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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ing



오우... 20년 전에 내가 중국에서 살았던 아파트.
택시 타면 목적지 말해야 했으니까 아파트 이름은 당연히 아직도 기억하고 있지만 , 살았던 동호수는 기록에 안 남겨놓은 줄 알았는데, 당시 썼던 수첩에 남아있다는 걸 오늘 우연히 발견. 👀 

내가 당시에 썼던 유일한 중국어 -> 
" 아파트 이름, 左拐 (좌회전), 右拐(우회전), 到了 (다 왔어요)." 
몇 동앞에서 세워주세요가 아니라, 아파트 내부로 들어가면 그저 우측➡️ 좌측 ➡️세워...하면서 택시를 탔었고, 지금처럼 배달이 흔한 시대도 아니었기 때문에 동호수는 기억에 남지 않았다. 그래서 영영 못 찾을 줄 알았다.






한국식으로 치자면 7동.
첫번째문 1门 501호号. 


5층까지만 있는 계단 아파트라 늘 힘들게 걸어올라간 것은 기억하지만 7동인 것은 정말 기억이 안났다. 아파트 입구에서 가까웠다고 기억해서 2019년에 15년 만에 재방문했을 때 용기를 내어 어떤 아파트 복도까지 들어가보기도 했었는데 거기는 남의 아파트였구나.. ☺️






지금 지도를 다시 찾아보니 아마 8동이나 6동 앞을 서성거린 듯. 아니면 입구에서 금방 좌회전!을 외쳤다고 착각해서 2동 앞을 서성였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우리집은 입구에서 쭈욱 들어간 7동이었네.






사진 그대로 올라가게 해주세요... 흑흑.
이제 사진 크기 편집해보려 하면 그냥 정사각형으로 뚱뚱한 사진 되던데...
맨 위에 수첩 찍은 사진은 카메라를 완전 거꾸로 방향으로 해서 찍었더니 저렇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올라가더라.


여기 뭔가 익숙해.. 하면서 2019년에 사진 찍고 다녔는데, 위 사진 속 건물은 5층이니 맞을 수도 있는 것 같고





여기도 뭔가 익숙해..이러면서 사진 찍었을 텐데 여긴 4층 건물이라 내가 살던 곳은 진짜 아닐 것 같다.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려다가, 다시 돌아가서 용기를 내어 안에 들어가봤다.






15년간 잊고 살았던 그 모습이 다시 생각나게 그대로였던 내부. 안 들어갔으면 어쩔 뻔 했나 싶게 생생했다.
출입문 2개가 아주 가까운데, 원래는 아파트 한 집이지만 벽을 설치에서 두 가구로 분리해서 세를 주고 두 가구가 독립적으로 드나들 수 있게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집주인이 오히려 작은 쪽에 살고, 나와 다른 선생님이 큰 거실을 차지하고 두 방에 나눠 살았었다. 그 집 아이 이름 아직 기억하는데... 언젠가 찾아볼까? ㅎㅎㅎ






구글 블로그 웹 버전에서만 사진을 내가 보던 방향으로 올릴 수 있고, 안드로이드 앱은 그게 안 되는 거구나...








드디어...



코로나로 인해 대폭 줄어든 외출과 교류..
그 홀로 남은 시간 타개책으로 외국 도시 모습이 좋아보여 보기 시작했던 게 중국 드라마인데, 본 지 3년이 되어가는 시점에 드디어 처음으로 "현대" 톈진이 배경인 드라마를 알게 됐다.





나 여기 어딘지 알아. 난징루 이세탄 백화점 앞.
내가 20년 전에 8개월 살고 왔던 톈진.
거주 당시에는 너무너무 재미없고 대기 오염이 심한 도시였는데, 지나고 나니 역시나 단점은 잊혀지고 아스라히 그립다. 게다가 나의 20대 시절이 남아있는 곳이니.

상하이 시내 곳곳이 나오는 드라마를 보면서, 언젠가 톈진 시내가 나오는 드라마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있긴 있었네. 







중국 드라마는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 드라마가 아닌 바에는 대부분 도시 이름을 바꿔서 쓰는 경향이 있다. 상하이나 베이징 정도만 드라마에서도 상하이이고 베이징일 뿐, 그외 많은 도시가 이름을 바꿔서 등장한다. 특히나 범죄수사물일 경우에 더 그렇다. 도시 이미지에 안 좋으니...





2019년에 촬영된 猎狐라는 경제 범죄 수사물인 이 드라마에는 실제로 톈진의 건물들이 자주 등장하지만 도시 이름은 베이쟝(北江)이라고 나온다.
베이쟝은 범죄 수사물에서 쓰기에 가장 만만한 가상 도시 이름인지, 샤먼에서 촬영해서 2022년 방영된 다른 드라마 猎罪图鉴에도 등장. 두 드라마 모두 제목이 사냥을 의미하는 "猎‘’으로 시작한다는 공통점도 있네.



"猎罪图鉴‘’



猎狐는 내가 2019년 톈진에 방문했을 때 하루 머물렀던 호텔의 바로 옆건물에서 실제 촬영도 했다. 




촬영지를 내가 알아볼 수 있으니 재밌음. 그런데 드라마 초반 배경 설정이 2007년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이 호텔 주변은 2013년경 재개발된 건물들로 채워져 있다. 출연자들이 노키아 폰이나 애니콜 폴더폰을 쓰는 등 그 당시 재현에 신경썼지만, 2007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건물에서 촬영했네^^.

만약에 톈진에 살게 된다면 이 동네에서 살면 좋겠다...하는 동네였는데, 드라마 장면에 등장하는 ⬇️이 건물 주거 시설 내부가 생각했던 것에 비해 어둡고 촌스러워서 마음이 팍 식음. ㅋㅋ





왼쪽 끝에 보이는 호텔에서 예전에 1박함 :) 

톈진은 상하이만큼은 아니라도 야경이 예쁜 도시로 유명해서 대체 왜 톈진 정도의 규모를 지닌 도시가 드라마 배경으로 등장하지 않는지 궁금했다. (톈진보다 도시 규모가 작은 샤먼같은 도시도 드라마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데 비해)




하지만 막상 드라마에 등장하니 상하이보다 야경이 확실히 볼 거 없긴 하다. ㅎㅎ 사실 위 사진들도 도시의 한두군데만 집중적으로 찍은 것이다. 그 이상의 야경 스팟은 없는 듯 🫨





그래두 넘 반가웠어. 내 마음이 남아있는 도시.
사실 내가 살았을 때는 이런 풍경이 없었지만.

자막이 없어서 내용을 제대로 보지는 못했고, 도시 풍경이 나올 때마다 캡처만 열심히 했다.




시장



트위터에서 이런 글을 봤다.





생각해 보니 동네마다 진짜로 야채, 정육 등을 파는 시장이 따로 있었던 듯. 어슴푸레한 기억이고 정확한 위치도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출근하던 지역은 완전히 아파트촌이었는데도 어디엔가 길거리 시장이 있어서 한국 것보다 엄청 큰 오이인지 호박인지 무인지...뭐 그런 길쭉한 채소를 샀던 기억이 머리 속 화면에 남아있다. 꾀죄죄했지만 미소를 가진 상인에게.


내가 살던 아파트 근처에도 길만 건너면 중국 고유 스타일의 마을이 있었다.






지금에야 도시가 엄청 팽창했지만, 내가 살던 당시에는 굉장히 외곽인 편이었기에 이런 동네가 남아있었나보다. 나도 촌스럽고😅 뒤에 우연치 않게 사진에 찍힌 어린이까지 중국 옛날 영화 속 한 장면같다. 분명히 2000년대임. 거기에도 시장이 있었는데 정육 등을 아무런 냉장 시설도 없이 좌판에 내놓고 파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사진은 남기지 못했지만.






바로 집 건너편이었지만 사실 저날 딱 하루만 건너가봤던 걸로 기억한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잘한 일이었던 듯. 지금은 중국 시골에나 가야 볼 수 있는 모습일까.

15년 만에 사진 속 같은 동네에 다시 가봤더니 이렇게 변해있었다. 내가 살던 아파트 단지 모습은 그대로였는데, 건너편은 천지개벽.





15년 전 사진과 거의 비슷한 위치에서 찍은 거다.





Tianjin's tallest buildings

 


2019년 4월 19일.

톈진공항에 착륙할 때 기내 우측에서 보이던 톈진시 전경

항상 활주로 이 방향으로 착륙해서 우측에 앉았을 때 늘 잘 보이는지, 가끔은 반대 방향으로도 착륙해서 좌측에 앉아도 이 모습을 볼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내가 우측 좌석을 골랐었는데 15년만의 방문에서 이 방향으로 도시를 보면서 착륙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오후 1시 반, 한창 밝은 낮인데도 중국의 나쁜 대기질 때문에 이 정도만 보이는 게 안타깝다. 사실 이 사진을 찍게 된 이유도 내가 살던 곳 근처에 있었던 방송송출탑 天塔가 보여서 반가워서 카메라를 켠 거였는데 사진에서는 제대로 식별조차 불가하다.😭
다른 중국 도시에 비해 유명하지는 않은 톈진이지만 그래도 내가 살았을 때는 거의 없었던 고층 건물 공사에 톈진도 뛰어들어 여기저기 높은 빌딩들을 볼 수 있었다.


빨간 화살표로 표시한 건물은 ....
Goldin Finance 117
中国117大厦
117층, 596.5m를 목표로 2008년에 공사를 시작한 골딘 파이낸스 빌딩. 
금융 위기로 공사가 한때 중단되었다가 재개되어 2015년 9월에 세계 5위권 높이까지 올리는 공정을 완료,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 리스트에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2018년 미완성 상태에서 공사 업체가 완전 철수, 완공은 기약없는 채로 남아있고 최신 리스트에서는 빠졌다.   

나는 톈진 西靑區-서청구-시칭취에 살았었는데 이 건물의 위치가 시칭취라서 '엥? 그 시골같은 동네에 세계 5위 건물이라고?!? 천지개벽했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살았던 당시에도 몰랐는데...시칭취는  톈진시 구 중에서도 동서로 엄청나게 펼쳐져 있는 상당히 규모가 큰 구였고(시칭취 크기 = 545km² 😲 서울 전체 = 605km²) 내가 살던 동네에서 차로도 40분 걸려서 전혀 가보지도 못했던 외곽 지역이 새로 개발되고 있는 거였다.

공사는 중단되었지만 목표 높이까지는 올라가 있어서 (topped-out) 그 높이로는 서울의 롯데월드타워보다도 높다. 부르즈 할리파 전망대 575m보다도 더 높은 578m 높이에 다이아몬드 모양 세계 최고층 전망대를 두려했으나 물거품.

기나긴 첨탑같은 구조물을 세워 높이 인정을 받는 여타 초고층 건물과는 달리 꼭대기층까지 알차게 실이용 공간을 넣은 야심찬 건물이었지만, 홍콩 기반인 Goldin 자본의 본토 도전은 현재로선 실패 상태이다.



이 건물의 완공 실패 이후 중국은 500m 넘는 건물 건축을 금지시켰다. 그래서 이 건물이 중국 최후의 500m 이상의 건물이 될 수도 있다.

주위에 뭔가 배후 단지도 없고 지하철도 안 지나가는 지역에 멀뚱멀뚱 높은 건물만 지어보려다 실패로 돌아간 듯하다. Goldin금융그룹의 톈진 본사가 목표였다고는 하지만 이런 시 외곽에 117층 오피스를 반이라도 채울 수 있을지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 중국에 관광비자로 들어갈 순 없지만 그래도 톈진시에 새로운 힐튼 호텔이 생겨서 반가웠(?!)는데, 알고 보니 새 호텔은 시내에서는 멀고 오히려 이 건물이 있는 지역과 더 가까웠다. 새로운 숙박 옵션이라고 생각했지만 교통이 불편해서(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이 1.5km) 가보긴 어려울 것 같고, 짓다 만 이 건물만은 잘 보이는 지역이겠다 싶음. 



위 건물의 완공 불발로 톈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빈하이신취에 위치한 CTF finance center이다. 530m.






이 건물은 빈하이에 갔다가 보게 됐다. 주위의 모든 건물 중에 탁월하게 높기는 하지만 그 정도로 높은 줄은 몰랐는데 현재에도 세계에서 8위권이니 엄청난 건물이다. 이 건물을 실제로 보고 와서는 '공항에서 착륙할 때 보였던 나홀로 동떨어져 길쭉한 건물이 이거였구나'라고 한동안 생각했지만 나중에야 착륙 사진 속 건물은 빈하이쪽 건물이 아니라 goldin finance 117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톈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은 Tianjin Moderncity Office Tower로 338m 높이이다(노란색 화살표). 1위 건물과 거의 200m 높이가 차이나는 2위 건물. 하지만 CTF center가 있는 빈하이신취는 엄청나게 시 외곽이라서 사실 가볼 일도 별로 없어서, 실질적으로 이 건물이 톈진 시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봤을 때는 그런 순위에 관심없이 찍었기 때문에 아래 사진을 보면 꼭대기가 잘렸다.🙇 전세계에서는 90위권대 높이. 





4월 23일 오후 6시 풍경.⬆️ 부산의 높이 2위 건물인 LCT residential tower A가 이 건물과 높이가 비슷하다.


2016년 완공되었기에 내가 살았던 2000년대 초반에는 물론 없던 건물이었으나, 내가 기억하는 가장 시내 중심부 - 서울로 치면 소공동과 비슷한 위치에 세워져 있다. 시내 최대 쇼핑 중심지를 바로 앞에 두고 있고, 심지어 이 건물 건너편에 그 도시 5성 호텔 중 유서 깊은(??) Westin호텔이 있다는 것조차도 소공동과 비슷. 톈진 웨스틴은 2010년 2월 개관으로 솔직히 역사랄 게 없지만😝 중국 4대 직할시 중 하나라는 위상-인구 천만 명을 훌쩍 넘는 도시 규모에 비해 낡은 5성 호텔과 애매한 4성 브랜드만 있던 톈진 시내에, 통유리로 반짝이는 요즘 스타일의 major 5-star hotel brand가 줄줄이 들어오는 시작점같은 호텔이다.  



⬇️톈진에서 3위 높이 건물은 Tianjin World Financial Center로 336.9m이다. 윗 건물이 338m라는 것을 생각하면 아마도 윗 건물이 "톈진 시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는 타이틀을 쟁취하기 위해 1m라도 더 올리는 싸움을🤼‍♂️ 한 게 아닌가 한다. 


월드 파이낸셜 센터는 2011년 완공되어 톈진의 랜드마크 역할을 해왔다. 톈진을 관통하는 하이허 강변에 있어서 톈진을 소개하는 사진에 많이 쓰인다. 한동안 天津의 높이를 대표했던 방송송출탑인 천탑-톈타天塔(415m)의 뒤를 이은 톈진의 자존심이라는 뜻일까??🤔 중국 지도에는 진탑-진타津塔라고 표기되어 있다.





 

사진 가운데 보이는 통통한 건물. 다른 방향에서 보면 또 얄팍하고 옥수수를 보는 듯한 느낌이 있다.🌽 

톈진기차역에서 가깝고 야경으로 유명한 지역에 있어서 톈진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이 건물이 들어간 사진을 대부분 갖고 있을 것이다. 이 건물 자체는 옛 프랑스 조계지역에 위치해 있고, 주위가 모두 옛 유럽 조계지라서 강변 풍경과 함께 몇몇 다리는 유럽풍으로 무척 예뻐 사진 배경으로 좋다(강 건너편은 이탈리아/러시아 조계지). 사실 프랑스 조계지는 현재 가장 상업지역으로 집중 개발된 지역이라, 유럽의 정취는 적게 남아있긴 하지만.








반영

 

예전 톈진에서 사진 찍었을 때 

하이허 강물에 건물이 그대로 반사되어 거울처럼 찍힌 타인들의 사진들을 보고

언제 찍으면 그런 사진을 얻을 수 있는지 궁금했었다. (난 왜 그런 사진이 없지??)





오늘, 감상적인 노래를 들으면서 추억에 빠져 예전 여행 사진첩을 다시 들춰보니

나에게도 그런 사진이 두어 장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냥 강물 잔잔할 때 찍으면 나오는 사진인가보다.




내가 이렇게 건물이 강물에 비친 사진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몰랐고, 이 사진을 한번도 확대해서 자세히 들여다 본 적이 없었는데, 화면을 키워서 보니 Astor hotel이 찍혀있었다. 맨왼쪽 허연 건물이 Astor Hotel(1863)로, 중국에 세워진 최초의 서양식 호텔 중의 하나인 유서깊은 곳이다. (사진의 건물은 신관, 옛건물은 이 건물 뒷편에서 볼 수 있다.) 2019년에 방문하니 여기 주변 건물은 모두 새로 세워져서 낯설었지만 이 호텔만은 내가 중국에 살았던 2004년에도 인지하고 있었던 곳이었다. 중국 最古의 호텔이라는 사실은 그때에도 유명했기 때문이다. 

2010년대 초반 St.Regis, Ritz Carlton이 톈진에 상륙하기 전... Astor hotel은 2010년부터 starwood의 a Luxury Collection Hotel에 속해서 톈진에서 가장 가격대가 높은 호텔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2018년부터는 해외브랜드 계약을 종료하고 고유의 이름으로만 영업하고 있고, 이제 톈진에도 Four Seasons, Conrad 등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예전만큼의 독점적인 명성은 없다.




흔적




2004년 5월, 중국을 떠나기 하루 전날
내가 가르쳤던 학생들 중에 가장 고학년이었던 중3 아이들이 이별을 아쉬워하며 시내에서 만나 놀자고 했다.

2004년초의 톈진은, 서울의 명동 같은 쇼핑가 거리의 끝자락에 새로운 쇼핑몰들이 들어서고 있던 시기였다. 당시로서는 매우 세련된??

멀티플렉스 극장도 새로 생겨서 거기서 Cold mountain - 냉산/렁샨 😊 도 보았고 ,학생들이 나에게 석별의 정으로 철판구이 요리도 사줬다. 당시 너무 깨끗하고 힙(?)한 분위기의 몰이 드디어 생겼는데, 이제는 두고 떠나야한다는 아쉬움.


ㅡㅡㅡ


2019년, 15년 만에 톈진 다시 방문.
그 마지막 날의 기억을 되살리며 쇼핑가의 끝까지 걸어가봤다. 아마 여기쯤에 새 쇼핑몰들이 들어서고 있었던 거 같은데..
비교적 새 건물인 쇼핑몰은 없네? 여기 아닌가?





내 기억 속 반짝반짝했던 새 쇼핑몰들은 없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 속에 그쪽 거리 상권은 쇠퇴하고 있었다.

아 이쯤 맞는 거 같은데...왜이리 썰렁하지? 예쁜 몰들은 어디 간 거야? 벌써 헐렸나? 아니면 여기가 아닌가?





하지만 그래도 근처 낡은?망한?건물에 ᆢ영화관 정상영업중ᆢ이라는 간판이 하나 있어서 일단 찍어놨다.

세상에ᆢ ᆢ
15년의 세월이 이렇게 무서운 거였구나.
내 기억 속 그 새 건물과 세련된 그 쇼핑몰이 이렇게 낡아서 망한 걸까?
며칠 전에 내가 살던 아파트랑 애들 가르치던 학원에 가봤을 때는 너무 그대로여서 놀랐는데 대체 여기는?!


확실치는 않아서 의문을 품고 여행에서 돌아온지 2년째.
벽장에서 중국의 서류 정리함을 발견했다.





하하😉 영화표도 남아있다.
영화표에 나온 완다영화관이라는 이름과, 다른 영수증의 주소로 비교해볼 때 2년 전 내가 반신반의하며 사진을 찍어뒀던 그 낡은 쇼핑몰 건물이 15년전 그리 반짝반짝했던 새 쇼핑몰+영화관 건물이 맞는 듯하다.

세상에 15년이 이렇게 무섭군. 대체 이 거리는 왜 망했을까? 2004년초엔 지나가면서 우와우와 여기 봐라 했던 곳 같은데.

시네마천국에서 토토가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와 치네마 빠라디소가 헐리는 걸 보는 기분이네.🥺

자료를 더 찾아보니 
2004년에 문을 열었다가 지금은 망한, 내가 기억하는 이 몰이 톈진의 완다플라자 1세대라고 되어있다. 지하철이 개통되고, 초거대 몰들이 문을 열면서 상권이 동쪽으로 이동했다고.


건물 낡듯 시간이 흘러 나도 그렇게 늙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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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추가. 

이 글을 썼던 21년 5월만 해도 중국 지도에서 완다영화관은 영업중으로 보였는데...
12월에 다시 찾아보니 7월경 재개발 계획이 발표되었고, 이제는 완전히 헐고 다른 건물 4동을 새로 짓고 있는 듯 하다. 동쪽으로 이동한 상권의 중심을 서쪽으로 다시 끌어오기 위한 새로운 계획. 현재 건설중인 지하철 4호선역도 개통되어 완전히 이미지 변신을 할 수 있을 듯하다.

와, 진짜로 치네마 빠라디소 보듯이 2004년 그 깨끗했던 새 건물이 그새 수명을 다해 헐리고 그 자리가 완전히 없어지는 걸 보겠구나. 
기분이 이상함. 

내가 2003년에 처음 중국에 도착했을 때 이미 전통의 강자였던 백화점들은 2019년에 가봐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는데, 내가 중국을 떠나던 해 - 2004년 초에 반짝반짝 새로 생겼던 백화점들이 먼저 헐려서 없어지다니...

중국을 떠날 무렵... 떠남을 결심하게 만들었던 무기력함과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 속에서 하나의 희망이었던 게 그 새로 생긴 건물들을 탐방하는 재미였다. 거기서 옷을 하나 사고 '결국 직장인의 애환을 달래는 것은 쇼핑밖에 없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던 곳이기도 했다. 당시엔 톈진 시내에 1-2곳 밖에 없었던 스타벅스도 그 건물에 새로 문을 열어 유행의 최전선에 있던 동네였는데... 

그리고 결국 떠나게 됐을 때, 마지막날 지인들과 환송의 의미로 식사를 했던 게 그 건물이라서 꼭 추억삼아 다시 가보고 싶었지만 2019년 재방문 때 너무 낡아서 다시 들어가 볼 수 없었던 것도 충격이었는데 이제는 아예 흔적도 없는 곳이 되었다니. 

이제는 2019년에 삐뚜름한 사진 한 장 남기고 그 쇠락한 광경을 목격하고 올 수 있었던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기게끔 상황이 바뀌었다.












내가 돌아왔어









내가 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위 사진 속 장소는 ...
저 창가 구석자리에 앉아 
'성공(?)은 못했지만 어찌 되었든 내가 이렇게 여기 돌아왔어'
라고 생각하며 혼자 한 잔 했던 곳이다. (2019)


괜시리 감상적이 되고 싶진 않았지만
다행히 이 쪽 편에는 아무도 없어서
홀로 의자에서 몸을 젖혀 목을 기대고 천장을 올려다봤다.

그리고 눈물도 조금 흘렸다.
무슨 의미인지는 아리송하지만.



알 수 없는 감정을 경험했던, 기억에 남을 곳이라 
당시 내가 볼 수 없었던 각도의, 그러나 어딘지는 식별할 수 있는
저 사진을 보니 반가웠지만
그때 내가 찍었던 사진과 비교해보니 의자는 사진과 다르다.
의자가 불편해서 (?) 팔걸이가 있는 의자로 교체한 듯.



 



넘어가는 해




톈진시는 무척 넓은 도시이지만 가도 가도 평야다.
서울에는 산도 많고, 지금 내가 사는 집만 해도 지하철역부터 약간의 경사를 거쳐 올라가야 하는 곳이지만
톈진에는 작은 언덕조차 없다.
예전에 톈진에서 베이징 공항까지 차로 가본 적이 있는데 정말 두어 시간 내내 언덕 하나 보기 어려웠다.

15년전보다 지금은 시내에 고층 건물이 너무 많아졌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냥 평야이기에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어서
길을 걷다가 해가 넘어가는 광경을 목격했다.






톈진의 평야 + 늘 좋지 않은 공기 덕분에 선글래스 같은 거 없이도 육안 관찰이 부담 없음.

조금만 일찍 이 거리에 도착했으면 지평선에 걸린 동그란 해를 볼 수 있었겠다 싶었다.
지금이라도 이 근처 어딘가에 올라가면 동그란 해가 보이겠다 싶었지만
내가 걷던 길은 한쪽 공사로 인해 폐쇄가 되어 인적이 드문 길이었고
어디 들어갈 만한 건물은 없었다.


공기 나쁜 것이 해 관찰하는 데는 도움이 되네.
나는 4월 하순에 톈진 여행을 다녀왔는데
5월초 톈진 사진을 보니 하늘이 너무 파랗고 맑았다. 내가 보고 싶었던 그 하늘 색깔.
내가 15년 전 5월 초에 한국으로 돌아왔기에, 제대로 못 경험한 5월의 톈진을 한 번 보고 싶었지만
매일매일 하는 톈진 정보 조사가 너무 지겨워 '그냥 빨리 4월에 후딱 갔다 오자!'라는 마음으로 출발했었다.
5월에 갈걸 그랬나? 


여행 시기를 잡기 위해 몇달 간 고심했던 터라, 파란 톈진 하늘을 보며 여행한 사람이 너무 부럽기도 했지만
내가 기억하는 톈진은 늘 매캐한 공기 냄새가 나는 회색 하늘.
15년 만에 너무 변한 톈진을 보는 것도 충격인데, 파란 하늘이었으면 더더욱 낯설었을 뻔.

내가 이번에 보고 온 회색 하늘이 톈진에는 더 어울린다고 위로 중.


'이건 다음에 와서 봐야지'하고 몇몇가지 남겨놓은 것들이 있어서
금방 다시 돌아가고 싶다.


19.5.5-19.5.8 사이

安里甘教堂






安里甘教堂
(An li gan)교당. 
한자음에서도 알 수 있듯이 Anglican, 영국 성공회 교당이다.

왜 교당 정면 사진은 안 찍었는지 모르겠지만
평범한 중국 거리를 걷다가
historic district로 접어들어
거의 처음 보이던 풍경이라 찍고 싶었나보다.

오래 된 건물이니
내가 8개월 동안 살던 예전에도 분명히 존재했던 건물일 텐데
왜 그 당시에는 이런 데에 관심이 없었을까.




햇살이 쏟아질 때는 그 햇살을 모름



작년 4월에 '공기 나쁜' 톈진 가서 찍은 사진을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해놓았다.




워낙에 공기가 안 좋은 곳이라, 내가 있었던 5박 6일 내내 날씨가 안 좋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사진을 다시 보니 톈진에서 이 정도면 아주 그냥 햇살이 쏟아지는 청명한 날씨였던 거다.

그날 찍은 사진을 보니, 색감이 밝다.
다른 날은 많이 우중충한데....

몇 개월을 그리워하다가 결국 실현시킨 여행,
몇 개월 동안 궁금해했던 장소.
이렇게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구나. 일요일 오후.
정작 걸어다닐 땐 몰랐는데.


15년 만에 한 번 다녀와보니, 지하철도 생기고 버스 노선도 익숙하고... 식당 직원들도 모두 친절하고.
다니기에 어려움이 없어서 다시 한 번 갈까 생각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이 다가와서 아쉽다.


내가 햇빛을 받고 있을 때는 그게 햇빛인지 몰랐구나.


04/21  13:13

머물지 않았다






2003년 11월, 중국에서 쓴 글.


"Isetan 백화점은 일본계 백화점으로, 서울 생활에 젖어 있던
사람들에게는 정말 고마운(?) 곳이다.
어제 낮에 갑자기 쌀국수가 먹고 싶었는데, 그걸 대체 어찌 
해결할까...서러웠는데(--;;) 그 백화점에 가니
각 나라의 음식을 다 팔고 있었다.
한국에서 파는 베트남식 쌀국수보다 훨씬 한국사람 입맛에 맞고
맛있다."



정말 자주 외식을 했던 그 이세탄 백화점, 그 시절이 그리워서 이번 4월 여행에도 굳이 찾아가 보았다.
내가 다니던 식당은 백화점 1층에서 반층 정도 올라간 독특한 위치에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1.5층 같은 곳?
예전 내가 다니던 이세탄 백화점이 있던 자리는 많이 낡은 채로 다른 상호로 영업 중이었고, 그 건너편에 새로운 건물을 지어서 더 화려한 이세탄이 들어서 있었다.



15년 만에 찾아간 그곳.

역시....






이 반층 올라간 구조가 남아있어, 내 기억이 맞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었지만
'당연히' 식당은 사라지고 없었다.
지금은 미용실인 듯.


식당이 남아있었으면 아마도 국수 한 그릇 먹고 왔을 텐데.








FLAIR, the Ritz carlton Tianjin



길거리 식당에서 10위엔으로 저녁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95위엔으로 롱티 한 잔 마시고 나온 곳. 
Flair.
(술값이 밥값의 9배 🤯)






상하이와 난징의 리츠 칼튼에도 같은 이름의 bar가 있으며, 타조알 세워놓은 것 같은 조명 모양은 
톈진-상하이-난징이 동일하다.
이곳을 방문한 지 한달 넘게 지났는데
오늘 문득, 또다시 내 영어 능력의 한계를 느끼게 만들어줬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편리하게? 이 바의 이름이 '불꽃'이라고 생각했다.
저 조명은 그 느낌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생각.

오늘, 영국 테니스 선수가 경기에 대한 감상을 적어놓은 것을 보니, 문장 중에 이 바의 이름인 flair가 나왔다.
'여기에 이 단어를 쓰기엔 뭔가 이상한데....?' 


사전을 찾아보니, flair의 뜻은 "타고난 재주" "솜씨, 재간" 등이다.
내가 생각한 '불꽃' 이런 느낌은 flare.

🙇🏻

내가 어딘가에 "이 곳에는 bar 이름을 형상화한 불타는 조명이 테이블마다 놓여 있다" 라고 써놓지 않아 천만다행.
그래도 flair라는 단어도 있다는 것을 알게된 것은 수확.








톈진 국제공항의 무료한 한때.




저렴한 방법으로 여행을 잘 하는 편이라, 없는 형편에(?) 그래도 1-2년에 한 번씩은 해외여행을 다녔다.
2015년에 굉장히 저렴한 항공권을 사서 1년에 두 번 미국을 다녀오고 나서는, 그 덕분으로 여행에 좋은 여건이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항공사의 골드 등급, 몇몇 호텔 체인의 상위 회원 등급 획득) 그 뒤 3년 반 이상 여행을 한 번도 못했다.  ㅠ.ㅠ 이미 사라진 AA gold, Hilton Diamond 등급 같은 건 아직까지도 아쉽다. 적은 돈으로도 여행을 우아하게 만들어주는 수단인데, 한 번도 제대로 못 써먹고 기한이 끝나버려서. 


15년 전에 살았던 중국이 갑자기 너무 그리워져, 지난 4월에 3년 반만에 해외행 비행기를 탔다.
조금은 걱정했지만 모든 여정이 잘 흘러간 톈진 여행의 마지막 날, 
인천으로의 귀국 비행편 온라인 체크인을 마치니, 이런 번역투의 메일이 왔다.


"현재 확인되었습니다. 귀하의 좌석 번호는 14A이며 탑승 시간은 12:55:00입니다. 귀하의 항공기 출발 시간은 13:40입니다. 최소한 출발 3시간 전에 공항 터미널에 도착해야 합니다. 해당하는 체크인 카운터에서 여행 서류를 승인 받고 탑승권을 돌려받으십시오. 항공편의 체크인 컷오프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여행이 거부됩니다. 즐거운 여행 되십시오! [에어차이나]"



최근에 중국, 또는 해외 여행을 자주 했으면 이런 협박(?)에 절대 휘둘리지 않았을 텐데, 너무 오랜만에 나와서 그런가...이 이메일의 내용에 대해 뭔가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게 됐다. 게다가 여기는 "되는 것도 안 되고, 안 되는 것도 되는" 중국아닌가. 지하철 한 번 타려고 해도 가방을 x선 투시기에 통과시키고 몸 수색을 받아야만 하는, 그런 중국.

'최소한 3시간 전 공항 도착? 컷오프를 못 지키면 여행 거부? 🤔 진짠가?'


수많은 해외사이트를 막아놓았다는 중국 인터넷에 대한 소문과는 달리, 중국에서도 네이버를 통해 뉴스는 볼 수 있었다. 이메일은 내가 졸업한 학교 메일 계정으로 받으니 확인이 가능했다. 대신 Daum은 열리지 않았다. 네이버 뉴스는 열리지만, 에어 차이나는 원래 이렇게 빡빡한가.... 하고 사람들의 경험담을 검색해보려 해도 네이버 '블로그'는 열리지 않아 하나도 검색해볼 수가 없었다. 구글은 물론 안 열리고. 
그래서 타인의 경험담을 확인을 못하니, 이 메일을 무시해도 되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한국에서 출발하기도 전에 비행기 시간표를 보고 "마지막날은 13:40 비행기니까.... 공항에는 12:00쯤 도착하는 걸로 하자" 라고 계획을 세워놓고 출발했던 나였지만, 마지막날 예상치 못한 에어 차이나의 메일 하나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너무 오랜만에 여행을 해서 소심해졌나 보다. 비행기 안 태워줄까봐. 😝


결국 예상보다 일찍 호텔에서 10시를 넘겨 길을 나섬. 
마지막날 머물렀던 호텔에서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는 어차피 쇼핑몰 지하 식당가를 통과하게 되어있어서... '비행기 한두번 타보나... 성수기도 아니고 세 시간 전 도착이 말이 됨? 걍 여기서 뭔가를 먹고 갈까... '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알 수 없는 불안감에 그냥 공항행 지하철을 탐.







공항에 도착하니 이건 뭐.... 
에어 차이나의 저런 협박성 메일은 사람이 바글바글한 베이징, 상하이 국제공항이나 또는 중국 국내선 이용 시 혼잡을 피하게 하기 위한 메일인 것 같았다.

톈진은 베이징에서 상당히 가까워 국제선 노선이 발달하지 않았다. 톈진도 인구 천만의 대도시라 수요가 충분하긴 하지만 웬만하면 베이징으로 가면 되기 때문.
나도 15년 전에 톈진에 살 때 해외여행을 위해 베이징 서우두공항으로 차를 대절해 타고 갔었다.

심지어 최근에 베이징과 톈진의 중간쯤 되는 지역에 베이징 따싱국제공항이 세계 최대 규모로 새로 개항하였기 때문에 대형공항이 더 가까워져, 앞으로도 톈진 국제선 노선은 더 늘어날 일이 없다. 톈진 공항은 그래서 국내선 터미널이 규모가 더 크고 사람이 많다. 국제선 터미널은 썰렁하기 그지 없고 면세점도 문은 열려 있으나 장사가 되는지 마는지 알 길이 없다. 중간중간 조명을 꺼둬서 어두운 곳까지 있다.


어흑.
괜히 메일에 쫄아서 일찍오는 바람에 아무 것도 없는 공항에서 두 시간 이상 버텨야 되네....
설상가상 와이파이조차 연결이 안 된다. 
현지 전화번호로 연결하는 화면 밖에 안 뜬다. 시내에서는 어떻게든 연결이 됐었는데 여기서는 중국 전화번호 없이는 안 됨.
터미널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왕복을 해봐도 별 건 없다.
 어휴.....


내가 비행기를 타게 될 게이트의 옆쪽 게이트(여기는 출발하는 비행기가 없어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에어 차이나 앱은 허술해보여도 내가 타게 될 비행기가 지금 어디서 오고 있는지가 다 표시 된다. 
내가 12:55에 타게 될 비행기는 아침에 톈진에서 란저우라는 도시에 갔다가 돌아오는 비행기이다. 중국 땅덩이가 워낙 넓다보니 란저우 국내선 왕복에 소요되는 시간이, 톈진에서 인천 국제선 왕복에 소요되는 시간보다 더 길다.ㅎㅎ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와이파이 연결이 안 되어서 다른 건 다 못해도 에어차이나 앱은 볼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 그런데 란저우에서 오는 비행기의 착륙 시간이 임박한 건 알겠는데 국제선 승객을 12:55에 태우기엔 시간이 넘 촉박하다. 언제 국내선 터미널에 승객들 다 내리게 하고, 비행기 청소하고, 국제선 터미널로 이동해서 새로 승객 태우지? 궁금했다.








사진 찍은 시간으로 봤을 때, 12:30분경, 나의 궁금증을 해소해 줄 비행기 등장.

이렇게 다음 비행이 임박한 비행기는 국내선-> 국제선 터미널 이동의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착륙 뒤 곧바로 국제선 터미널, 다음 출발할 게이트로 오는 거였다.
국내선 승객들은 버스에 태워서 국내선 터미널로 보내면 되니까. 

여태까지 도착 항공기가 직접 게이트에 연결이 안 되고 버스를 타고 터미널로 이동하는 경우는 
공항이 작아서, 게이트가 부족해서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운항 스케줄이 빡빡한 경우에도 그러는 것이었다. 








곧 비행기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나옴.
공산주의 중국에서도, 역시 자본의 힘은 막강하구나.
항공기에서 먼저 내린, 아마도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인 듯한 사람들은 사진 속에 보이는 작은 미니버스로 안내받아 먼저 이동을 했다. 그 다음에 내리는 대부분의 승객들은 익숙한 그 대형버스를 타고 이동.
마지막으로 기장과 승무원들이 내리니, 그들도 남은 미니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사람들이 다 내리고 나면 청소 과정이 시작되고, 국내선 운항을 마친 저 비행기는 이제 게이트의 탑승교와 연결이 되고, 새로이 국제선 승객을 태우는 것이다.


에어 차이나의 "시간 안 지키면 비행기 안 태워줘" 협박에 쫄아서, 공항에 너무 일찍 도착해서 무료한 시간을 보냈지만
그래도 내가 타고 갈 비행기가 어떤 과정을 거쳐 나를 태우게 되는지 관찰할 기회를 가졌다. 🤗
그리고 3-3 좌석 배열의 답답한 비행기였지만 다행히 옆자리가 비어서 편하게 왔다.








닿지 않는....




오래 전 이야기들의 종합.


'뇌를 거치지 않고 입에서 말이 나온다' , '생각을 좀 하고 말을 해라' 이런 말이 있다.
나도 단 한 번, 뇌를 거치지 않고 입에서 바로 말이 나왔다고 생각한 경험이 있으니....


스리랑카 제자들이 한국 정부 장학금을 받아 유학을 오는데, 서울로 유학 온 학생들은 종종 만날 수 있지만
지방 대학으로 유학 간 학생들은 만나기가 어렵다.
그래서 그 친구들이 서울로 놀러왔을 때나, 아니면 결국 유학을 마치고 출국할 때 인천공항에 가서 만나게 된다.

몇 년 전에도 전주에서 석사를 마치고 출국하는 제자를 배웅하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갔다.
거기엔 그 제자와 같이 수원에서 언어 연수 과정을 마친, (정부 장학생들은 언어 연수 과정을 거쳐 학위를 받을 학교에 지원하곤 한다.) 중국 여학생도 배웅을 하기 위해 나와 있었다.

이런 예상치 못한 인원이 더 있을 때 할 말이 뭐가 있을까...그냥 공통점을 끄집어 낼 수 밖에.

"아, 중국인이시구나. 저도 중국에서 산 적 있어요."
"와, 그래요? 선생님, 중국 어땠어요?"
"더러워요"

😰😱😫


정말이지 생각도 하기 전에 내 입에서 '더러워요'라는 말이 나왔다. 나도 말해놓고 깜짝 놀랐고, 사실 너무 무례한 일이었다. 서로 당황했지만 그냥 넘어갈 밖에...
하지만 한편으로는, 중국에서 보낸 그 시절이 나에게 남긴 인상은 "더럽다"가 1번인가보다...하는 걸 새삼 알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이 서두 이야기를 꺼낸 것은... 오늘 갑자기 중국 살던 시절에 입고 다니던 "하얀 코트" 일화가 생각 나서.

당시 중국의 택시라든가 웬만한 승용차 안은 너무너무 더러웠다. 처음에는 택시 타고 그 지저분함에 크게 놀랐지만, 나중에는 차차 적응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젠 많이 깨끗해졌더라...

나는 같이 살던 국어 선생님과 월-토를 매일 학원으로 출근했는데, 매일매일 아침마다 택시 잡는 것도 힘든 일이니, 동네 차 한 대와 계약을 맺고 출퇴근에 도움을 받았다. 현지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그런 계약을 '차띵定'한다... 라고 불렀던 듯.

좀 더 아파트 안쪽에 사는 조선족 수학 선생님이 먼저 조수석에 타고 왔고, 나와 국어 선생님은 뒷자리에 탔다. 그 차는 목욕 수건 같은 재질을 카시트 삼아 덮고 다녔던 차였는데, 택시보다는 좀 나았지만 역시 뭐 그리 깨끗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 차였다.




15년 만에 다시 가본, 매일 그 차를 기다리던 우리 아파트 앞.



어느 겨울, 결혼 이야기를 진척시키고 있던 수학 선생님은 남자 친구가 사준 하얀 코트를 입고 등장했다. 행복의 절정기, 소중한 선물 😉. 조수석에 앉은 수학 선생님을 뒤에서 지켜보니 재미있었던 것은, 절대로 그 하얀 코트와 우리의 출근차 시트의 접촉을 "불허" 했다는 것이다. 자리에 앉을 때 코트의 엉덩이 부분이 차와 닿지 않도록 코트를 들어올려 허리 춤에 말아 쥐고 앉아서, 절대 등받이에 기대지 않은 채로 꼿꼿하게 앉아서 10분 거리 출퇴근 시간을 오고 갔다. 너무 소중한 하얀 코트라서 때타는 게 싫으셨을 터. 한편으로는 평생을 중국에서 살아오신 분인데도 차 더러운 건 싫어하시는 구나 싶었다.


그 겨울, 나도 중국에서 아이보리색 인조 스웨이드 재질 코트를 구입했는데 
나도 차를 타고 꼿꼿하게 앉아서 간 건 아니고😆, 단지 어디선가 오염이 될까봐 학원에 도착 뒤 옷걸이에 걸어두는 대신에 코트를 뒤집어서 돌돌 말아서 쇼핑백에 넣어 두었던 것이 기억난다. 
왜냐하면 그 코트는 처음 살 때부터 큰 일을 겪었기에.

그 코트는 하얀 스웨이드처럼 보이는 (인조) 긴 코트로, 상당히 고급스러워 보이는 특징이 있다.ㅎㅎㅎ. 수년이 지나고 대학원 시절에 학교에 입고 갔더니 동기들이 모두 굉장히 비싼 코트라고 착각했을 정도.
약 10만원 정도의 가격이었고, 한국 물가로 치면 비싼 코트가 아니었으나 당시에는 웬만한 중국 노동자의 월급 뺨치는 가격이었다.




바로 이 코트



나는 중국에서 크게 돈을 쓰지 않고 살고 있었기 때문에 큰맘먹고 구입했는데, 중국의 백화점은 그 가게 자리에서 계산하지 않고 한 층마다 두어 곳 있는 계산대에 가서 계산을 하고 와야 했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다.

돈을 지불하고 그 옷가게로 가니, 점원이 쇼핑백에 넣어진 내 옷을 내밀었다. 나는 아무 의심없이 그 쇼핑백을 받아들고 집에 돌아와 보니, 그 하얀 코트 앞쪽에 볼펜 줄이 죽 그어져 있었다. 세상에..,,누군가 실수로 한 것 같은데 내가 계산 하러 간 사이에 이걸 그냥 쇼핑백에 집어넣다니 😡 어휴 진짜... 이런 🀄️....

다음날 국어 선생님도 백화점에 같이 가주겠다고 했지만....중국어가 안 되는 우리들은, 말싸움 내공이 후덜덜한 조선족 아주머니를 휴대폰으로 연결할 준비를 하고 길을 나섰다.

한마디 말도 없이, 내가 쇼핑백에서 그 볼펜으로 선이 그어진 코트를 꺼내어 보여주자 점원들이 두말없이 코트를 바꿔주었다. 조선족 아주머니 전화 연결할 필요도 없었다. 분명히 그들은 "범인"을 알고 있었던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거 니가 집에 가서 그은 거 아니냐?" 라는 질문도 없이 그 코트를 바꿔주었을까.


이런 일 때문에 아마 나도 그 흰색 코트 오염 방지에 유난을 떨었던 것 같다.ㅎㅎㅎ 필기도구가 사방에 널려있는 학원에서 어디선가 또 뭔가 묻을까봐, 옷걸이에 안 걸고 쇼핑백에 넣어서 보관해두는.


오래 전 "그 더러웠던" 중국의 일화들은 이제 추억이 되어... 언제든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이제는 그 "더럽던" 중국이 아니지만.



Tianjin eye, 톈진아이 만나러 가는 길




호텔 방에 누워있다가
야경을 보기 위해 밤 8시 넘어 길을 나섰다.

전에 톈진에 살 땐 회식 외에는 밤 외출, 그것도 '혼자' 밤 외출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15년 뒤에도 여전히 밤 외출은 낯설었다.

그래도 톈진은 15년 전에도 야간 조명을 엄청 신경 썼고, 
현재에도 야경이 무척 아름답기 때문에 여행시 밤 외출은 필수.







낮에 온 길을 반대로 걸어서 밤의 톈진 아이를 만나러 가는 길.
정작 걸어다닐 때는 인식을 못 했는데 사진을 찍어 보니, 모든 나무에도 조명을 해서 
밤 사진에도 나무 잎사귀가 초록색으로 보이는 게 인상적.

사진 속에 보이는 금강교-진깡챠오(金钢桥)에서 톈진아이를 보면 예쁘다.






톈진을 소개할 때 톈진의 상징처럼 소개되는 톈진 아이.
런던 아이 같은 탑승이 가능한 관람차인데, 사실 근처 산책만 하고 가까이 가보지는 않았다. 


가끔 저 원형이 그대로 강에 반사되어 동그랗게 비친 그림같은 사진을 보는데,
그런 풍경은 언제 볼 수 있는 건지 궁금하다.





천진 기억 天津記憶 Tianjin Jiyi









예전 이탈리아 조계 구역을 관광지로 개발한 톈진 이탈리아 풍경구 입구.
오래 된 유서깊은 건물들이 있음에도 그저 음식점이 즐비한 테마 파크 느낌이었다. 
서울도 '익선동 한옥마을'이라고 해봤자, 거의 카페와 음식점 뿐인 것처럼...
그래도 유명한 곳이라 많은 단체관광객들이 몰려다니며 설명을 듣고 있었다.

음식 가격이 비싸다는 평이 있는데, 시원한 여름밤 야외 카페에서 한 잔 하면 좋겠다는 느낌은 왔다.
혼자서 말고.


저멀리 천진기억 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간체자로는 记忆인데 記憶 번체자로 힘주어 쓴 간판.


그냥 지나치려다가 한 번 들어가 보았다.






톈진의 근래 100년과 발전상을 보여주는 곳인 듯.
1층에는 몇몇 전시물이 있으나 근대 중국사와 중국어에 능통하지 않고서는, 그닥 흥미가...

당시 강대국들이 1860년대부터 톈진을 조계지로 나눠먹기 한 지도가 바닥에 붙여져 있다.

이 건물에서 경악한 것은 ...2층엔 어떤 전시물이 있나 싶어 올라갔는데, 2층은 온갖 기념품과 잡화를 파는 가게로 되어있다. 한 번 올라가면 원하는 데서 몸을 돌려 내려올 수도 없고, 일단 끝까지 다 보고 내려오게 동선이 되어 있다. 
 
음.... 단체 관광객들이 이렇게 끌려들어와 물건을 사는 것인가.






잡화점 탈출, 다시 1층으로.






천진기억....
중국어에 능통한 자와 기념품 사기 좋아하는 자들만 들어가는 것으로.




山西省 도삭면




중국에서의 일요일 저녁, 나는 면요리를 워낙 좋아해서 호텔 주위의 평점 높은 면요리집을 조사해서 길을 나섰다.
아, 그런데 일요일이라 그런가... 문이 닫혀있다.

로컬 맛집에 실패했을 땐 가장 무난한 게 큰 쇼핑몰로 들어가는 것인데 그냥 쇼핑몰이 있을 만한 곳으로 정처없이 거리를 걷다가, 산서성 ..어쩌구 간판을 보고 저녁 식사를 위해 작은 식당으로 들어갔다.


전에 내가 한국에서 먹어본 적 있는 도삭면을 파는 곳이다. 칼로 자른다는 뜻의 그 도삭면.
大와 小가 있는데, 맛을 모르니 일단 "소"로 시키기로 하고, xiao.... 하면서 10위엔 짜리 지폐를 내밀었다.
못 알아들으시는 아줌마, ㅎㅎ 당연하지. 한국말로 치자면 "작은...?" 하면서 외국인이 돈을 내민 셈이니.

도삭면에서 면은 mien, 刀는 dao쯤의 음가를 지닌다는 것은 알겠는데, '삭削'이라는 단어의 발음을 내가 할 수 있을 리 만무... ㅅ으로 시작할 것 같긴 한데...
하지만 센스있는 아줌마가 dao...s... 라는 내 발음과 내가 내민 돈의 금액으로 알아맞히신다. "Dao xiao mien!" 
돈을 내고 자리에 가서 앉아있으면 된다. 주위의 사람들을 관찰해 어떻게 갖다먹는 것인지 짐작해보기로.

관찰을 하다보니, 길거리 매우 작은 식당임에도 젓가락은 소독기(아마도?)에 넣어져 깨끗하게 보관되어 있다. 주방장 아저씨가 요리를 완성하면 직접 젓가락을 꺼내고, 면 요리를 자기 자리로 가져다가 먹는 시스템 같았다.








내가 무음 촬영을 하지 못해,
혼밥족도 많고 사람들이 조용히 밥먹는 작은 식당에서 나의 찰칵 소리가 울려퍼지게 할 수 없어서 동영상을 찍어보았다.
영상 속 '餐具' 가 붙은 기기에 젓가락이 들어있다. 
그냥 지나가다가 선택해서 들어온 식당치고는 깔끔함. 식탁 위에 비닐 포장에 담긴 작은 휴지도 준비되어 있다.






마침내 나온 나의 도삭면.
오오..의외로 국물이 입맛에 맞는다. 자극적이지 않다. 대신 고기 두 점이 무척 짠 것을 빼고는.
어차피 2元= 350원 차이 밖에 안 나는데 大를 시켰어도 다 먹었겠다 싶은 😋


10위엔... 1750원으로 누린 최고의 식사였다.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