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몇몇 대회를 마음 아프게 탈락하는 걸 지켜봤던 선수 야닉 시너.
(이탈리아 북부 출신인데 이탈리아어 식으로 읽으면 얀닉 신네르인데 본인이 영어식 발음으로 불리기를 선택한 듯. 오스트리아와 가까운 이탈리아 출신이라서 '시너'는 독일어식인가..했는데 독일어로는 성을 '지너'라고 읽어야 한다고)
늘 간발의 차로 탈락하는 걸 지켜봤던 시너가, 작년 가을부터 한 차원 더 성장하더니 현재 호주오픈 결승에 올라있다.
트위터에서 ( X : @NICSF )팬이 만든 듯한 영상을 보다가 2022년에 내가 직접 현장에 봤던 경기 장면도 나왔다.
내가 2세트까지 지켜보다가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서 어쩔 수 없이 그냥 경기장을 빠져나온 경기였는데, 수십분 뒤 시너가 기권을 했다는 걸 알게 됐다. 난 경기 관람을 아쉽게 포기했었지만 끝까지 보려고 했더라도 어차피 금방 종료가 되었겠구나.. 했던 경기였다. 그런데 아파서 기권한 건 알았지만 그날 무릎에 붕대를 하고 있었다고??
내가 당시에 경기를 보면서 찍은 영상을 이제야 자세히 보니 내가 찍은 영상 속에서도 왼쪽 무릎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TV 중계로 봤으면 선수가 무릎에 붕대를 감고 뛰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는데, 선수가 개미만하게 보이는 현장 직관이라서 오히려 놓친 디테일. 그래서 난 선수가 아픈 줄도 몰랐어서, 내가 경기장을 빠져나와 호텔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다가 대회 앱을 보고 '엥? 기권했다고??' 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1세트를 시너가 6:1로 쉽게 이겼고, 2세트는 확 기운 것도 아닌 평범한 스코어 4:6으로 종료된 것을 보고 나온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실 스포츠 경기 직관은 그 현장감 때문에 훨씬 두근거리고 즐겁긴 하지만, tv중계보다 못 보고 지나치는 일도 많다. 물론 tv로는 못 보는데 현장에선 볼 수 있는 것들도 있긴 하지만.
위와 같은 대회 롤랑 가로스에서 한 선수가 큰 부상을 당하는 경기 때도 난 그 현장에 있었는데 당시에는 무슨 일이 생긴지 확실히는 몰랐다. 내 좌석 사각지대에서 벌어진 일이라. 잠시 뒤에야 선수가 크게 넘어진 걸 알게 됐고, 나중에 선수가 목발을 짚고 절뚝이며 걸어나와 기권을 선언하는 걸 봤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야 경기 영상을 다시 보면서 선수가 비명을 크게 지르며 괴로워했고 운동장에 주저앉아 고통을 호소하는 소리마저 엄청 크게 들리게 녹화되어 있다는 걸 알았다. 현장이 오히려 현장감이 덜했네?
그런데....
1년 반이 흐른 현재, 인터넷에서 "저 그날 현장에 있었어요. 뼈가 뽝! 하는 소리가 그대로 들려서 너무 무서웠어요" 이런 글을 보게 됐다. 정말?? 난 2층 좌석이라 그런가?? 난 아무 것도 못 들어서 처음엔 무슨 일이 생긴지 몰랐는데??
그 글쓴 분은 완전 앞자리에서 보신 건가봐. 나는 현장에 있었지만 사실 선수의 비명 소리도 잘 들리진 않았었다. 나중에 유튜브 영상을 보니 현장음이 굉장히 생생해서 그라운드 가까이에 마이크 같은 게 있을 거라고 짐작했다. 🤔 내 생각에는 그 분이 나중에 경기를 영상으로 본 기억과 현장의 기억이 합쳐지면서 만들어진 또다른 2차 기억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긴 하지만, 내가 경기장 맨 앞열에서 본 거 아닌 이상 또 모르지 뭐. 앞줄에는 실제로 그런 소리까지 들렸는지도.
아무튼 현장 직관을 해도 의외로 놓치는 게 많고, 같은 장소에 있어도 서로 다른 기억을 가지게 된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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