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두에서 판다 기지를 향해 지하철을 타고 가던 날, 내 옆에 앉은 여자분이 말을 건다.
"Xiang Shui ~ xiangshui ~ "
나 : 😳 ???
외국 지하철에서 누군가가 말을 거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 당황했고, 무슨 말인지 몰라서 당황. 그 아주머니는 내가 듣기에 '아, 못 알아듣나?' 이런 말을 하시는 것도 같았다. 생각해 보면 그분은 둘 다 지하철 문 근처에 서 있었을 때에도 눈이 한 번 마주쳤었는데, 자리가 나자 냉큼 내 옆에 와서 앉으셨다.
계속 그 단어를 듣다 보니 머리 속에 소리와 매칭되는 한자가 떠오른다. Xiang 香。shui 水。아.. 향수?
아까 호텔 밖으로 나오기 직전에 칙칙 뿌린 향수가 생각 남.
내가 손짓으로 바람이 솔솔 나는 흉내를 내며 폰 화면에 香水를 쳐서 보여주자, 그게 맞다고 하신다. 나는 중국어를 아주 조금은 알아듣는데, 그분이 향수 너무 좋다며 향수 이름 알 수 없냐고 했다.
내가 내려야 할 역이 다가와 마음이 조급해졌지만, 향수 이름을 휴대폰 번역을 통해 알려드릴 수는 있었다. 그분은 내 화면을 사진으로 찍었고, 나는 인사를 하고 내림.
여행가기 전에 갑자기 생각 나 가지고 간 향수 샘플. 이게 바로 그 향수인데, 사실 집에 두면 몇 년씩 방치되는데 여행을 떠나면 뭔가 나에게 현지의 냄새가 배는 것 같아서 매일 칙칙 뿌리고 나가다 보니 일주일을 넘기지 못한다. 여행 마지막날 쓰레기통에 버리기 전에 재밌었던 이 지하철 일화를 기억하기 위해 사진으로 남겨놓았다. 🧏♀️
그런데 그분께는 돌체앤가바나 라이트 블루까지만 알려드렸는데 (다른 버전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확실한 이름이 기억 안 나서...) 라이트 블루 포에버였구나.
-----''
판다 기지를 둘러 보고 지하철역까지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내 앞에 서 계시던 중국어를 하시던 아주머니가 내 운동화를 밟았다. 비가 왔던 날이어서 내 운동화에 자국이 약간 남았다. 나는 한 마디도 안 하고 서 있었는데 그분은 내가 외국인이라는 느낌이 왔는지 "sorry" 라고 하시며 한참을 내 운동화를 내려다 보더니 마치 내 운동화를 밟기로 예정이라도 되어 있었던 양, 손에 하나 쥐고 있었던 물티슈를 나에게 주고 가셨다. 🙂
호텔에까지 가져와서 자세히 보니 I ❤️ 莜(you)라고 되어 있네 ㅋㅋㅋ 고백입니까?
병음 표기는 you지만 중국어 발음은 '요우'에 더 가깝다.
이 莜 글자는
김매는 연장 (조) 또는 귀리 (유) 자인데, 위에 발음 you가 써 있으므로 '귀리' 광고인건가. 🌾
정보를 좀 더 찾아보니 西贝莜面村이라는 중국 서북지방 요리를 하는 음식점에서 주는 물티슈다.
중국어로 서북西北 발음이 xibei인데, 그와 같은 발음을 가진 xibei西贝 라는 상호로 서북지방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곳. 전국에 344개나 있고, 한때 잘나가는 브랜드였다는데 본 기억은 안남. 하지만 그 분이 쥐어주고 가신 그 물티슈 덕분에 앞으로 어디서든 이 식당을 보게 되면 반가울 듯.
중국에서의 소소했던 일화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