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파리에서 가장 좋아하는 호텔 중 하나"
이렇게 쓰면 엄청 허세스럽겠지? 😛 마치 파리에 자주 가는 양, 파리 호텔에 수십 개 방문해본 양. 그런데 직접 방문해보니 만족도가 엄청 높았다.
찰나의 순간 💫 잡은 호텔.
IHG 호텔 앱에서 대충 몇몇 날짜를 넣어보고 있는데 이 호텔 무료 숙박이 20,000포인트에 나온 것을 보고 뒤도 안 돌아보고 잽싸게 예약. 위치가 나쁘지 않기 때문에 일단 예약해놓고 보기로 했다. 포인트 사용은 예약도 간단하고 취소도 수월하기 때문.
IHG 2만 포인트는 최대로 후하게 쳐서 13-14만원 정도 가치가 있기 때문에, 100유로 정도로 파리 14구 깔끔한 새 호텔 Voco를 예약한 셈이다. 내가 예약한 뒤로는 아예 이 날 포인트 무료 숙박이 사라졌다. 포인트 숙박시 파리 시티택스 1인당 2.88유로만 호텔에서 결제하면 된다.
내가 IHG 계정에 2만 포인트가 쌓이도록 쓴 돈도 5박 37만원 정도 뿐이고 그때 여행은 그때대로 잘 즐겼는데, 거기서 부차적으로 나온 포인트로 파리 1박을 무료로 하게 됐으니 완전 이익. (코로나 시대의 유일했던 장점, 초저렴한 숙박비 + 여러 프로모션이 있었기에 이 예산이 가능했다)
총액 37만원으로 4성 호텔 2박 포함해서 ihg 호텔 "6박"을 하게 되는 셈.
maps.google.com |
지하철 13호선 Gaîté - Joséphine Baker역 5번 출구가 도보 1분 2분 따질 것도 없이 그냥 호텔 바로 앞에 있고, 예전 이름은 Holiday Inn Gare Montparnasse였을 정도로 몽파르나스역에서도 도보 5분 정도로 가깝다. 지하철 출구가 호텔 입구 바로 앞에 있기는 하지만 계단이 아주 많으니 짐이 많으면 고생은 피할 수 없긴 하다.
예전에는 홀리데이 인이었다가 브랜드를 voco로 바꾸고 리노베이션을 거쳐 2020년 10월 중순 새로 문을 열었다. 수많은 지하철 노선 & TGV까지 통과하는 몽파르나스역도 있지만 호텔 바로 앞 버스 정류장에서 58번을 타면 루브르박물관까지 20여 분, 92번을 타면 개선문까지 20여 분 걸린다.
야간 정각에 에펠탑 아래에서 반짝이는 점등 쇼를 보고 나서 92번 버스 정류장 Bosque saint-Dominique까지 도보로 10분 안 걸리고 (밤 11시에도 주위 노천 카페에 사람이 많아서 여자 혼자서 걸어 다녀도 괜찮음) 버스 타면 호텔 앞까지 15분 소요된다. 몽빠르나스역에 야간에 도착하는 가족 단위 여행자들도 많아서 밤에도 호텔 근처 지역이 하나도 무섭지 않다. 밤에 괜히 혼자 쫄아있다가 꼬마들까지 가족과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안심.
한동안 내가 숙박하는 날 30만 원대에 예약을 받아서 난 그저 20000포인트로 예약해뒀으니 엄청 이익이라고 기뻐했지만💃, 예약률이 높지 않았는지 숙박 며칠 앞두고 100유로대로 복귀. 사실 그 가격이면 20000포인트 숙박이 맞다. 😒
포인트 예약은 이틀 전까지 무료 취소가 가능한데, 이틀 전에 가격 100유로대 된 거 체크하고 포인트 숙박 취소하고 유상 숙박을 했어야 하나 후회 중. 달러 환율의 무지막지한 상승으로 이미 가진 2만 포인트의 가치가 더 커진 느낌이어서;;;;
그래도 160유로 이상의 방으로 업그레이드 받아서 위안.
가장 작은 방인 cozy queen room을 예약했지만, 내가 실제 머무른 방은 세 단계 정도 업그레이드 받아서 성인 3명이 묵을 수 있는 premium king room이었다. (cozy-> standard -> balcony or terrace city view -> premium 등등 방 종류가 엄청 많다)
넓고 침대가 커서 좋았다. 소파 베드 포함. 22-27m² 사이의 넓이.
최근에 몇몇 좋은 호텔을 가봤지만, 여기는 정말 침구 '면'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5성 호텔이라 해도 오픈하고 시간이 지나면 구멍 난 시트 등 침구마저 낡아가는데, 여기는 4성이지만 오픈한 지 1년 반 정도밖에 안 됐기 때문에 침구 질이 더 좋게 느껴졌다.
뚜껑(?)방향을 돌려서 원하는 방향으로 조명이 나오게 하는 간접 조명 등 조명이 곳곳에 예쁘게 설치되어 있지만, 사실 옛날에 만들어진 호텔이라 마스터 조명 제어같은 건 없었다. (내가 못 찾았나??) 간접 조명은 은은해서 좋지만 일일이 불끄러 돌아다녀야 한다.
첨에는 내 방 문을 열자마자 문이 또 있어서 '이거 또 커넥팅룸이야?'했다. 하지만 욕실에 처음 들어갔을 땐 깨닫지 못했는데 두번째 들어가보니 알았다. 변기가 없었다. 출입구 바로 옆 문은 변기만 따로 설치되어 있는 공간의 문이었다. 2명이 숙박할 때 서로 동시에 샤워와 용변을 해결할 수 있는 건 좋겠지만 손 씻는 곳과 분리되어 있어, 다들 일을 본 후 그냥 나올 테니 저 문고리가 얼마나 더러울까 하는 생각을 했다.
욕실은 리노베이션 안 하고 예전 홀리데이인의 타일을 그대로 사용했다. 언뜻 보면 괜찮으나 가까이서 보면 좀 지저분하다.
3성급만 다니다가 이걸 보니 너무 반가워서 찍었다. 흑흑.
종이컵에 비닐을 씌워놓은 디테일, 그리고 클리넥스. 3성급에는 없던 것.
냉장고도 그렇고..
원래 냉장고 사진까지는 안 찍는데 너무 반가워서 찍었다. 그전 호텔들엔 없었거든. 🤗 그런데 정작 일찍 채워놓는 것은 깜빡해서 맥주 한 캔도 하지 못했다. 간발의 차로 수퍼마켓이 문을 닫아서 아쉽게 발길을 돌렸다. 호텔 나와서 좌측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까르푸씨티가 있어서 매우 편리하다. 한국사람을 무척 좋아하는 할아버지 계산원을 만났다. (나이로 보아...가게 주인이신 걸까?!?)
도보 2분 거리의 Brasserie Saigon에서 먹은 Bo bun도 내가 이번에 파리에서 먹은 보분 중에 제일 맛있었다. 물론 어쩔 수 없는, 19000원 가까운 가격은 눈물났지만... 😂
웰컴 드링크 마시기 너무 좋은 공간, 뒤뜰이 있다. 바깥은 큰 짐가방을 끌고 다니는 여행객들이 가득한 기차역 주변지역이지만 한발짝 물러나면 여기는 너무나 조용한 다른 세상이다. 그래서 이 호텔이 더 맘에 들었다.
그냥 포인트 예약에 걸려들어 예상치 못한 지역에 숙박하게 됐지만, 너무 편하게 쉬었고 덕분에 밤 11시에 에펠탑을 보고 올 수 있었다. 혼자 하는 여행이라 밤에 나가는 건 왠지 용기가 안 났었는데 이 호텔에 와보니 버스 정류장이 너무 가깝고 주위에 사람이 많이 다녀서 시도를 할 수 있게 됐다. 괜히 에펠탑 근처임을 내세워 가방 하나 못 펼치는 비좁은 방에 수십만 원 받는 곳을 예약할 필요가 없었다. 조용하고 예쁜 공원 뤽성부르 공원도 도보 거리 안에 있다. 나는 버스를 타고 갔다가 돌아올 때는 걸어왔다.
참.. 그래도 단점은 있는데 직원들이 그다지 친절하거나 전문적이지 않고, 호텔 급에 비해 생각보다 영어에 능숙하지 않았다. 뚜껑이 잠겨져 있지 않고 침전물이 많은, 방에 비치된 유리 물병에 대해 이야기하자 새로 하나 보내주겠다고 대답만 하더니 아무 것도 안 했던 직원에다가... 🙇
단지 나에게 와인을 한가득 따라준, 프랑스어만 하시는 할아버지 한 분만 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줬다.
그래도 이 호텔과는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좋은 만남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곳이 기억에 남은 이유는, 이 호텔에 가기 전까지는 그저 '테니스 관람단'🏆목적에만 충실했던 나를 잠시나마 '파리 여행객'으로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 숙박비가 22만 4천원 정도로 책정되어 있던 방에 난 세금 3900원만 내고 묵었기 때문에 지불 가격 대비 최상의 만족을 느낀 것일 수도 있다. 😉
한참 뒤에 이 호텔 물 - castalie - 에 대한 의문이 풀렸는데, 환경 보호를 위한 노력으로 [정수기]를 통해 수돗물을 정수해서 플라스틱이 아닌 유리병에만 담도록 하는 제품인 걸로 보인다. 위에 나온 회사 설명에는 "우리는 염소(chlorine)와 물에 남은 잔류 입자들을 여과해내는 전문가" 라고 되어있지만 사실 밀봉되지 않은 채 제공되는 물병 안에는 이것저것 둥둥 떠다닌다. 😵 처음에 물을 마시려다가.. 누가 장난쳐 놓은 물인 줄 알았다.
아마도 입구가 좁고 전체적으로 길쭉한 이 병을 제대로 세척하지 않은 채 재활용해 쓰기 때문일 것 같은데, 그냥 환경 보호 일환이려니 하고 눈 딱 감고 마시는 수 밖에 없다. 뚜껑이 밀봉된 제품이 아니니, 누군가 아무 물이나 갖다 놔도 모르겠네...하고 걱정된다면 호텔 바로 옆에 까르푸가 있으니 사다 먹으면 된다.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적 환경 오염이 없는, 현장에서 정수 해서 먹는 water from HERE and TODAY" 가 이 정수기의 모토라지만... 솔직히 물병이 그리 깨끗하지 않아보임. 😔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