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얼떨결에 자원봉사로 참여한 제주 골프 대회.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해서 힘들었지만, 그래도 운이 좋아서 고생도 안 했고 (제주도의 바람을 그대로 온몸으로 느끼며 추위에 덜덜 떠는 자리도 있었는데, 내가 맡은 자리는 하루 종일 해가 쨍쨍), 세계 1위를 찍는 선수들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는 자리에 서 있었다.
어느새 1년이 지나, 올해 또 그 시기가 왔다.
올해는 그냥 집에서 중계만 지켜보았다. 나는 골프와는 거리가 먼 사람인데, 그 골프 코스가 눈에 익게 되었다는 것만 신기했다. :)
올해는 그냥 집에서 중계만 지켜보았다. 나는 골프와는 거리가 먼 사람인데, 그 골프 코스가 눈에 익게 되었다는 것만 신기했다. :)
대회 시작 전 자원 봉사자를 위한 파티(?)도 있는데, 작년에는 그 자리에 어니 엘스가 왔었다. 그런데 올해는 그 "세계 1위" 브룩스 켑카가 왔다고 한다. 그는 그 자리에서 자봉들에게 멋진 인사말을 남겼는데.... 기사를 보면 CJ cup 관계자가 했다는 말이 흥미로웠다." 작년의 브룩스 켑카는 인터뷰 때 말을 조리있게 잘 하고 그런 선수가 아니었다. 그런데 작년에 cj cup 우승을 통해 세계 1위에 등극하고 나서는 전혀 다른 선수가 되어 돌아왔다"
ㅎㅎ.
요즘 테니스계의 신성들, '망나니'들이 생각나면서.... 그래, 다들 때가 되면, 곳간이 차면, 점잖아지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타고난 재능을 부여받은 엘리트 운동 선수들... 그들은 아무리 겸손해지려 해도 자기가 잘났다는 것, 남들보다 쉽게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르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고지가 저기인 것 같은데... 오르지 못하고 그 고지 언저리에 맴돌게 되면 다들 조바심도 나고 기행도 일삼고 그렇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정상에 한 번 오르고 나면...뭔가 새로운 것이 눈에 들어오고, 뭔가에 대해 더 이상 안달을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새 지평이 열리는 듯 하다.
40대를 넘어선 나도... 그래서 이제는 그냥 20대 초반 테니스 신성들의 망나니짓이 그냥 귀엽고, 개성 표출인 것 같아 별로 밉지 않다. 물론 예외도 있지만....
그래도 그들도 어느새 대가가 되고, 애가 몇 딸린 아버지가 되면, 명언과 교훈을 날리는 점잖은 선수가 될 것이다. 사실 조코비치만 해도 만년 3위 시절에는 다른 선수 흉내를 잘 내고, 코믹한 광고를 찍는 가벼운 이미지였다. 하지만 지금의 조코비치는 이미 살아있는 전설 중의 한 명.
그리고 또...
나이가 좀 더 들면 다른 자세를 갖게 된다는 걸 느낀 다른 사례.
30대 초반, 베트남 항공을 타고 한국으로 오다가... 거의 텅 빈 비행기에서 애를 둘 데리고 탄 나보다 열 살 어린 베트남 엄마와 마주친 적이 있었다. ( 그 여자분의 입국 신고서 작성을 도와줬기 때문에 나이를 안다.)
밤비행기에서 아기들이 울고 보채니까 그 아기엄마는 계속 내 눈치를 보았고.. 나는 그냥 괜찮다는 신호만 계속 보내고 있었다.
나는 굳이 따지자면... 소음에는 어느 정도 관대한 편이고, 냄새를 더 질색하는 사람이라....
그 당시에는 그 어린 엄마에게 눈치주지 않고, 입국 신고서 작성을 도와 준 것만 해도 내가 엄청 성숙한(?) 자세를 보인 거라고 혼자 생각했었다.
하지만 좀 더 나이 들어 생각해보니.... 나는 어차피 비행기에서 잠을 잘 자는 사람이 아니고, 아기 엄마는 혼자서 아기 둘 데리고 고생중이니... 지금 같으면 그 아기 엄마 옆자리로 가서 같이 아기 봐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 같다. 나이 드니 오지랖도 더 넓어져서.😝 하지만 그 나이 때는 절대 그런 생각을 못 했다.
시간은 흘러 가고, 세상은 다르게 보이는 일이 많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