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픈(?) 한국어능력시험




2010.12.18 21:40 



(2008년)

시험 감독 사례비(?) $50을 벌고자 생업 전선에 뛰어든 나.
시험장이 설치된 현지 학교에 가보니 생각보다 더 열악했다.
나름대로 콜롬보 도심에 위치한 학교인데도, 더운 날씨 때문인지 벽이 중간까지 밖에 없어서(학생들 어깨 높이 정도?)
사실상 한 층에 있는 모든 교실이 거의 뚫려 있었다.


중앙방송도 불가능한 건지 각 고사장마다 테이프를 돌려서 듣기 평가를 하는데
교실이 다 뚫려있는 데다가 테이프가 각자 다른 시간에 시작하니까 온갖 사방의 소리가 다 섞여서 들렸다.

제대로 능력을 평가할 수 없는 한국어능력시험...
그래도 한국에 가보겠다고 한국어 시험을 준비하는 만여 명의 랑카 사람들...한국이 그렇게 잘 사는 나라였나?


엉성한 준비 덕에 수험자, 감독관 모두가 우왕좌왕하고...그들이 적은 OMR카드는 제대로 읽힐지도 의문이고...
왠지 서글픈 한국어 시험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van를 불러서 타고 왔는데, 기사가 마침 자기도 한국어 시험을 쳤다며 시험지를 내밀었다.
집에 오는 내내 채점(!)을 했는데, 아마도 다 찍은 것처럼 보였다.


어떻게든 한국에 가보겠다고 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한국에서 온 나는 너무 나태하게 사는구나.
미국에 가면,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정말 인생에 넓은 선택의 폭과 수많은 기회를 가지고 산다고 생각했는데...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나도 많은 선택의 기회를 가졌었다는 걸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다.


(Nalanda college의 교실...첨에는 벽이 없어서 듣기 평가하기에 참 안좋다고 생각했는데...집에 와서 다시 생각해보니....그렇다면, 평소에는 수업 어떻게 하는거지?
옆반 선생님 목소리까지 스테레오로 다 듣남?;;;)

댓글3


  1. 우연히 옛글을 보다가 잊고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2010.12.18 21:40 
  2. ㅂ주ㅎ
    크... 그래도 저런 사람들이 그리워지는 하루입니다. 돌아가고싶어요. ㅠ
    2010.12.18 23:44 
    • 미야
      너도 그렇고, 요즘 페이스북 등장한 국이도 그렇고...
      2년 전이랑 많이 달라졌구나^^ 다들 적응 못 할 것처럼 보이더니 다들 돌아가고 싶다고 난리야^^










댓글

  1. 열대의 스리랑카 집에는 100% 막힌 벽이란 없다. 대개 상층부에 통풍을 시키는 구조로 구멍이 많이 뚫려있다. 그런데 교실에 그렇게 벽이 절반만 있을 줄은.... 대체 수업 어떻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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