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동반자



호텔 멤버십 elite status에 눈뜨던 시절, 2011년.

Pullman Bangkok에 들어서니 침대 위에 이렇게 Gold회원을 위한 선물이 무심히 놓여있었다.




그 이전에 이용했던 호텔에서는 나에겐 쓸모가 없는 큐브를 줘서 (9년 넘게 한 면도 맞춰보지 못함 ㅋㅋ) 이런 선물에 둔감했는데, 풀만호텔은 꽤나 쓸모있는 걸 줬다.





세면도구를 담을 수 있는 가방인데,
내부는 3개의 수납주머니가 있고 생각보다 물건이 많이 들어가서 그 뒤 9년 동안 모든 여행을 함께 했다.

한 번도 세척을 한 적이 없는데, 아마 하얀 가방이었으면 지금쯤 못볼꼴이 되어있을 텐데 회색이라 더러움이 안 보여서 그냥 가지고 다녔는지도... 😄

앞으로 여행 계획이 없으니, 한동안 저 토일레트리 백에 들어있었던 화장솜을 꺼냈다. 집에서 쓰려고 보니 화장솜에서 저 백 내부 특유의 냄새가 났다.

내 기억에 그 냄새는 저 가방이 생긴 1년 뒤인 2012년에 다시 갔던 방콕의 all seasons의 비누 냄새인데, 그 비누는 사라지고, 그 포장지만 남아있다.(all seasons 브랜드가 ibis styles로 바뀌면서 앞으로 못 가는 호텔 브랜드라 기념으로 포장을 간직해두었다) 8년이 지나도록 어찌 이 가방 특유의 향취로 남아있는지 신기하다. 이 가방엔 그동안 여러 호텔을 다니면서 수집(?)한 수많은 토일레트리를 넣어 가져왔는데도 아직도 가방을 열면 묘하게도 그 비누의 냄새가 난다.


후각이 가장 강력하게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감각이라고들 하는데... (나도 '청각'아닐까 생각해왔는데 후각에 관련된 신기한 경험을 한 번 한 적이 있다) 이 비누 냄새와 함께 2012년 그 낡은 올시즌스의 방으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내가 예약한 호텔 중 최악의 설비였던 곳인데도... 사실 그 저렴한 설비 탓에 가격도 낮아서 내 돈 내고 머문 호텔 중엔 가장 오래 머문 곳이기도 하다.



2012년 all seasons BKK, 브라운관 티비를 마지막으로 본 곳 아니었을까...




2011년, 저 가방을 집어들었을 때는 이렇게 오래 여행의 동반자가 될 줄 짐작도 못했었지. 며칠 전에 새로운 토일레트리 백을 하나 샀기에, 저 백은 퇴역할 예정.

그런데 언제쯤 여행 떠날 수 있으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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