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튼 가든인 루프탑 수영장 보고서



나는 물에 들어가 있는 걸 참 좋아한다.
비록 수영은 배영밖에 못하지만.
자유형은 호흡법을 잘못 배워서 10m도 못 나간다. 온갖 수영장 물이 코/입으로 다 들어옴 🥶 으엑. 자유형으로 수영장 왕복하고 있는 사람들 보면 부러움.
그나마 전에 한 친구가 생존에는 '배영'이 가장 중요하다고 해서 위안이 됐다.





11월 말, 12도 가까이 오른 흔치 않은 날씨에
온수풀이 있는 옥외 수영장이 있어서 갔다.
정말 운이 좋았다. 마침 주말에 기온도 높았고 11월 말에 서울 하늘을 보며 수영할 수 있어서. 
야외라 감염 위험도 적은 편이고.

요즘 이런 곳은 수영 자체보다는 사람들이 사진 찍으러 오는 곳인데, 진짜 수영을 하기 위해 물안경까지 가지고 가서 촬영보다는 '수영'을 주로 한 결과... 단점까지 낱낱이 보게 됐다.

7월 중순에 개관해서 이제 만 4개월 정도 된 수영장인데 밑바닥 타일 선에 여기저기 시커먼 때가 끼어 있었다. 야외 수영장이라 쉽게 더러워지는 건 막을 수가 없겠다만...비교적 '신생'수영장이라는 느낌은 하나도 없는, 잠수 후 바닥만 보면 오래 된 수영장 같았다. 

그리고 수영모가 필수임에도 불구하고 바닥에 내려앉아 있는 수많은 긴 머리카락들이 인상적이었는데, 어찌 머리카락이 물에 둥둥 떠다니지 않고 바닥에 붙어 있는 건지 신기했다. 잠영을 하다가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손톱(?!) 한 조각도 목격.


요런 거 한 조각이 수영장 바닥에... 💅



입장 시엔 수영모 소지 유무를 필수로 확인하고 무료로 빌려주기는 하는데, 정작 풀에서는 관리 요원이 제지하지 않는다는 후기도 봤다 (즐거운 기분으로 놀러왔는데 아마 서로 얼굴 붉힐 일 만들기 싫어서 그럴 듯) 워낙에 루프탑 수영장은 수영보다는 다들 사진을 찍고 친목을 다지기 위해 오는 곳이라... 수영모를 쓰면 사진발이 살지 않으니 화장 한 채로 수영모 없이 물에 들어와서, 물 속에 긴 머리카락과 기타 부유물이 유난히 많은 듯 했다.





더 놀란 건...ㅎ
내가 화살표 표시를 해놓은 수영장 물과 벽의 경계선을 따라 회갈색 라인이 생성되어 있음. 오래된 욕조에 생기는 그런... 😲 ㅎㅎ 물이 얼마나 더러운지 실감함. 생긴 지 반년도 안 된 수영장인데. 




하지만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포기했다가 거의 2년만에 하는 수영이라 즐거웠고, 어차피 공공 수영장에서 청결을 기대하긴 어려우니 그냥 몇 십분간 수영을 즐김. 🏊‍♀️


그래도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
최근 문을 연 몇몇 instagrammable 실외수영장 중에 '사진 촬영용 수족관' 수준을 벗어나 진짜로 수영을 즐길 만한 크기는 된다는 것이다. 길이는 몰라도 적어도 폭은 이곳이 제일 넓은 걸로 보인다. 물론 이런 실외수영장을 지닌 호텔 대부분이 더 큰 실내 풀도 보유하고 있기에 야외 풀은 부가적이라 더 작고, 여기는 이 야외가 전부이기 때문에 약간 더 크게 만들었을 수는 있겠다. '인생 사진'을 남기는 게 목적이 아니라, 초봄, 늦가을에도 서울 하늘 아래 수영하고 싶은 사람은 여기를 선택하는 게 좋다. :) 물론 한여름에 가면 물반 사람반이 되어 수영하기 어렵다.

코로나로 인해 수영 시간대가 배분되어 있는데, 조금이라도 기온이 더 높은 낮에 즐기고자 곧장 들어갔다. 우리 다음 시간대에 풀메이크업을 한 여자분 4분이 올라오시는 걸 보고 이른 시간대에 먼저 끝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계속 배영과 잠영으로 수영장 끝과 끝을 왕복으로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시간이 겹쳤다면 그분들의 사진 배경으로 원치않게 계속 등장했을 수도 있으니. 

흠... 11월에 야외 수영해서 좋았지만
자세히 알면 물속에 얼굴 집어넣을 수 없는 수영장. 🤫
11월 30일로 운영을 중단한다고 하니, 이제는 벽과 바닥에 낀 때를 씻어내고 봄에 돌아오기를.

4월에 재개장 예정이라고 하는데...
올해 7월부터 11월까지 누적된 '때🌚'가 저 정도인데 내년엔 4월부터 11월까지 영업을 하면 수영장이 어찌될지 궁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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