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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언어를 다 할 수는 없어




예전에도 이 내용을 이 블로그에 썼었는데...





영화 '기생충' 영어 예고편에는 자막이 이렇게 되어 있지만 스페인어 예고편의 더빙 버전에서는 이 부분의 대사가
내 귀에 "Esta es nuestro oportunidad."으로 들린다.
(혹시 누군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있으면 정정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대신에 스페인어로는 "우리에겐 기회다" 이런 뜻인데, 독일어 버전 역시 "Das ist unsere Chance" (=그게 우리의 기회)로 더빙이 되어 있다고 한다. 아주 큰 줄기에서는 이해하는 데 지장이 없지만, 영화 후반부에도 계속 "계획" "계획" 이라는 대사가 반복되는데 그 연결성을 놓칠 수 있을 듯 했고 한국에선 저 대사가 엄청 유명해졌지만 다른 나라에선 "기회"라는 의미로는 그럴 일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어떤 문학 작품이나 영화를 자막을 통해 이해하다 보면 놓치는 게 새삼 많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최근에도 한국어 자막으로 본 중국 드라마에서 남녀가 헤어지는 장면의 대사가 원어와 많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내 기억으로는 "너는 이제 내 마음에 없어" 라는 식의 결별 선언 자막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원어로는 한자가 너무 달라서 번역기를 통해서 보니 "너 이제 더 이상 억지로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돼" 라고 나온다. 이 장면 앞부분에서 "사실 한 번도 나를 사랑한 적 없지? 그저 나를 이용했구나?" 라는 뉘앙스로 대차게 싸운 후에 나오는 대사이기 때문에 왜 이런 말을 하며 헤어지는지 알겠는데...한국어 번역자는 많이 초월 번역을 했네. 왜 마음을 닫았는지 알게 하는 대사인데, 그 느낌이 사라짐.

이런 번역이 극중에서 단 한 번이 아니고 여러 번 나올 것을 생각하면
사실 자막을 통하면 얼마나 극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기생충을 저런 식의 '조금씩 다를 수 밖에 없는' 번역으로 접근한 사람들은 또 어떻게 기생충을 이해하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물론 대여섯개 언어에 능통한 사람도 많다지만, 지구상의 그 누구도 지구에 있는 모든 언어를 다 할 수는 없으니...언제나 잘못 이해하고 다르게 이해할 소지가 많다.
그리고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에서 "다"가 추가되었을 때의 느낌을 외국어로 정확히 옮길 수 없듯이, 한 언어가 다른 언어로 쉽게 옮겨지지도 않는다.


이렇게 볼 때, 대사 번역보다 더 안타까운 게 중국어 노래 가사 번역이다. 
그 누구도 정답이 없고 중국어 초보가 제대로 참고할 만한 사람이 없더라... 
방송사 공식 자막조차 중국어 초보인 내가 봐도 당연히 틀린 자막이 나오기도 하고,
중국어 선생님을 자처하는 고수들의 학습 블로그에 가봐도 가사의 해석이 조금씩 다르다.

각운을 맞추려고 끌고 나온 갑툭튀 단어들, 가사로 부르기 좋게 하기 위한 생략으로 짧아진 문장 등등 탓에 의미 파악이 어려워지는 이유도 있고...
그리고 중국어 동사에 시제 개념이 좀 약해서, 번역기에 노래 가사를 넣으면 (맥락을 모르는)번역기마다 다른 시제가 근본 없이 튀어나온다. 그래서 번역기에 의존한 가사 내용을 올리는 분들의 경우는 해석이 저마다 다른 것 같다.      
또한 내가 느낀 바로는 한 구절 가사가 동사로 시작하면 누군가는 그걸 명령문으로 해석을 하고, 누군가는 (주어가 생략된) 평서문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더라. 그래서 해석이 많이 달라진다. 중국어 대사보다 더 본질에 접근하기 어려운 게 중국 노래 가사인 듯.



유투브에서 찾을 수 있는, 가사 한 줄 "良辰美景奈何天"에 대한 3가지 자막.



"아름다운 이 시간도 신의 저주를 받았네"(영어 번역)
"좋은 날씨와 풍경 그저 하늘의 뜻일 뿐"(영어 번역)
"아름다운 한때와 풍경이지만 하늘과 함께하지 않아"(스페인어 번역)

같은 가사에 대해서 분명히 능력자가 만들었을 이 자막들도 묘하게 의미가 비슷하면서도 다 다르다. 한 가지 자막으로 이 가사를 받아들일 영어/스페인어권 사람들은 이 가사에 대해 전혀 다른 인상을 갖게 된다. 한쪽에선 "저주"라는 강한 단어가 사용됐으므로.

조금 더 공부해보니...위에 예로 든 부분은 ost를 위해 작사된 게 아니고, 위 가사를 앞뒤로 한 4줄 정도는 실제 명나라 때 나온 희곡(牡丹亭)의 일부분을 인용한 것이었다. 그렇대도 해석은 애매하다. ‘좋은 날씨와 아름다운 풍경 하늘인들 어찌하리’ 라는 해석 방식까지 추가 됨🫠 답이 안 나오는 걸로...

위 번역에 등장한 "저주" 같은 식의 과한 번역 아니더라도, 원래 영어 자막에는 초월 번역이 난무한다. 그래도 중국과 한국은 한자 문화권이라 한자로 두 글자인 단어는 한글로도 단 두 글자로 의미를 전달할 수 있지만, 영어로 전달하다 보면 사정없이 자막이 길어질 때가 있기 때문에 초월 번역도 필요하다. 영어 자막으로 중드를 보면 눈이 아플 정도로 화면에 자막이 가득 찬다. 


难道。。이걸 다 읽으라는 거야??



(그저 단어 때문에 영자막만 길어지는 예시➡️)
他患有肺结核.
그는 폐결핵 환자야.
He has pulmonary tuberculosis.


그래서 영어 자막판 번역은 참고가 안 되는 경우가 많고, 중국인이 번역했을 법한 가사 자막도 뜻이 제각각이다. 이쯤 되면 '글자 하나가 여러 음과 뜻을 가졌다'라는 한자의 복잡성으로 인해 사실상 중국인들조차도 가사를 다 다르게 해석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도 생긴다. 

제일 간단한 예로, 현재까지 중국 드라마 최고의 명작으로 꼽히며 한국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작품 중의 하나인 '랑야방'의 ost 중 赤血长殷이라는 제목의 노래는 한국 방송국에서 '적혈장은'이라는 자막을 달아 방송했고, 현재 국내 어디서나 적혈장은이라는 제목으로 통한다.

하지만 어떤 분 트위터에서 봤더니 이 제목에서 殷은 "성할(은) 중국어 발음 yin"이 아니며, 피의 붉은 색을 의미하는 "검붉은빛(안) 중국어 발음 yan"이 맞다고 한다. 즉 "적혈장".👀 한국에서 가장 인지도 있는 중국 드라마 ost 수록곡 '제목'조차 잘못 알려져 있는데, 가사는 뭐 말할 필요도...

노래를 귀기울여 들어보면 가수도 "옌"으로 발음한다. 하지만 중국인들이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려놓은 병음 안내를 봐도 더 흔하게 쓰는 발음인 "yin"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있어서, '중국인들조차 한자 다 읽을 줄 모르고 가사를 다들 맘대로 해석 중인 거 아닐까?" 🤔 하는 내 의심이 확고해진다. 

"중국 드라마 대본은 거지같아도 ost 하나는 기차게 뽑는다" 이런 평이 있는데, 실제로 좋은 노래들이 꽤 많은데 제대로 된 가사 해석은 어려워서 아쉽다. 한자의 나열만 몇 개 보고 '와 이 가사 좋다.'라고 쉽게 생각했다가도 제대로 된 문법을 적용해 해석한 것을 보면  잉? 이거 아니네' 싶은 경우도 흔했다. 나 혼자 문법을 무시하고 상상 속으로 가사를 만들었던 것. 지금은 그저 내 취미 수준이지만, 뭔가에 꽂혀 중국어 학습량이 많이 쌓이더라도 결국은 본질에 접근하기 어려워 보인다. 😶‍🌫️ 여러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해석을 내놓는 것을 보면...꽤나 어려운 길인 것 같다.

영어 가사는 내가 모르는 내용이 있어도 공부해보면 의미가 확실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중국 노래는 너무 시적이다. 분명히 구체적 상황을 노래하는 중이었는데 다음 가사는 갑자기 은유적으로 "흙먼지 속에서 꽃은 피네"란다. 어쩔...
그래서 중국어 노래 가사는 더 공부해봤자 배가 산으로 간다. 여기저기 남들이 한 가사 번역을 참고해 보면, 아무리 봐도 이게 같은 곡이 맞나 싶게 각자 다른 산⛰을 타고 있는 경우가 많다. 🌋


모든 언어를 다 알 수는 없지.
자막으로는 알 수 없는, 어딘가 멀리 존재하는 거기.











한국어 사용자 자부심



솔직히 난 애국심이 엄청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스포츠에서 굳이 한국 선수/팀을 응원하지 않은 적도 많고...
그런 사람이지만..

우연한 기회에 "기생충" 스페인어 더빙 예고편을 보니,
이건 한국어로 모든 느낌을 받아들일 수 있고 모든 소품이 담은 의미를 쉽게 알아챌 수 있는 것에 자부심을 가질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한국 영화여서가 아니고, 깐느+아카데미 최고상 수상이면 역사에 남을 영화인데, 그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생충 중의 많의 대사가 패러디되어 쓰이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중의 하나가 
"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라는 대사인데...



영어판 예고편 中



이것은 진짜 번역으로 어감이 전달이 안 된다.
중간에 '다'가 추가된 것이라든지, 너는 계획이 있구나-와- 네가 계획은 다 있구나-의 미묘한 차이를 안다든지..이런 것은 외국어 학습으로는 쉽게 얻어지지 않는 '느낌'이다.

(➡️은,는/이,가 의 사용은 한국어 교육 최대 난제 중 하나로, 고급 한국어를 구사하는 외국인도 '나는'과 '내가'를 적재적소에 못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면, 한국 근대 소설집을 모국어로 번역해서 낼 정도로 한국어를 잘 하는 외국인이 본인 책 출간을 소셜 미디어에 소개하면서 "제가 번역한 책은 아렌델왕국에서 출간되었습니다!"라고 시작한 사례가 있다. 

"그 책이 어디에서 출간되었나요?"라는 질문의 대답이 아닌 한, 소개를 시작할 때는 "제 책 아렌델왕국에서 출간되었습니다." 가 자연스럽다는 건 한국인이면 다 안다. 하지만 직업이 한국어 강사인 외국인에게 저 문장에서 어색한 부분을 찾아보라고 하니, 찾아내지 못했다.)


그건 그렇고...호기롭게 스페인 버전 예고편을 시청한 것 치고는 딱 두 문장만 알아들었다. 🙄
그 중 하나가 저 부분 대사인데....

"Esta es nuestro oportunidad."으로 들린다.
(혹시 누군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있으면 정정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대신에 이건 "우리에겐 기회다" 이런 뜻인데, 외국인이 영화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없는 번역이지만 원어가 가진 뜻과는 조금 멀어지면서 뒷부분과의 연결도 잃게 된다. 영화 뒷부분에 계획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오기 때문에...

독일어는 전혀 모르지만, 다른 데서 본 바로는 독일어 버전도 "Das ist unsere Chance"로 번역되어 있다고 한다. = 우리의 기회다.



나의 모국어로 <기생충>을 이해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여태 내가 자막에 의존해왔던 외국 영화 중에 이런 식으로 가장 중요한 대사의 의미조차 다르게 받아들인 영화가 있을 것 같아 아쉬워진다.
아주 맛깔나는 문장인데 그 맛을 못 느낀 경우도 많았을 테고...

특히나...보통 원어->한국어 번역을 하지 않고 
원어를 영어로 번역한 것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해서 내놓는 영화들.
왠지 원래 문장과는 의미가 많이 멀어졌을 듯한....








'잘' 죽으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




요즘 비행기 기내에서 상영하는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은 본인이 보고 싶은 시간에,  보고 싶은 영화를 골라서 바로 처음부터 볼 수 있지만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모든 좌석에 설치된 엔터테인먼트 기기가 모두 같은 시간에 상영을 시작하는 탓에, 원하는 부분부터 맘대로 볼 수 없는 비행기가 여전히 운항하고 있었다. (예: 아메리칸항공)
10여 시간 비행을 하더라도, 시작 시간을 놓치면 늘 똑같은 중간 부분만 보다가 비행이 끝나는....
이제는 이런 방식의 기내 엔터테인먼트는 거의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다.


Tving앱에서 시청하는 무료 영화 프로그램도, 내가 골라서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일정한 시간에 항상 상영이 되고 있기 때문에 마치 오래 전 비행기 타고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내가 새벽마다 어떤 영화를 봤는데,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제목은 안 적는다.
특이하게도, 첫날엔 맨뒷부분을 봤고
둘째날에는 중간부분부터,
오늘 드디어 첫부분부터 볼 수 있었다.

영화를 거의 거꾸로 본 셈인데, 줄거리를 이해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평생 단짝 친구 중 한 명이 불치병에 걸리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영화인데...
영화 속 영국의 호스피스 병실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삭막하고, 환자복을 입고 병과 싸우는 게 아니라
예쁘게 꾸며진 너른 방에서 평소에 입던 옷을 입고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도 언젠가 죽음을 맞이한다면 차라리 저런 곳이 좋겠는데....내가 좋아하는 옷 입고.
영국이 우리보다 선진국임을 감안해도,
영국인이라고 모두가 저런 병실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닐 둣 하고... 정말 모든 일에는 돈이 필요하구나 싶다.


이것은 영화의 마지막 부분만 처음 봤을 때의 '자본주의적'  감상이고....
앞부분으로 보게 될수록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고 우정, 투병, 환자, 주위 사람, 남겨진 사람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영화였다.










영화에 계속 나오는 영국 풍경도 좋았고...

아무튼, 우정- 사랑도 좋지만
존엄한 죽음에는 돈도 필요하다.




내가 1년 전에 썼는데 올해도 지켜진 징크스



시상식이 있기 전에 밝혔다면 좋았겠지만..ㅋㅋ
사실 나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은 탈 줄 알았다.
오히려 워낙 대작 영화를 찍은 샘 멘데스에 밀려서 감독상이 타기 어렵다고 봤고.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연말부터 계속된 시상식에서 기생충/봉준호 관련 언급만 되어도 환호성이 제일 컸다는 점이 "투표제"인 아카데미에 영향을 준다고 봤기 때문이다.
시의적절성, 정치적 올바름....이런 거 다 떠나서 사람들이 기생충 영화 자체를 좋아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심사위원 몇 명이 모여서 판가름하는 영화제가 아니라 투표로 정해지는 오스카이기에, '휩쓸려갈 분위기'와 '선호'가 중요하다고 봤다. 

그리고 투표 사례에서 참고가 된 것은 문라이트의 작품상, 그리고 에마 스톤이나 라미 말렉의 주연상 수상 등이 있다.

8000여명의 아카데미 회원들이 사실 후보에 오른 수많은 영화를 다 보고 판단한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그래서 배급사들이 캠페인에 수백억을 쏟아붓는 것이고, 입소문이 중요한 거겠지.

문라이트의 경우, 멋진 영화였으나 솔직히 이걸 8000여 명 회원들이 다 보고 감동받았다고?!?라고 생각하긴 어려웠다. 당시 문라이트는 기생충처럼 평론가협회 등에서 수상 실적이 좋았는데, "이 영화 괜찮대..." , "다들 좋았다고 그러네..." 같은 입소문에 따라서 선호 순위가 올라간 것이 결국 수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상 선정 방식은 상당히 독특하다. 후보작이 8편일 경우, 회원들이 8편에 모두 순위를 매겨 투표를 제출한다고 한다. 1위표를 가장 많이 받은 영화의 득표수가 과반수를 넘으면 거기서 집계가 끝난다. 

만약 1위표 과반 이상 득표한 영화가 없을 경우, 1위표를 가장 적게 받은 영화 (즉 8등인 영화)의 표에서 그 1위로 적어낸 영화를 삭제하고 2위로 적어낸 영화를 다시 다른 1위 투표에 합산을 시킨다...그래도 과반 득표한 영화가 안 나오면 이번에는 1위 득표수에서 7등인 영화도 탈락시킨다. 그러면 투표지에서 영화 2개(7,8위)를 삭제하는 경우도 생기면서 3위 선호로 적어낸 영화도 1위표로 합산되는 경우가 생긴다.

과반수가 나올 때까지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상당히 묘한 변수가 생기게 된다. 그래서 어떤 투표자가 최고로 좋아하는 영화는 못 되더라도, 2-3위 정도로는 적어낼 만큼 무난하게 선호도가 올라가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참고 사항은.... 당시 다른 후보에 비해 최상의 연기라고 말하긴 어려웠지만 그해 가장 각광받은 작품에 출연했던 에마 스톤, 라미 말렉의 경우였다. 라라랜드나 보헤미안 랩소디의 인기에 힘입어, 사실상의 시청률 공헌상인 KBS연기대상 받아가듯이 아카데미 주연상을 타 가는 것을 보면서 아카데미 수상에는 그 어떤 것보다 '기세' - 기생충 대사에도 나오는 그 기세 - 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기생충의 작품성을 폄하하는 의미가 아니라, 아카데미는 품평회보다는 '인기 투표'에 가깝기 때문에 환호성과 인기를 주요 척도로 봤다. 그래서 앞선 시상식들 풍경을 보아하니....왠지 문라이트처럼 작품상을 기생충이 가져갈 것 같았다.

여기에 좀 더 확신을 갖게 해준 게 ㅎㅎ
강력한 라이벌(?) 1917이 BAFTA 작품상을 가져가면서....

최근 몇년간 작품상만 놓고 볼 때는 어느 시상식보다 정확한 지표라고 생각했다.





나와 비슷한 이유로, 모든 사람들이 기생충을 좋아하며 시상식 때마다 환호성이 컸기 때문에 작품상까지도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내기를 걸었다가, 이겨서 $40을 받아가는 영화 평론가 영상 😂







올해 시상식마다 있었던 그 분위기, 그 '기세' - 예전 <문라이트>와 같았던 - 를 전한 Vulture의 Nate Jones 글








2017년 아카데미 시상식 이야기 -》 https://mori-masa.blogspot.com/2017/03/2017.html?m=1



Extremely loud & incredibly close



2012.02.10 19:06 


영화 메뉴에 마지막 포스팅을 한지 벌써 1년이 지났네...
그만큼 영화가 요즘 멀게 느껴진다.
1년 만의 영화 포스팅인데..또 9.11 영화....
그만큼 미국인에겐 임팩트가 큰 사건이긴 한 것 같다.
아카데미 후보 지명에서 그다지 재미를 못 보면서, 아직 한국 개봉일자가 확정되지 않은 영화, Extremely loud&incredibly close.

여태까지 감독한 작품 세 개 모두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올랐었던 스티븐 돌드리가 처음으로 후보 지명을 놓쳤다. 그래도 Tom Hanks, Sandra Bullock, Max Von Sydow 같은 이름난 배우들을 기용해 영화를 만들었다.





꼬마용 Jeopardy!에서 우승한 적이 있다는, 똘똘하면서도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이 배우, Thomas Horn은 적절한 캐스팅인 것 같다. Tom Hanks, Sandra Bullock은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던 내 머리 속 이미지와는 일치하지 않는 배우였지만, 이 소년만은 비슷하다.

Extremely loud&incredibly close.
역시 책은 제목을 잘 지어야 된다.
몇 년전부터 내용이 궁금했던 책이었지만
읽는 내내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다.
다음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지 않았다.

왜 이렇게 재미가 없나..생각해봤더니, 나는 당돌한(?) 조숙한(?) 꼬마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았다.






하지만 what about.... he would have....가 반복되는, 상처를 극복하려 애쓰는 소년의 마음 속 문장들은 절절했다.

책을 읽기 시작할 때쯤, 'would have p.p.'를 해석하는 문제를 영국에 오래 살다가 온 친구에게 물어봤다가 친절하지 않은 답변만 들어야했는데...( 그 애에게는 너무 쉽고 당연한 문장이었겠지만, 나는 살면서 한 번도 would have p.p.를 회화할 때 쓰거나, 페이퍼 쓸 때 써보지 않았다.) 다 읽고 보니, would have p.p.는 어쩌면 이 책을 관통하는 동사 형태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굿바이 레닌



예전에 본 것 같은 (제목만.!?) 기억이 있는 [굿바이 레닌]을 오랜만에 보았다.
그러나 첨 보는 기분.

2003년도 영화라면.... 중국에서 dvd로 봐서 기억이 잘 안 나는 건지.
아마 제대로 된 자막을 못 구해서 봐서 영화 내용을 잘 모르는 지도....
(중국에서 봤던 dirty pretty thing, shatterd Glass 등이 이와 비슷하다. 화면만 보고 내용을 잘 모름 ㅋㅋ) 

이 영화를 어디선가 보았다고 생각했지만
스토리만 익숙할 뿐, 다시 봐도 예전에 봤던 것 같은 장면은 없었다.




동영상 아님



캡틴 아메리카에도 출연하는 등, 이제 다국적 스타가 된 다니엘 브륄의 초창기 출연 작품, 굿바이 레닌.
영화가 시작할 때, 극중 이름인 알렉스와 배우의 성 브륄이 겹쳐서 알렉스 브륄로 자막에 나오는 게 인상적.ㅋㅋ


영화 내용은, 사실 '말도 안 돼...' , '이걸 믿나' 싶긴 하지만
통일을 전후로 한 동부 독일의 시대상을 남겼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난 '아, 이런 세상도 있었구나'를 깨닫게 해주는 영화를 좋아하거든.




I converted to...




Sid Waterman: "I was born into the Hebrew persuasion, but when I got older I converted to narcissism'"


우디 앨런의 영화 Scoop(2006) 중에서 우디 앨런이 직접 연기하며 하는 대사.
난 유태계 집안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나도 저 대사와 비슷한 것 같다.



원래도 종교적이지는 않았지만, 나이 들며 점점 더 종교에 회의가 오는....
어쩌면 현재 내 종교도 narcissism인지도.









추가로, 런던 배경으로 찍은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아닌데 그냥 영화를 보다가 스칼렛 조핸슨이 두어 번 마시는 콜라잔에 눈길이 갔다.
두 번 모두 얇고 긴 컵.






언젠가 런던 근처의 호텔에 갔을 때 웰컴 드링크로 뭐 마시겠냐고 해서 콜라를 부탁했는데
그때 마신 얇고 긴 컵의 그 느낌이 남아있어서 ㅎㅎ 영화 장면을 보다가 영국인들은 저렇게 얇고 긴 유리컵을 선호하는 건가...잠시 생각했다.

이상, 런던 한 번 가본 사람의 성급한 일반화.🤗







아카데미 작품상을 노리는 영화들이, 먼저 타게 되면 가슴 철렁할 상




바로 '영국 아카데미 (BAFTA) 작품상'.

2014년에는 '노예 12년'이 영국과 미국에서 모두 작품상을 받았으나,
그 이후로는 완벽히 갈림. 
Bafta시상식은 미국 오스카상 몇주 전에 열리는데
그해에 가장 유명하던 작품들이 bafta 작품상을 타면, 몇 주 뒤 미국 아카데미에서는 다른 영화들이 작품상을 받음.



2015년 보이후드 🇬🇧.      버드맨 🇺🇸
2016년 레버넌트 🇬🇧.      스포트라이트 🇺🇸
2017년 라라랜드 🇬🇧.      문라이트 🇺🇸
2018년 쓰리빌보드 🇬🇧.   셰이프 오브 워터 🇺🇸
2019년 로마 🇬🇧.            그린북 🇺🇸

2020년 1917 🇬🇧.           기생충 🇺🇸



일부러 "우리는 영국과 다른 길을 가겠어!" 이러는 것은 아니고 어쩌다 보니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2015년부터 bafta 작품상과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결과가 계속 달라지는 것을 보면서 작년 쯤에는 '쓰리 빌보드'가 영국 아카데미를 타고 나니 미국에선 작품상 못 타겠구나 하는 감이 왔었다?!?!
하지만 올해는 '로마'의 수상 레이스가 너무 강력해서, '올해는 드디어 이 징크스가 깨지고 영국-미국 결과가 같아지겠네' 싶었는데, 예상을 깨고 그린북이 작품상 수상. 

넷플릭스가 '로마'의 미국 아카데미 수상을 위해 수백억을 캠페인 비용으로 쏟아부었다는데.... 이런 bafta작품상 징크스(?)를 알고 있는 내부 인사가 있었다면, bafta작품상 수상 후 '다 소용없게 됐군' 하고 깡소주 한 잔(읭?) 😁 하고 싶었을 지도....


그해에 다른 메이저급 시상식에서는 그냥 연기상 후보 5인 중에만 줄창 오르는 영국🇬🇧배우가 Bafta에서만큼은 조연상을 수상하는 (팔은 안으로 굽는) 전통도 있는데, 2006년 crash의 탠디 뉴튼, 2017년 Lion의 데브 파텔, 2019년 the favorite의 레이철 바이스 등이다. 골든 글로브 여우조연상도 수상하긴 했지만 다른 시상식에서는 거의 알리시아 비칸데르에게 밀렸던 케이트 윈슬렛( steve jobs, 2016)의 bafta수상도 이 범주에 들어갈 수 있을 듯.



take me





감상이 아니라 '체험'이 되는 몇몇 영화들이 있다.
그 체험의 종류는 각자 다르겠지만
나는 영화를 보면서 많이 울었던 작품들이 '체험'으로 기억에 남는다.


특히 Mar adentro, P.S. I love you, 인사이드아웃, 맨체스터 바이 더 씨 같은 영화들.


그중 누군가의 기일과 겹쳐, 그날밤 영화 보다가 너무 울어서 다음날 아침 일어났을 때까지도 콧속 (머리 속?)에서 특유의 울고 난 뒤 코가 막혀 맹한 '냄새'까지 맡을 수 있었던 영화, P.S. I love you.
다른 세 영화는 탁월한 명작이라 원래 눈물콧물 짜내게 만드는 측면이 있지만,
P.S. I love you는 개인 경험과 겹치면서 영화 초중반부터 질질 짜며 보게 만든 것이라서 더 기억에 남는다. 아마 그 '날' 그 상황이 아니었다면 울지 않으면서 봤을지도 모른다. 뭐야? 너무 뻔하잖아? 하면서...




(thumbnail이 뭐 이래.... ㅎㅎ 제라드 버틀러가 기타 치며 노래하는 장면임)



OST도 좋아서 당시 mp3와 친하지 않았던 나였는데도 몇 곡 구입하기까지 했었다.
위의 youtube에서 나오는 Love you 'till the end는 이 영화를 대표하는 노래인데, 사실 이 노래를 딱히 좋아하지는 않았다. 극중에서 주인공이 너무 슬프게 부르는 버전이 있어서 그게 기억에 남기는 하지만.

특히, "oh, why don't you just take me where I've never been before~" 라는 가사는 잘 와닿지가 않았다.

그런데 요즘, 갑자기 저 가사가 그냥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와닿는다.
위 가사는 사실 오늘 처음으로 제대로 해석해보니, 딱히 '장소'로 데려가 달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난 그냥 literally 나를 끌어줄 뭔가에 이끌려, 진짜 새로운 동네에 가보고 싶네.









something to remember me by....





2017년 내가 본 영화 중 최고였던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영화관에서 영화 끝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다가 그안에서 거울을 보니
내가 영화 보는 동안 눈물을 닦았던 휴지 조각이 마른 채로 볼에 찌꺼기처럼 붙어 있었다.

친구들에게 보라고 강력 추천했으나, 우울한 영화는 싫다며 추천한 모든 친구에게 거부당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본 느낌을 나눈 친구가 없다. 
(영화보다 더 슬픈 일이다. 이 영화를 안 보다니...)
집에서 TV로 이 영화를 같이 보고 싶었던 엄마조차도, 초반부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자리를 뜨셨다 ;;;;;






흐릿하게 잘 안 보이는데, 영화 속 주인공 형제들이 모는 배 이름은 Claudia Marie이다.
영화 뒷부분에 이 배 이름의 의미가 나온다. 영화를 보면 알게 된다.
내가 이 블로그 주소를 만든 것과 비슷한 의미이다.

그래서 뭔가 더 뭉클했다.








맞나?




2017년 아카데미 영화제 외국어 영화상 수상작, 세일즈맨 (فروشنده, Iran 2016)을 tving에서 구입해서 시청 중이다.

저렴한 가격에 영구 소장이 가능한 영화들과 달리, 이 영화는 비교적 신작이라서 그런지 그 가격으로는 구입 후 1주일만 볼 수 있다. 그래서 '뽕을 뽑기 위해'🤑 거의 매일 틀어두고 있다.
계속 보니, 단어 하나가 들리기도 한다.








위 장면에서 아내가 조리한 얇은 면으로 만든 음식을 자막에서는 '파스타'라고 하는데 등장인물들은 '마카로니'라고 부른다. 구글 검색을 좀 해보니, 이란 사람들은 굳이 동글동글 마카로니가 아니라 긴 면으로 조리한 파스타도 모두 마카로니(ماکارونی) 라고 부르는 거라고 짐작이 된다. 





"마카로니"를 먹고 있는 남자주인공



** 참고로, 터키에서도 파스타를 '마카르나'🍝 , 그리스도 모든 파스타를 '마카로냐'라고 부른다고 한다.


사용 기한 종료를 앞두고 오늘 또 틀어놓고 흘낏흘낏 보다 보니
안 보이던 게 보인다.
맨 위 장면에서 왼쪽 장식장 위에 물건은 하회탈 세트 아닌가???


이 영화의 감독 아스가르 파르허디는 베를린 영화제 작품상, 그리고  '세일즈맨' 이 영화로 2016년 깐느 영화제 각본상 등을 수상한 세계적인 거장이라 여러 곳을 여행했을 테니, 어느 다른 나라에서도 저런 모양새의 탈을 선물 받았을 수 있겠지만, 한국사람 눈에는 일단 양반탈-부네탈로 보인다. 파르허디 감독은 2014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장으로 한국에 왔던 것도 확실하니 그런 식으로 오고 갈 때 생긴 건가?🎭

파르허디 감독의 작품 3개를 봤는데, 세 작품 모두 특징이 - 늘 다른 방 다 놔두고 '부엌/식당'에서 중요한 이야기를 하거나 다툰다.ㅎㅎㅎ (식사 시간이 아닐 때도)
이란에는 '거실'문화가 없는 건가? 다른 장면을 보면 분명히 집에 소파가 있는 거실도 있는데...

또 하나 궁금한 점은... 페르시아어 못 읽으니 어쩔 수 없지만, 영어 표기도 Asghar Farhadi인데, 언론에서 한글 표기는 왜 대부분 [아'쉬'가르]로 하는 건지 궁금하다. 현지인의 발음을 잘 들어보면 차라리 '아쓰ghㅏ르'에 가까운데...(gha غ가 한국어로 옮기기 어려운 이란 특유의 소리같은데, 이 소리를 표현 못 하는 찜찜함을 여기서 h를 빼다가 앞에 s에 갖다붙여서 ashgar로 달래보려는 느낌😏) 누군가가 Scarlett Johansson을 스칼렛 요한슨이라고 쓰기 시작하면 스칼렛 조핸슨이 한국에서는 계속 스칼렛 요한슨이 되듯이, 이 감독도 한국에서는 영원히 '아쉬가르'일 것 같은...ㅎㅎ.


아무튼, 12000원도 아니고 1200원 주고 영화 vod 사서 '1200원' 가치를 다 하겠다고 매일 보다 보니
새로운 게 들리고 보인다.ㅎㅎㅎ








오호라









무단으로 옮겨와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이분이 (t010****7089) 공개적인 자리에 쓰신 거니까 여기에 올려본다. "첫눈에 반한다는 것도 계산적이다"라는 내용.
나는 위의 영화평이 나온 영화, '캐롤'은 작년에 이미 보았다.


올해 들어서는 the shape of water, call me by your name 등등 이성 동성 양성, 심지어 'creature'까지 가리지 않고 사랑에 빠지는 영화를 보았다. 한국에서 개봉한 두 영화 모두, 일부 영화평에 "두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감정선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라는 평이 종종 있었지만, 나는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그들의 "어느 순간 푹빠짐"이 이해가 가기는 했다.

그러나 위의 누군가의 글을 읽고 보니, 첫눈에 빠지는 순간도 사실 계산적일 수 있다는 말도 공감이 간다.
Call me by your name의 '어른' 남자주인공도 너무 과도하게 매력적이라, '소년'이 순식간에 빠져들어가게 되는 것이 사실 너무 수긍이 가는 상황이 되어 도리어 영화의 매력을 좀 잃었달까.... 그리고 사전에 이들이 사랑에 빠지게 될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영화를 보게 되어 영화 감상이 약간은 밋밋해졌다. 지금은 '밀당'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연애하겠지? 하고 보면서 알고 기다리는 느낌??








나는 일부러라도 영화 정보를 거의 보지 않은 채로 극장에 가는 편인데, 그래서 아주 이름난 영화라도 내용을 잘 모르고 갔다가 ....보면서 감탄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Call me by your name의 경우 사전에 홍보나 영화 포스터만 봐도 내용이 짐작이 가는 영화였지만, 정말 어떤 내용인지 아예 모르고 이 영화를 만났더라면 훨씬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그런 측면에서 '듣도 보도 못한 생명체'와 빠져드는 the shape of water에서의 사랑은, 그 순간적인 계산까지 뛰어넘은 사랑인 걸까?



나는 the shape of water가 call me by your name보다 조금 더 좋게 다가왔는데,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정말 아무 이유도 없는 사랑"이 나와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정말 오랜만에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
두 영화, 둘 다 좋았다.




"When he looks at me, the way he looks at me... He does not know, what I lack... Or - how - I am incomplete. He sees me, for what I - am, as I am. He's happy - to see me. Every time. Every day. "


sergio castellitto



최근에 본 이탈리아 영화 '웨딩 디렉터'와 '사랑해, 파리'에서 잇달아 만난 이탈리아 배우.
윗 사진은 영화 'Non ti muovere'에서 기억에 남은 장면.

53세의 나이로, 그의 얼굴은 피곤하고 삶에 찌들었지만 뭔가 꿈꾸는 중년 역할을 하기에 딱이다.

무엇보다 '웨딩 디렉터'에서 구애를 위해 여자의 집 창가에서 오페라 아리아를 부르던 게 인상적이었다. 립싱크 같지 않고 라이브 같던데...진짜 본인의 목소리라면 노래도 정말 잘 하더라. ('지대로' Romantic한 이탈리아 남자의 특성을 그대로 구현함. 그러고선 그 여자네집 집사한테 물 한바가지 얻어맞는 것도 왠지 이탈리아 이미지)

그 아리아를 대부3 ost에서 들었던 기억을 되살려, 제목을 알아내고
난생 처음 오페라 씨디를 샀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원래 간주곡이 더 유명한 오페라인데 멋진 아리아도 숨어있었다.

최근에 만난 H모양은 자신은 너무 영화 속 소설 속 멋진 인물 아니면, 현실에서도 연애가 불가능한 인물에 자신이 매력을 투사해서 좋아하는게 문제라고 했다.

나는 이런 인물 자체에 매료되는게 아니라, 이런 인물이 구현하는 어떤 이미지를 좋아한다.  

덩케르크 보고 나니...




영화 'Dunkirk'보고 나니
2014년에 고생고생 해가며 영국 -> 프랑스를 배로 건넌 것이
좋은 경험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속
실감나는 그 바다.
그리고 익숙한 해안 풍경.






구글 블로그에 동영상 올리면 잘 안 보이는 경우가 많아서 아쉬운데....
(유투브에 먼저 올린 뒤 가져오면 제일 잘 보이는데, 3초짜리 개인적인 영상을 올리기는 좀 그렇다)

아무튼 윗 영상은 Dover에서 영국 해안을 떠날 때 찍은 것






그리고 아래 영상은 프랑스 깔레 해안에 다가갈 때 찍은 것이다.
영국 도버 해안과 프랑스 깔레 해안의 하얀색 절벽의 모습이 붙었다 떨어진 듯 비슷해서
아...원래 섬은 대륙에서 떨어져나간 거라더니.... 라는 지질학적 공부도 하게 해주었다. 




Dunkirk 영화에 대한 감상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현재 '영화적 체험' 측면에서 최전선에 서 있는 감독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는 것이다.

시작 부분부터 알 수 없는 눈물이 나려했다.
자기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인지 발견하게 되고, 그 능력을 최고로 발휘하고 사는 그 사람이 부러워서.








내 안에 굳건한 성




등록일시 2015.07.20 02:33




'인사이드 아웃'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사람의 경험, 기억, 감정들이 섞여서 각각의 성이 만들어져 내 속에 내재해 있다는 장면.
가족, 우정, 엉뚱한 행동 등등.
하지만 계속 좋은 피드백이 가지 않고, 그 방면에 대해 무심해지거나 타격을 입게 되면 성이 무너져 내린다.
Pixar의 상상력.



공감이 가는 바가 많았는데
그러면서 동시에 내가 어릴 적 부터 쌓아왔던 많은 성들이 많이 무너져 내려
이젠 아무 것도 없는 무색무취의 무감동한 사람이 되어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이 영화를 보던 사람들이 보통 감동해서 운다는 뒷장면보다, 앞에서부터 내가 이 영화를 보며서 운 이유일 것이다.
내 자신의 내부가 황폐하게 느껴져서.



지난 몇 년간 간절히 바라는 것도 없이,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살아서
그동안 세워놓았던 많은 자존감이나 내 특징도 많이 없어져버렸고, 가족들에게도 많이 부담을 줬다.
마음도 아프고, 생각할 거리도 많았던 애니메이션.


요즘 가끔 6년 전에 떠나온 스리랑카의 길거리가 생각날 때가 있다.
자주 다녔던 길이 아니라, 차 타고 지나가다가 우연히 보았던 길.
친구 환송하러 공항 다녀오다가 그냥 지나쳐갔던 길...
이런 것들이 이상하게 눈앞에 떠오른다.


그 순간,
내 안에서 모든 게 다 무너져도 '스리랑카' 성 하나만은 견고하게 서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의 추억을 생각하면 실제적으로 가슴 한 켠이 따스해진다.
그 2년이 지나, 이제 사실상 '이제 끝난 관계'라서 더 이상 날 실망시키고, 날 아프게 해서 형편없이 무너질 일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추억만 남아서....

힘들었던 일이 없다고는 할 수 없는데도, 이제는 그냥 좋게만 오롯이 남아있는 곳.
텅 빈 마음을 가지고, 대체 나에게 남은 것이 무얼까 고민했는데, 그래도 내 안에 하나 남아있는 것은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 한번쯤은 방문해서 내 제자들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도 남아 있었다.
      
우체국 쥐가 완벽하게 다 파먹었던 너구리 한 봉지도 이제는 추억 :)






어디선가





영화 라라랜드를 처음 영화관에서 보았을 때
정말 과거에 절절하면서도 이루어지지 않은 연애를 했던 사람은 그 상대가 떠올라 뭉클하겠구나 싶었다.

딱히 아쉬운 사람도,
딱히 아쉬운 시점도 없는 내 인생이 헛헛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라라랜드가 인생 영화라며 수십 번 감상하기도 하고
옛사랑에 젖어들기도 하던데...
나는 내 인생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서 어떤 선택을 했어야 혹시라도 더 행복했을까... 하는 생각이 없어서 너무 무미건조했다. 그래서 이 영화가 크게 와닿지 않았나보다.


어제 라라랜드 ost 에필로그 음악을 듣다가
다른 생각이 들었다.

혹시라도 이 영화를 보면서 내 생각을 했던 사람은 없었을까.
심지어 영화의 여주인공 이름이 내 이름과 거의 같다.
나는 라라랜드를 볼 때 좀 졸렸는데, 눈이 감기려고 하는 순간에 영화에서 갑자기 내 이름을 불러서 정신이 확 든 적이 몇 번 있었다. ㅎㅎ

그렇게 오랜만에 아무 생각없이 극장에 갔다가
영화에서 여주인공 이름이 나올 때 갑자기 십년만에 내가 떠올라서 눈물지은 사람은 없을까?

없겠지?
슬프다...





스리랑카 영화 ඇගේ ඇස අග










스리랑카에서 2년 살았지만
극장에서 본 영화는 Mamma Mia가 전부였던 듯 (아니면 내가 기억을 못하는 건지..)


스리랑카를 떠난지 몇 년이 지나 후에야
싱할러가 나오는 스리랑카 영화를 처음 보게 됐다.

ඇස අග는 아래 그림처럼 눈의 끝부분...이라고 하는데,



원제 ඇගේ ඇස අග는 직역하면 그녀의 눈꼬리라는 뜻이다. 그러나 영어 제목은 let her cry. 스리랑카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기 전 눈의 끝쪽에 모여있다고 하는데, 그만큼 참아온 슬픔을 의미한다고 한다.

내가 알아보는 반가운 랑카 풍경이 나오기를 기대했지만
그렇지는 않았고,
대신 바닷가 풍경이 종종 나와서 그리움을 불러일으켰다.

내용은 뭐.... 내 기준엔 그냥 그렇다.

영화 끝나고 감독과의 Q&A 시간이 있었는데
통역 상의 어려움으로, 관객의 질문 의도와 감독의 답변이 제대로 조화를 이루지 못해서 크게 도움은 안 됐다. 스리랑카 분들은 대부분 영어를 일정 이상 구사하는 편이지만 감독은 영어가 100% 편한 분은 아닌 것 같았고, 통역으로 불려나온 한국분도 통역 전문이 아니라 '너 영어 잘 하잖아, 니가 나가서 해' 역할로 끌려나오신 분 같았다.


딱 하나 그 Q&A 시간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스리랑카 거주 경험으로 인해, 스리랑카 상류층(?) 분들은 영어 쓰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공식 행사에서도 영어를 주로 쓰고.

영화에서도 직업이 교수인 남자 주인공만 유독 계속 영어를 써서 (타인이 스리랑카어로 물어도 영어로 대답) 랑카 사람의 그 '영어 선호' 속성을 반영한 건가, 지식인 허세를 드러내는 감독의 의도인 건가...했는데,
그저 배우가 인도 사람이었기 때문에 스리랑카어를 못 해서 그런 설정이 나왔다는 거 :)
그래도 그 남자 배우도 스리랑카어를 가끔 쓰긴 한다.









누구?


2011년 초에 시사회로 Remember me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사랑하면서도 상처 주고 사는 가족 이야기인데,
얼마 전 역시 풀기 쉽지 않은 가족 갈등을 겪으며 괜히 이 영화가 생각나서 1000원 주고 tving에서 구입해서 봤다.

괜시리 다시 보게 되던 영화.

오늘 영국의 해리왕자와 배우 메건 마클의 약혼 보도를 보다가 메건 마클의 영화 배우 이력을 보니, '리멤버 미'에 최악의 보스 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라는 기사가 있었다.

이 영화에는 최악의 보스가 안 나오는데?!?! 하며 정보를 찾아봤더니 메건 마클은 이 영화에 본명 Meghan과 비슷한 'Megan' 으로 출연했다.


 




 

다시 한 번 영화를 돌려보니, 메건이라는 등장인물은 "Do, not, speak" 위의 대사만을 남긴 채, 빠르게 사라진다.
이 배우가 실제로 영국 왕자와 결혼하게 된다면... ㅎㅎ 당시 촬영 현장에 같이 있었던 사람들이 저마다 경험담을 이야기하겠구만. " 그 단역이 영국 로열 패밀리가 되다니..." 하면서 :) 


Let the right one in







" Ok. Let your head rest in my hand. Relax. I got you. 
promise. I won't let you go. 
Hey man. I got you. There you go. Ten Seconds. Right there. You in the middle of the world."





세상에서 단 한 번
제때에, 필요했던 말을 해줄 사람
만나기 어렵다.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