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키웠다






생각보다 슬프지 않았던 나달의 '마지막일지 모를' 롤랑 가로스 경기.

나달이 부진했던 2015-2016년경부터 '다시는 그랜드 슬램 우승을 못할지 몰라'라고 나 스스로도 생각해왔는데, 2017년부터 갑자기 부활해 우승 기록을 늘리면서 '덤'같은 즐거운 기억이 많아졌고 2022년 RG 우승 "목격" 이후로 많은 걸 내려놓을 여유가 나에게 생겨서이기도 하겠지.

스포츠 팬은 자식 키우는 부모 맘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던데
이날은 그저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받으며 입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이상하게 뿌듯했다. 내가 키운 것도 아닌데. 🤗

1회전 패배지만 진 상대도 납득할 만한 상대라서 아무렇지도 않고. 
오히려 프랑스에 있는 친구가 '이거 보러 왔는데 그렇게 져서 어쩌냐'하며 아쉬워했지만, 난 어차피 1회전 표 밖에 구하지 못했는데 뭐. 2회전 갔으면 표 구하기가 어려워 더 아쉬웠을 뻔. 
내가 가끔 글을 보곤 하는 - 매년 이 기간에 파리에 방문하는 열성적인 한국인 팬분... 나보다 일찍 파리에 도착해 있는 걸 알았는데, 그분은 RG 결승 다음 날짜까지 (파리 체류 2주 이상) 비행기표를 예약해 놓아서 나달은 진작에 떠난 프랑스를 여전히 지키고 계신 것을 보고 난 나달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결승 진출까지 염두에 두었다니....난 나달 1,2회전 이내 탈락을 예상하고 체류 기간도 짧게 잡고 갔다 왔는데. 😶‍🌫️ 물론 여행의 자유도를 높이려고 편도 항공권으로 프랑스에 입국하긴 했지만, 2회전 이후의 RG 티켓은 취소표가 나오는 게 보여도 구입하지 않았다. 

나달이 최근 여러 경기들에서 새로운 희망을 얻어서 커리어를 좀 더 이어나갈 모양이던데, 즐겁게 테니스 하다가 은퇴했으면.
난 이제 슬슬 잘 보내 줄 준비가 되어가는 듯. 😉
이날 이후로 뭔가 홀가분하다.
어쩌면 이 후련함을 위해 먼길을 떠났었는지도.
단지, ⬇️이 프랑스인의 말처럼 나달이 떠난 후 내내 비가 와서 파리는 춥고 우중충해져 그것 때문에 기분은 별로였다.





그건 그렇고, 현장에 있어서 놀란 점은..
집에서 중계를 보면 앞 경기가 끝난 후, 내가 기다리는 다음 경기 시작 되기까지가 너무 지루했었다. 그런데 이날은 앞 경기인 Iga Swiątek 경기 끝나고 나달이 진짜 금방 나왔다는 거. 사진 찍힌 기록으로 보면 약 10분 정도? 집에서 중계 볼 때는 분명히 그 이상의 시간을 기다리는 것 같았는데... 그래서 난 경기장에서도 다음 경기 지루하게 기다려야 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장에 있으니 생각보다 시간이 금방 갔다.

여태까지는 좌석을 내가 고를 수 없는 단계에서 롤랑가로스 표를 사면 신기할 정도로 늘 베이스라인 뒤쪽 자리가 배정되었었다. (내가 선호하는 방향) 그러다가 이 경기를 처음으로 측면 쪽에서 봤는데 몰입도가 꽤 떨어짐. 내 자리가 관중석의 맨끝이기도 했고. 
(취소표 보이는 순간 잡아야 함. 위치를 고를 사치 따위는 없음)

앞으로 테니스 경기 볼 때에는 측면쪽 자리 표는 사지 않기로 결심. 다음 날 다른 경기를 보러 갔다가 '이 자리가 어제보다 훨씬 좋다. 어제 경기를 여기서 봤어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쉬워졌다. 물론 2024 롤랑가로스의 가장 "Hot"한 경기였던 이 표가 어느 날 내 손에 굴러들어온 것이었기 때문에 (누군가의 취소표) 그것조차 행운이었지만. 
마치 '이렇게 좋은 표가 니 손에 그렇게 쉽게 떨어지겠니?' 를 가르치려는 듯이 그동안 앉았던 좌석 중에 가장 몰입감이 떨어졌던 자리였다.





사진 뒤집기도 귀찮다.....😡
이 사진은 아니지만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을 안드로이드 블로그 앱에서 올리려고 했더니, 90도, 180도, 270도 어떤 방향으로 돌려 저장한 다음 올려도 사진이 똑바로 안 올라가서 포기했다.
대체 어쩌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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