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중순, 심심해서 이 채널 저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중국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낯간지러운 연애나 얼토당토 않은 상황을 보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한국 드라마는 보지 않는데... 외국 풍경이 나오는 중국 드라마는 "남의 얘기" 같아서 그나마 보게 됐다.
그 다음 두번째로 만난 중국 드라마는 "평범적영요(平凡的荣耀 =ordinary glory)".
한국 '미생' 정식 리메이크작으로, 탄탄한 한국 원작 대본 덕에 중국의 41부작 스토리도 문제가 없었고, 각색도 잘 됐고 배우들의 연기도 너무 좋았다. 특히 한국의 '장그래'역할 중국 배우는, "중드"팬이 아닌 대부분의 사람에게서도 "임시완보다 외모만큼은 장그래에 더 어울린다"는 평을 받았다.
내가 본 여러 중국 드라마 중 1명에게만 연기상을 줘야 한다면 이 배우에게 주고 싶을 정도로, 이 드라마 촬영장에서 25살 생일을 맞이한 이 배우는 주연 연기를 잘 해냈다. 보통 현대극에서 그 나이의 중국 스타들이 해내는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를 넘어서는 복잡미묘한 연기를 훌륭히 소화했다.
평범적영요는 하루에 두 편씩 방영했기 때문에, 내가 두번째로 보기 시작한 중드임에도 첫번째 드라마보다 먼저 끝나버렸다.
문제는...
첫번째 중드가 (한국 드라마와 비슷하게)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거듭하면서 극중 캐릭터는 붕괴되고, 교훈을 억지로 주려고 하고, 스토리가 망해가고 있다는 점인데...
슬슬 이 드라마를 그만 보고 싶어진다. 원래 마지막으로 갈수록 흥미가 고조되어야 하는데 지금 거의 막바지에 왔는데도 '그만 볼까' 하는 생각만 스멀스멀...
내가 지금 이걸 왜 보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드는 한편으로 뭔가 이상하게 '의리'를 지켜야 할 기분이 드는 거다.
코로나로 인해 외출도 없고 이벤트도 없는
이번 긴긴 겨울밤을 심심치 않게 보내게 해준 것이 중드인데, 그 다리를 놔준 첫 드라마라서 뭔가 그래도 끝까지 봐주긴 해야 할 거 같은데, 내용은 또 못 봐주겠고.
(중국은 드라마 내용까지 국가에서 간섭하기 때문에 작가 뜻대로 쓸 수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용두사미🐍 수준도 아닌 용두사망🤮에 이른 중드를 보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심지어 이미 찍어놓은 것도 더빙을 입혀 내용을 바꾼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그나마 '드라마 시청'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상황이 사람 사이에 발생한다면 제일 골치 아프고 맘 아픈 거지.
누군가를 알게 되어 연인 사이가 됐는데
알고 보니 이 사람을 매개로 새로 알게 된 두번째 사람이 더 좋다! 이를 어찌 할까. 알고 보니 남자 친구의 친구가 나와 더 잘맞는 사람이라면?!? 첫번째 남자는 너무 유치해서 이제 버리고 싶은데 어쩌지? 그런데 좀 미안한데?!
사실 불륜남녀들이 늘 핑계처럼 하는 말이기도 하다. "널 먼저 만났어야 하는데..." 🙈
의리를 지킨다/와 마음가는 대로 한다/의 사이에서 갈등이 많아질 것 같다. ㅎㅎ 그나마 드라마는 안 보면 그만이라 다행.
기뻐도 슬퍼도 회식해도 우울해도 전골을 먹어도
와인 마시느라 바쁜, 의리를 지켜야 할 이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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