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그동안 중국드라마를 보다가, 최근엔 넷플릭스 미드/영드를 보기 시작했는데 미드를 보다보니 예전에 드라마를 볼 때 느끼던 단점이 확실히 뭔지 알겠다.

내가 중국 드라마를 재미있게 본 이유는 배우에 대한 사전 정보가 너무도 없어서 배우가 아니고 그냥 그 역할의 그 사람 자체로만 느껴져서 극에 집중이 잘 됐기 때문이었다. 바로 옆나라인데도 중국 연예계에 대한 지식은 전무했다보니...

가장 다행이었던 것은 '미생'의 중국 리메이크작 '평범적영요'가 거의 처음 본 중국드라마에 속한다는 것. 배우들을 정말 단 한 명도 몰라서 다들 진짜 회사원인 줄. 🏢👨‍💼👩‍💼🧑‍💼 게다가 한국판 미생도 안 본 상태여서 내용에 더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중국드라마를 여러 개 본 뒤에 '평범적영요'를 봤다면 아마 '어? 저 사람 저번 그 드라마에서 주인공 엄마로 나온 사람이네' , ' 저 배우는 그때 그 드라마에서 바람 피웠던 그 사람이구나' 이런 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평범적영요를 볼 때는 모두 처음 보는 사람들이다 보니 배우라기보다 회사원으로 보였고, 진짜로 남의 회사 생활 들여다보는 것처럼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 유명 배우의 딸이 주연으로 + 그 엄마가 극중에서도 엄마 역할로 같이 출연하는 미드를 보니, 주연 배우가 그냥 엄마 잘 만나 쉽게 할리우드에 안착한 배우로 보여서 집중이 안 된다. 물론 드라마 상에서 자기 역할은 잘 해내고 있지만, 경쟁이 치열한 할리우드에서 엄마 연줄을 잡고 쉽게 주연 배우가 됐구나 하는 생각만 든다.

생활이 곤경에 처해 가정부로 나선 여주인공이 부유한 집에서 청소하다가 옷방에서 160만원짜리 캐시미어 카디건을 몰래 입어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게 '위험한 동경'으로 보이면서 긴장감이 생기는 게 아니라 '저 배우는 엄마가 유명 배우니 어릴 때부터 저런 옷 이미 넘치게 입어 보면서 자랐겠지?' 이런 생각이 머리 속에 먼저 떠오른다. 

주인공을 몹시 괴롭게 하는 조증 걸린 엄마 역할로 나오는 실제 엄마 배우 역시 몰입을 방해한다. 예전에 다른 차분한 연기를 봤기 때문인지 이번에는 그저 과장된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고, '모녀 사이에 저런 연기라니... 감독의 컷 사인이 나면 서로 깔깔 웃지 않을까'하는 생각만 들어 집중이 안 된다. 왜 이런 캐스팅을 했을까. 미국의 빈곤층을 실감나게 그린 드라마인데, 처음 보는 배우가 연기를 했다면 나도 모르게 '저 사람은 진짜 거리에서 데려온 사람 아냐?'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었겠지만 이 드라마를 볼 때는 '저 모녀는 가난을 '연기'하고 큰돈을 벌어가겠구나'라는 생각이 더 든다.

확실히 배우가 누구인지 알고 사전 정보가 있으니 드라마 볼 때 딴 생각만 나네.
그런데 요즘은 중국 드라마도 별로라서 볼 거 없는데....
(중국 드라마 팬 사이에도 2021년에는 괜찮은 드라마가 없었다는 평이 많다. 요즘 중국 당국이 연예계 기강을 세게 잡고 있기도 하고.)

그리고, 그동안은 내가 누가 누군지 몰라서 그냥 중국 드라마를 재밌게 봤지만 사실 일부 중국 배우는 웬만한 할리우드 배우보다 더 부자일지도. 😂 사업가인 남편의 빚 500억원 정도를 벌어서 갚았다는 설이 있는 중국 배우도 있다. 이제는 슬슬 몇몇 배우의 배경을 알게 되어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이유로 흥미를 잃어 가고 있기도 하다.


---- 마지막으로, 내가 본 그 미드를 관통하는 주제는 "부모 복이 없는 사람은 배우자 복도 없다" 같다. 그런데 그 역할을 엄마 덕에 비교적 쉽게 주연 배우가 된 사람(부모 복 넘치는)이 하고 있으니 뭔가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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