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그대없인 난 아무 것도 아닌걸요.




2004.12.22 20:43 


오랜 만에 저녁 외출을 했다.
사고 싶었던 cd도 사고, 날씨는 춥지만 종로 거리도 걸으려고...
사려 했던 cd가 마침 할인가격에 판매된다는 것을 알고
반가운 마음에 cd를 집어들려는 순간...
나는 항상 내 곁에 있던 '그'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당황스러웠다.
난 그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cd 사는 것을 포기하고, 스타벅스에서 커피나 마실까...생각해도
그것도 불가능했다. 그가 없었기 때문이다.
심한 무기력감을 느끼며, 그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며
나는 외출 20분만에 터덜터덜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냥 책 구경, 사람 구경이나 하려 해도 피곤하고 날도 추웠다.


그렇다.
나는 교통카드 달랑 한 장 들고 외출을 감행했던 것이다.
(내 껀 신용카드 겸용 아님)
지갑없이는 아무 것도 살 수 없었고, 마실 수 없었다.
'지갑이 없어? 돈이 없어? 그럼 atm에서 인출하면 돼! 어라...지갑이 없으면 카드도 없네...지갑이 없으면 회원카드도 없고..회원카드가 없으면 회원 cd 할인도 소용이 없고...'


지갑이 없으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었다.
내가 거기서 픽 쓰려져도 '나'임을 알려줄 신분증조차도 없으니...
나는 그만큼이나 지갑에 매여 있는 인간이란 말인가..

댓글2

  1. 김지ㅅ
    지갑 몇번 잃어버려봐 ^^ 지갑 없이도 너 분명 맞어... 그냥 지갑 잃어버린 너^^
    2004.12.28 22:22 
  2.  Nothing matters
    하하하..내가 "지갑 없는 나"를 체험한 게 처음이라 너무 충격이 컸나 보다..
    2004.12.28




👀 15년이 지난 지금은, 지갑보다 스마트폰을 안 가지고 나갔을 경우 엄청난 타격이 온다. 그리고, 웬만한 사람들은 이제 cd를 사러다니지 않는다 ㅎㅎ. 그 음악조차 스마트폰에 모두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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