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Mondrian Seoul Itaewon

 


용산구청앞을 지나는 녹사평대로 육교에서 한강쪽을 바라보면 왼쪽에 보이는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예전 캐피탈호텔을 리모델링해서 2020년 8월 오픈했다. 동아시아지역에 최초로 선보이는 Mondrian 브랜드로, 공사할 때부터 기대를 모았지만 작년 코로나 시기와 개관이 겹치면서, 이 브랜드가 제대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도하에도 몬드리안이 있는데 왜 여기가 아시아 최초 몬드리안이라고 광고하는지 모르겠다.)

핫플레이스로 자리잡기 위해 야외 수영장을 꽤 공들여 지은 것 같았는데 올해보다 작년에는 코로나에 대한 공포가 더 컸으니 제대로 운영이 될지도 궁금했다. 그런 류의 야외수영장은 "나 여기 와 있지~!" 이런 사진 자랑을 통해 소셜 미디어를 타고 소문이 나야 하는데, 작년 그무렵엔 어디 놀러다니는 사진을 자랑하면 오히려 안 좋은 시선을 받는 시기이기도 했고. 



다른 세상으로 입장할 수 있을 것 같은😏, 밤의 1층 로비 풍경




그래도 '몬드리안'이라는 이름만큼 미적 치장에 신경을 쓴 호텔이라, 다행히 많은 사람들의 인증샷의 성지가 됐다. 주말에는 줄서서 체크인해야 할 정도로 붐비고, 수영장은 사진 찍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고.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을 이태원이라는 입지와 함께 고급화 전략으로 1박 20만 -30만 원대를 목표로 지었을 호텔이지만, 최근에는 '어쩔 수 없이' 비수기 10만원대에 안착해있는 이 호텔에 어버이날 기념으로 엄마와 방문했다.





방 전체를 조망하는 사진을 찍지 않았지만 기본 룸이 22m²로 너무 작다. 스탠더드룸의 상위 등급인 수피리어/프리미어도 서비스가 추가될 뿐 방 크기는 22m²로 같다. 
조식을 포함해 비수기에도 30만 원대에 육박하는 몬드리안 프리미어룸이 22m²인데.... 사람들이 들어가자마자 좁다고 불평하는 페어필드 영등포의 6-7만원대 방 넓이가 23m²이다.🤷‍♀️

5만원을 주고 숙박한 페어필드의 방이 좁다고 불평하는 후기는 많은데
30만원을 주고 숙박한 몬드리안의 방의 크기는 "좁지만 뭐...그래도..."로 평이 아주 나쁘지 않은 것을 보면 신기하다. 지불한 가격을 생각하면 사실 몬드리안의 방 크기에 불만이 더 많아야 할 것 같은데...
그렇다면, 몬드리안은 방의 크기 말고도 다른 곳에서 만족감을 많이 주기 때문에 불평이 적은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아마도 캐피탈 호텔을 리모델링한 호텔이라, 원래 호텔의 방이 너무 작았기 때문이겠지만 몇 층 정도는 벽을 터서 44m² 로 방을 만들고, 일부에는 욕조도 설치해서 비싼 돈을 지불하고 얻는 여유있는 공간을 느끼게 해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건축 구조 측면에서 벽을 부수면 안 좋은 건가?? 하지만 문 닫고 최근 리모델링 중인 한 5성 호텔도 벽을 터서 더 큰 방으로 만들 거라고 하던데...)







세면대는 외부에 개방되어 있고, 방에서 어느 쪽으로 시선을 돌려도 디자인은 예쁘다. 여러 가지 어메니티도 정갈하게 잘 정리되어 있다. 칫솔 품질이 좀 실망스러웠지만 대나무 빗은 귀여웠다.
하지만 이렇게 샤워 부스, 화장실, 세면대를 분리해놓은 이 공간이 너무 좁아서 "역시 안 되겠다" 싶었다.





사진으로 보기엔 문제 없어보이지만, 파란 타일 샤워부스는 예쁘기만 하고 좁은 편. 
화장실 이용할 때 문을 여닫고 드나드는 공간도 너무 좁아서 몸을 젖혀가며 드나들어야 해서, 무슨 뉴욕/홍콩/런던 류 극악한 땅값을 자랑하는 도시의 호텔에 와서 '그래, 여기가 맨해튼인데 이 정도는 참아야지' 하고 견딜 때의 느낌을 준다. 
나는 체구가 작은 편인데도 불편했는데, 건장한 남성분들은 불만이 없을까?? 그런데 호텔 후기, 특히 세세하고 사진 많이 찍는 호텔 후기는 대부분 여자분들이 쓰시는 지라... 화장실 크기에 대한 불만 후기는 많이 못봤다. 😅





방이 좁으니 옷장도 오픈형일 수 밖에 없고...
그래도 미니바는 구석구석 신경 쓴 디자인에 알차게 준비되어 있다. 
네스프레소 캡슐도 4개 놓여있었는데 디카페인 커피도 있어서 좋았다.






방은 예쁘고...
호텔 1층에 펍과 커피빈,
호텔 지하에 식당과 서점, 빵집에 편의점까지 들어와 있어 호텔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즐길 거리가 많다는 점은 좋았으나

아무래도 스위트 이상을 예약하지 않고는 몬드리안의 기본 방은 너무 좁다는 것이 큰 단점으로 느껴졌다. 같은 Accor 회원 중, 최근에 오픈한 페어몬트가 41m² - 9월 개관 예정인 소피텔이 37 m²가 기본 방 크기인 것을 생각하면 (아무리 이 두 호텔은 30만 원대이상이라 해도) 그 정도의 넓이가 "5성"을 표방한다면 기본이 아닐까 한다. 
차라리 좀더 무게감 덜한 호텔 브랜드를 들여오는 게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호텔 외부는 미술관처럼 잘 꾸며서 몬드리안에 어울리긴 하지만, 방 내부는 머큐어 정도의 크기인 듯.

하지만 사진을 찍어서 인증샷 인생샷을 남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요즘 분위기를 잘 읽어낸 탓인지, upscale호텔 매각이 줄잇는 코로나 시국에서 몬드리안은 2021년 6월 흑자로 전환했다고 한다. 시류도 제대로 모르고 사는😅 나의 괜한 걱정이 무색하게..
수영하는 곳이라기보다는 🧜‍♀️ 인간이 퐁당퐁당 들어가서 사진 찍는 곳인 '수족관'형 instagrammable 수영장과 남산 조망 루프탑 바가 유명해져서 하절기 내내 영업 실적이 좋을 것 같다.



아침식사는 뷔페 식이 아닌 단품으로 제공되는데, 1층 조식당 클레오가 "지중해식"을 표방한 곳이라 흔치 않게 "지중해식" 조식까지 주문할 수 있다.



무난하게 엄마는 한식/나는 미국식을 주문해서 먹었는데 맛은 뭐, 평범하다. 엄마가 호텔 조식에서 국 같은 것이 맛있었을 경우 감상평을 남기시는데, 그닥 반응이 없으셨다. 나는 조식 포함가로 예약을 해서 가격을 따로 신경쓰진 않았지만, 위 조식이 1인당 38000-42000원 정도라는 걸 생각하면 흠... 🙇‍♀️ (즉, 위 사진이 8만원 상당의 조식임)




대신 식당 분위기는 좋다. 사진 잘 나옴. 



* 장점

- 디자인에 굉장히 신경을 쓴 곳으로 사진 찍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나칠 수 없을만한 곳이 여기저기에... 나는 사진을 많이 찍지 않았지만, 가보면 안다 😊
- 호텔 내부에 커피빈, 각종 식당, 서점, 편의점 등이 있다.
- 루프탑 바, 로비 카페 등 분위기 좋은 곳이 많다. 약간 낡은 동네인 주변과 완벽히 다른 신선함을 준다. 




* 단점

- 방이 너무 좁아서 이 호텔의 가치를 느끼기 어렵다. 만약 호텔이 편안한 쉼보다는 '사진 찍고 추억을 남기러 가는 곳'이라면 가치를 느낄 수 있다. 🤳 
- 아래 사진으로는 "투명한" 물을 보기는 어렵지만, 샤워 후 샤워 부스에 물이 발목까지 차오른 상태임. 배수가 안 좋음


- 특정 방향의 방은 바로 옆 아파트 창문과 마주해서 커튼을 열어놓을 수가 없는 등, 전망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 그래도 위치에 따라서 한강이나 남산이 저멀리 비껴서 보이기는 한다.


이 공터에 뭔가 높은 건물이 완공되면 남산 조망까지 불가능해질 수도?!?!
- 지하철역에서 멀고, 버스 정류장부터는 언덕을 걸어올라와야 함. 짐가방 끌고 오는 외국 관광객은 고생 좀 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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