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떠오른....




벌써 십여년 전 대학 동기 결혼식.

지금이야 내 대학 동기들, 후배들도 사회 생활 경력도 오래 되고 여기저기 가보고 산해진미도 많이 먹어봤겠지만.... 그때는 다들 고만고만하고 경험도 별로 없고 여전히 학생인 친구들도 있을 때였다.


동기 중에서 가장 용돈을 아낌없이 쓰던, 말로만 듣던 바로 그 '아버지 사업체를 물려받는' 대학 동기가 드디어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 친구답게' 서울 시내에서 신랑신부 입장 통로가 가장 길다고 알려진 대형 볼룸이 있는 호텔에서 결혼했다. 신랑신부 집 양측이 다 사업가라 그랬었던가...🤔 인맥이 두터운지 어르신들의 참석이 엄청 많아서 그 큰 홀을 다 채웠다. 대학 동기들은 호텔에 딸린 중식당, 일식당으로 밀려났다.

사실 말이 밀려난 거지, 일식당에서 1인에 10만원 안팎의 코스 요리를 제공받았으니... 그 재력에 감탄할 밖에.

서양(?)쪽 결혼식이야 하루를 꼬박 잡고 밤까지 춤추고 파티를 벌이지만, 한국식 결혼식은 그리 길게 시간을 잡아먹지는 않는다. 그래서 결혼식 당일에 약속을 하나 더 잡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다들 꽃단장 하고 나왔는데 집에 그냥 들어가기도 아까울 것이고..👸🏼

스테이크를 먹고 있는 결혼식장에서 밀려나, 중식당에 갔다가 거기도 만석이라, 또 자리를 옮겨 일식당에 자리를 잡은 나의 무리들은 식사 시간이 많이 지체된 상태였다.
일식이 코스로 나오고 있는 와중에, 결국은 한 명이 다음 약속이 있다며 일어섰다.

다음 코스 요리를 들고 들어오던 직원이 아쉬워 한다.

"어머, 벌써 가세요? 가실 때 가시더라도 참치 뱃살은 드시고 가셔야죠~~. 제일 맛있는 건데..."

직원들이 내려놓은 회 접시를 바라보며 우리들은 서로 바쁘게 시선 교환을 하다가, 직원이 나간 뒤에야 말을 시작했다.


"근데, 이중에서 참치 뱃살이 어떤 거야?"
"뭘 알아야 먹지. 하하핳"


지금처럼 '맛집 탐방' , '먹방 자랑'이 일상이 아니고,
생일날 '베니건스' 'TGI Friday'나 가면 그게 최고 호사이던, 20대 시절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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