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당시 "싸이월드"에 글을 열심히 썼다.
하나의 탈출구였던 것 같다.
매일 눈물 흘리게 만들었던, 당시에는 영원할 줄 알았던 슬픔도 차차 흐려졌고
이제는 일년에 몇 번 가끔씩 아빠를 생각하면서 그래도 잘 지낸다.
지금은 이제 싸이월드가 말그대로 '망하면서' 그 글을 다시 돌아볼 수 없지만
예전에 10여 년전 그때 쓴 글을 다시 읽어보니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감정들이 거기에 남아있었다.
그래서, 그 뒤로 부모님 상을 당한 친구들에게 늘 글을 쓰면서 슬픔을 달랠 것을 권유해왔다. 꼭 글을 써두라고 , 슬픔이 영원할 줄 알았는데 영원하지도 않고 기억도 지쳐가지만...십수 년 뒤에도 그 글은 남아서 당시의 내 마음을 나에게 다시 상기시켜 줄 거라고.
하지만 그 충고는 친구들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한창 고통을 겪고 있는 친구들은 그저 "지금은 그럴 정신이 없다" 정도로만 답했지만, 실상 그 행간에서 전해오는 느낌은 '감상적인 소리나 처하고 있네, 이 와중에 무슨 글은 글이야?' 이런 느낌이었다.
하지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은, 그 글과 함께 아빠도 그 기억도 살아남았다...였는데...
사진으로도, 묘비에서도, 기억나지 않는 '망자'가 된 부모에 대한 감정은 글과 함께 살아있더라는...
10여 년이 지나면 내가 어떻게, 얼마나 슬퍼했었는지조차도 잊어버리지만 글을 써두면 그 글과 함께 고인과의 감정도 같이 살아서 남더라는 이야기도 하고 싶었지만,
다들 직접 '당한' 상태에서는 '지극한 슬픔의 와중에 이게 무슨 허세스런 충고야? 작가 납셨네' 정도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 같았다.
누구나 슬픔을 극복하는 방법은 다를 테니, 헛된 조언이었겠지만
인생의 가장 고통스런 상황 속에 몰려서 고인과 나눈 나의 마음 속 이야기들이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다시 살아나는 경험이....
나는 소중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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