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accept. I never considered myself unlucky person at all. Doesn’t matter the injuries that I had. I think I am very lucky person."
다른 선수 팬들은 배부른 소리한다 그럴지 모르겠지만...
라파 나달의 호주오픈 2회 우승 도전은 또 실패로 돌아갔다.
삭막한 욕설이 난무하는 테니스 포럼같은 곳에는 더이상 가지 않고
주로 트위터에서만 테니스 정보를 얻는데, 내가 보는 요즘의 열혈 나달팬 트위터러 중에는
나달의 2009년 호주 오픈 우승을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 하다.
주로 2010년대 이후로 팬이 된 사람들이 트위터를 하는 것 같다.
다들 그뒤로 준우승 4번의 쓰디쓴 기억들 뿐.
2021년, 선수 나이가 많아져 조금 더 조바심이 나는 이때에
또다시 거창한 목표가 무위로 돌아가고 나니,
2009년 호주 오픈 결승전을 콜롬보의 호텔 펍에 앉아서 혼자 지켜본 게 정말 잘한 일 같다.
당시 나는 티비와 인터넷 없는 집에서 살고 있었고, 테니스 경기를 보려면 호텔 펍으로 가야 했다.
3번 정도 테니스 결승전을 본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무도 같이 볼 친구를 찾지 못해 혼자 본 것은 그 호주오픈이 유일했다.
테니스 결승전은 우천 연기의 특수 경우를 제외하고는 늘 일요일 오후에 시작하는데(2020년부로, 롤랑 가로스에까지 지붕이 설치되면서 이제 우천 연기의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짐)
내 기억으론....토요일 밤을 불태운 숙취로 인해 골골대면서 혼자 호텔 펍을 찾았다.
일요일 늦은 오후인 탓에, 펍에 사람도 거의 없었다. 그때쯤이면 다들 월요병이 시작될 시기인지라...
혼자 앉아서 핫쵸코..아마도 샌드위치?? 이런 거나 시키서 먹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보통은 맥주와 함께 테니스 경기를 보지만, 숙취 때문에.
경기가 5세트까지 길어지면서, 샐러드 같은 것을 한 번 더 주문했고 아마 그때쯤엔 정말 펍에 나밖에 없었을 거다.
그래도 홀로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며 숙소로 돌아왔던 듯.
잡힐듯 잡힐듯 호주 오픈 우승이 12년째 잡히지 않으니... 2009년의 그 경험이 더 귀해졌다.
그리고, 요즘 하드코트에서는 여실히 젊은 선수들에 밀리는 것을 보면서
2019년 US오픈 우승도 더 소중해졌다. 당시에 집에 홀로 있을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혼자 실제로 펄쩍펄쩍 뛰면서 (당시 우리집 아래층은 비어있었다.) 응원했었고 3세트로 끝날 것 같았던 경기가 5세트까지 늘어지면서 얼마나 긴장을 했던지...
오늘도 3세트에서 끝날 것 같았는데, 결국은 젊은 선수에게 밀려 역전패하는 것을 보면서
2019년 우승이 얼마나 소중했던 건지 더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그 우승으로 너무 많은 안도감을 얻게 되었던 것도 새삼 더 감사하다.
경쟁심을 갖지 말아야지, 그냥 테니스를 즐겨야지 하면서 마음을 누르면서도
끝내 아쉬웠던 것들이 손에 잡혔던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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