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죽으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




요즘 비행기 기내에서 상영하는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은 본인이 보고 싶은 시간에,  보고 싶은 영화를 골라서 바로 처음부터 볼 수 있지만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모든 좌석에 설치된 엔터테인먼트 기기가 모두 같은 시간에 상영을 시작하는 탓에, 원하는 부분부터 맘대로 볼 수 없는 비행기가 여전히 운항하고 있었다. (예: 아메리칸항공)
10여 시간 비행을 하더라도, 시작 시간을 놓치면 늘 똑같은 중간 부분만 보다가 비행이 끝나는....
이제는 이런 방식의 기내 엔터테인먼트는 거의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다.


Tving앱에서 시청하는 무료 영화 프로그램도, 내가 골라서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일정한 시간에 항상 상영이 되고 있기 때문에 마치 오래 전 비행기 타고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내가 새벽마다 어떤 영화를 봤는데,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제목은 안 적는다.
특이하게도, 첫날엔 맨뒷부분을 봤고
둘째날에는 중간부분부터,
오늘 드디어 첫부분부터 볼 수 있었다.

영화를 거의 거꾸로 본 셈인데, 줄거리를 이해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평생 단짝 친구 중 한 명이 불치병에 걸리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영화인데...
영화 속 영국의 호스피스 병실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삭막하고, 환자복을 입고 병과 싸우는 게 아니라
예쁘게 꾸며진 너른 방에서 평소에 입던 옷을 입고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도 언젠가 죽음을 맞이한다면 차라리 저런 곳이 좋겠는데....내가 좋아하는 옷 입고.
영국이 우리보다 선진국임을 감안해도,
영국인이라고 모두가 저런 병실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닐 둣 하고... 정말 모든 일에는 돈이 필요하구나 싶다.


이것은 영화의 마지막 부분만 처음 봤을 때의 '자본주의적'  감상이고....
앞부분으로 보게 될수록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고 우정, 투병, 환자, 주위 사람, 남겨진 사람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영화였다.










영화에 계속 나오는 영국 풍경도 좋았고...

아무튼, 우정- 사랑도 좋지만
존엄한 죽음에는 돈도 필요하다.




댓글

  1. ㅋ 내팔자는 잘죽지도 못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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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지막 순간을 여러 명이 같이 누워있는 병원 침대에 누워, 환자복을 입고 회색 천장을 보다가 맞이하고 싶진 않은데...병원 아닌 곳에서 평화롭게 가는 것이 더 돈이 많이 드는 일일 수도 있다는 걸 알았어요. 내가 원하는 형태의 마지막을 맞이하기 위해서도 돈은 필요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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