나? 


여행 시기를 잡기 위해 몇달 간 고심했던 터라, 파란 톈진 하늘을 보며 여행한 사람이 너무 부럽기도 했지만
내가 기억하는 톈진은 늘 매캐한 공기 냄새가 나는 회색 하늘.
15년 만에 너무 변한 톈진을 보는 것도 충격인데, 파란 하늘이었으면 더더욱 낯설었을 뻔.

내가 이번에 보고 온 회색 하늘이 톈진에는 더 어울린다고 위로 중.


'이건 다음에 와서 봐야지'하고 몇몇가지 남겨놓은 것들이 있어서
금방 다시 돌아가고 싶다.


19.5.5-19.5.8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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