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8일 US open 트윗
2007년 어느 새벽, 알 수 없는 호감? 언더독을 응원하게 되는 본능?에 끌려 스르르 나달을 응원하게 된지 십여 년이 넘었다.
사람은 자기랑 비슷한 사람에게 끌린다고 하는데, 나달은 알면 알수록 나랑 공통점이 많아서 그래서 끌렸나 하는 생각이 든다.
종교(나달이 스페인 출신이라 당연히 가톨릭 쪽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는 무교/불가지론자라고 한다)도 놀라웠고 딱히 여기 밝히지 않을 ㅎㅎ 나만 생각하는 이러저런 공통점이 있는데, 올해 새로 알게 된 것 중에 -> '치즈를 좋아하지 않는다'와 '유명인의 사인에 관심이 없다' 라는 공통점까지 있어서 놀랍다.
나는 유명인의 사인을 받는 의미를 당최 모르겠는데, 나달도 그렇다고.
나달의 삼촌이 FC 바르셀로나의 유명 선수라서 꼬마 때부터 유명인사를 볼 기회가 많았지만 사인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나달은 본인이 생각하는 유명인과는 사진을 찍었으면 찍었지 사인은 안 받는다고 한다. 나는 사실 사진의 의미도 그닥...
예전에 친구랑 첼리스트 장한나의 공연을 보러간 적 있는데, 친구는 장한나의 사인을 받고 싶어해서 그녀와 같이 오랫동안 줄을 서서 기다렸다. 친구를 위해 같이 줄을 선 김에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사인을 하나 그냥 받아둘 만도 했지만 친구만 사인을 받고 나는 그냥 빈손으로 그 자리를 떠났을 정도. 종이에 죽 그어진 펜 자국을 받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서... 진짜로 난 나달 사인도 필요없다.
(하지만 나달 본인은 타인의 사인에 관심이 없더래도, 자신의 사인을 받기 위해 기다린 팬의 심정은 이해하는지라 경기에서 뼈아픈 패배를 당했을 때에도 팬들에게 사인을 다 해주고 경기장을 떠나는 걸로 유명하다. 지켜보던 나조차도 마음이 아파 기분이 주체가 안 되는, 쓰라린 역전패를 당하고도 묵묵하게 사인을 해주고 있는 나달을 보고 있으면 저 정신력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뭐, 이런 류의 공통점 찾기는 fangirling(!) 하는 사람들이 흔히들 하는 아전인수식 해석이고 😂
사실 나와 나달은 차이점이 더 두드러진다. 모든 공통점을 뒤덮는 큰 차이점.
나달은 죽도록 열심히 산다는 점과
나는 죽도록 게으르게 산다는 점.
그게 두 인생의 큰 차이를 만들었다. ㅎㅎ
아마 반대되는 매력에 본능적으로 끌렸나보다.🎯
“Even at this stage in career, [Nadal] plays like he’s broke,” Jimmy Connors told Sports Illustrated’s Jon Wertheim before the match. Nadal may be a man who enjoys wearing a $775,000 Richard Mille watch, but he still scuffles like he’s trying to pay off the bill at the Red Roof Inn. - By Jason Gay
나달은 8억짜리 손목시계가 집에 몇 개 굴러다니는 수준인데도, 밀린 월세 당장 해결해야 하는 사람처럼 여전히 뛰어다니고 있고
나는 가족들이 안 거둬주면 이 한몸 누일 공간도 없는 사람이지만, 맨날 늘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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