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탱해준 두 가지.
가끔 호텔방에서 홀로 갖던 충전의 시간.
위 사진은 2011년 9월에 방콕의 호텔방에서 찍은 것이다. 찍을 때에는 이런 생각으로 찍은 게 아니라, 아마도 '혼자서는' 처음 시켜 본 룸서비스가 신기해서 찍었겠지만.
2010년 us open 하던 시기,
스리랑카에서 돌아와서 할 일도 못 찾았고 호텔에 혼자 가본 적도 없던 시절이었다.
당시 중계권료 문제(?)와 밤낮이 완전 반대인 시차 문제 등으로 집에서 보기 가장 어렵던 us open... 호텔 방이나 하나 잡아서 호젓이 테니스나 보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실현을 못 했었다.
그러다가 2011년에 대학원도 진학하게 됐고, 방콕에 학회도 가게 됐는데 마지막날 시간이 남아서 혼자 보낼 호텔을 예약했다. 거기서 비몽사몽 us open 준결승전을 본 것은 기억이 난다. 호텔 조식을 제대로 못 챙겨먹었을 정도.
당시에는 실감하지 못했지만 나중에 깨달았다.
'어? 2010년에 간절히 원했던 게 이뤄졌네?'
내가 '내년에는 꼭 돈 벌어서 호텔에서 us open을 보리라.' 고 결심하고 마구마구 노력한 것도 아닌데, 그냥 살다 보니 작년에 그렇게 원했던 그 상황이 현실이 되어있었던 순간이었다. 학회 마지막날 혼자 쉬기 위해 호텔을 예약한 것이었지만 시간상 흐름이 맞아서 준결승도 볼 수 있었던 것.
내 곁에는 아무도 없었고, 달리 큰 자극도 없었지만
현재까지는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으로 행복했던 시간이다.
외국에서는 2019년이라고 한 'decade'를 마감, 결산한다고 난리던데,
난 이번 decade에는 아직 저 날만큼 기분 좋은 순간은 안 찾아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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