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기억 못했으나 결과는 좋았던 인연.





Marriott 계열 호텔에서는 분기마다 프로모션을 하는데,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그중에 가장 좋은 것은 어디서든 프로모션 기간인 3개월내 2박만 하면, category4의 호텔들 (보통 1박 최대 23-5만원 선의 호텔들)의 무료 숙박권을 주는 것이다. 

이 프로모션은 좋은 만큼 자주 하지는 않는다. 여행 계획이 있었을 경우엔 최상이지만 그 외에는 낚이기 딱 좋은 프로모션. 사실 가만히 있으면 0원도 안 쓰는 건데, '응? 이거 25만원 생기는 거잖아?' 하면서 25만원 or more를 쓰게 만드는...ㅋㅋ. 

그래도 2박할 호텔을 잘 선택하면 20만원 미만을 쓰고도 꽤 괜찮은 호텔 포함 총3박을 하게 되는 것이니, 막 소비의 정당화가 되기도 한다. 예전에 여름 더위도 피할 겸, 그렇게 1박 숙박권을 얻어 훗날을 도모할 겸, 서울의 가장 싼 호텔에서 열흘 정도 시간 차를 두고 2박한 적이 있다. (이렇게 얻었던 숙박권은, category 4 안에서는 최대 효율을 내서 알차게 썼다 😊)


서울의 한 호텔에 첫 체크인하던 날, 프론트 데스크의 직원이 왠지 낯이 익다.
보통은 혼자 생각만 할 뿐, 입밖으로 내지는 않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한 번 물어봤다. "전에 뵌 분 같아요... 어디서 뵈었더라...? 코트야드?"

"전 이 호텔 계열은 처음 근무해요"
그분은 묘하게 그다지 반가워하지는 않으면서 전 직장을 알려주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아마 여기 오실 때마다 제가 체크인 해드려서 낯이 익는 걸 거예요" 라고 했다. 그분도 뭔가 나를 어디선가 봤다고는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음....난 이 호텔 처음 오는데??'
이 직원의 단호한 믿음을 깨지 않기 위해, 그리고 '그냥 전에 어느 호텔 있었다고 말 해도 될 것 같은데 왜 안 알려줄까?' 같은 생각을 골똘히 하느라, 나는 말은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었다. 

"자주 오시니까 구조 다 아시죠? 체크아웃을 어떻게 해드릴까요? 4시까지 해드릴게요"

'오홋!' 사실 그 당시에는 레이트 체크아웃을 요구할 수 있는 회원 등급을 갖고 있기는 했지만 최저 등급이라, 2시 정도까지가 최대였다. 그런데 직원이 '자주 오시는 분'🤔이라며 4시 체크아웃을 제공해줘서 고마웠다. 



호텔 방으로 올라가서 뒹굴뒹굴 잠이 안 오던 밤, 그 직원을 어디서 봤는지 갑자기 번쩍! 하고 생각이 났다.
반년 전 외국 선수단 통역을 위해 한 호텔에 2주 머물렀을 때, 그 호텔 직원이었다. 그때도 매우 친절하셨는데.... 
통역은 선수단과 호텔 사이 문제의 조율을 위해 프론트 데스크에 갈 일이 많았기 때문에, 2주간 자주 마주쳐서 뭔가 서로 애매하게 기억에 남았던 것이었다. '직장을 옮기셨구나... 내일 체크아웃할 때 계시면 아는 척 해봐야지.'

체크아웃할 때 그 직원은 없어서, 인사할 기회는 놓쳤지만
그래도 그 애매한 인연 덕분(?)에 레이트 체크아웃을 제공받아 푹 쉬다 와서 좋은 느낌이었다.
호텔에서 자동으로 날아오는 숙박 후기 양식에, 다른 칭찬들과 함께 "내가 먼저 말을 꺼내기도 전에 4시 체크아웃을 제공해줘서 너무 좋았다" 라고 썼다.


오픈한지 얼마 안 된 호텔이라 평에 민감해서 그런지 "복사해서 붙여넣기"가 아닌, 지배인이 직접 쓴 답장이 왔다. 
호텔 숙박을 잘 즐기셨다니, 감사하다, 고객님께 레이트 체크아웃을 제공한 직원은 ooo직원이다. 회의 시간에 칭찬을 했다.....이런 내용이었다.


약 열흘 뒤, 그 호텔에 다시 방문했다. 물론 2박 프로모션의 낚싯대에 걸려들었기 때문에...


아는 척을 하고 싶었지만 이번에도 여전히 그 직원은 없고, 다른 직원이 체크인 과정을 도와줬는데.... 내가 숙박 후기에 쓴 상황을 그 직원이 모두 알고 있어서 좀 부담스러웠다. 😶 당연히 또 "내가 말을 하기도 전에" 오후 4시 체크아웃을 보장해줬고....내가 전 후기에 이불이 눅눅하다고 썼는데, 그 직원이 내 방에 따라 올라와서 이불의 뽀송함을 같이 체크했다. 사실 이번에도 그렇게 뽀송한 느낌은 없었지만.. 그 직원을 얼른 내보내기 위해 '괜찮다'고 하고는 상황을 종료했다. 


아마 전에 나를 체크인해준 직원이 회의 시간에 정말로 칭찬을 많이 받았나보다. 이 직원도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많이 애쓰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칭찬을 많이 받았다면, 두 곳의 호텔에서 나를 위해 친절을 베풀어 준 그분에게 어느 정도 나름의 보답(?)을 한 셈?!?!


다음날, 그날은 일명 "문화가 있는 수요일"이라 오후 5시부터 8시까지의 영화를 5천원에 볼 수 있는 날이었다.
호텔과 영화관이 가까웠기 때문에 5시에 시작하는 영화를 예매해두었다.
웬만한 호텔 같았으면 12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5시 영화를 보기까지 시간이 붕 떴겠지만
나는 "애매한 인연" 😂이 매개가 되어, 매리어트 플래티넘 회원....이 정도가 아닌데도 4시에 체크아웃을 보장 받았으니 호텔에서 오후 늦게까지 쉬다가 4시에 나가려고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호텔 룸 전화가 울렸다.


"고객님, 4시 체크아웃 괜찮으시겠어요? 혹시라도 더 있고 싶으시다면 더 늦게 체크아웃을 하게 도와드릴까요?"


👯 OMG رفیق سفر 😄


칭찬 레터 한 번만 더 썼다가는 영원히 호텔에서 못 나갈 수도 있었겠다. 체크아웃 무한 연장으로...ㅋㅋㅋ😝
물론 그날은, 전혀 예상을 못한 상황에서 그 전화를 받아서 그냥 4시면 충분하다고 하고는 호텔을 떠났었는데, 대체 몇 시까지 제공해줄 수 있는지 한 번 더 오래 있어볼 걸 그랬나? :)

#좋은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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