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카만 머리카락과 함께 태어나는 아기도 있지만 나는 태어났을 때 거의 대머리였다고 한다. 지금도 머리숱이 매우 적은 편인데 엄마는 "너 이 정도라도 머리카락이 난 것만 해도 신기하다" 하실 정도.
그리고 왼쪽 위 뒤통수에 '가마'가 있어서 거기서 머리가 갈라지는데, 머리숱이 없다보니 그 부분이 유난히 도드라진다. 머리를 질끈 묶으려해도 그 부분의 두피가 마치 원형탈모처럼 드러나 보여서 거울 두 개로 뒤통수를 보면서 빗으로 살살 빗어 드러난 두피를 "덮어줘야" 한다.
야경 감상 중... 더워서 대충 머리 묶으면 이렇게 뒷머리가 듬성듬성 🙄 |
오늘 길을 걷다가 나와 똑같은 고민에 직면하신, 한 여자분을 봤다.
그 분을 계속 보면서 걷게 된 건, 그 분이 쉴새없이 머리카락을 넘기며, 정리하며 길을 걸어가고 계셨기 때문이다.
그 분은 나와 반대쪽, 우측 뒤통수 위쪽에 가마가 있었다. 그 분도 거기서부터 머리카락이 갈라져, 두피가 드러나 보였고, 그 부분을 포함 정수리 머리숱이 적은 편이라 약간 휑~ 해 보였다. 그래서 그분도 연신 머리카락을 정리해 쓸어 넘기며 그 부분을 "덮으면서" 걷느라 내 눈에 들어온 것이다.
내 뒷모습이 저렇겠구나.
거울 두 개를 이용해 보지 보지 않으면 보기 힘들었던 내 뒷모습이 내 눈앞에서 걸어가고 있는 듯한 기분.🎭
동병상련의 감정이 밀려왔다. 저 분이 무엇을 계속 신경쓰는지 나는 안다.
세상 어디에든,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이 있구나....
한편으로는, 그 분이 연신 머리를 만지고 있었기에 길에서 내 눈에 들어왔다.
그냥 걷고만 계셨으면 그 분의 빈약한 머리숱은 나도 눈치채지 못할 거였다.
대부분의 열등감이나 약점은, 남들이 눈치채기도 전에 내가 먼저 반응해서 들키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더 두드러지는 거.
내가 잘못해서 내 머리숱이 적어진 것도 아닌데,
너무 의식하지 말고, 그냥 다녀야겠다.
남들은 아무도 내 머리 안 쳐다보는데, 그냥 나혼자 머리숱 신경쓰고 있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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