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岸区 南滨路56号
浅憩in.. 나에게 매우 생소한 한자 이름을 가진 작은 호텔. ( inn 아니고 in )
중국어 발음 Qianqi... 한국식으로 한자를 읽으면 "천게"인데, 바로 휴'게'실할 때 그 쉴 게憩이다. 浅은 '얕은'.
처음에 호텔 이름조차 읽을 수가 없어서 이 두 글자를 구글 번역기에 넣어봤더니 영어로 "take a short break"라고 나온다. 음... 어떤 분위기의 호텔인지 알겠네.
아침밥을 무조건 주는 힐튼 골드 등급의 혜택 받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 힐튼 계열 호텔을 예약했다가 어느 나라에 가도 똑같은 방 모양을 보여주는 힐튼 계열에 비해 이 곳은 여기에서만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방 형태를 갖고 있어, 결국 예약을 바꿨다.
浅憩- 쉼보다는 솔직히 사진 찍는데 열광하는 사람들이 몰려올 것 같은 인스타그래머블 숙소지만, 내가 항공권 예약을 했던 사이트에서 이 숙소까지 동시에 예약하면 대폭 할인을 해주기에 나쁠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만약 10만원대가 넘었으면 선택하지 않았을 것 같지만 8만원대로 할인이 되었고, 채식 스타일 조식도 포함한 데다가 방 크기가 기본으로 50m² 규모라서 궁금해졌다. 정규 체크인 시간도 오후 2시, 체크아웃 시간도 오후 2시까지라서 실질적 24시간을 머물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었다.
충칭시 전체는 대한민국 면적의 80% 크기일 정도로 초거대 규모 도시지만, 시 중심부는 이렇게 생겼다. 쟈링강과 창강으로 둘러싸인 가운데 위중구에 대부분의 관광지가 몰려 있는데, 치엔치in은 아래쪽 난안구 강변에 위치하면서 위중구 고층건물들이 보여주는 스카이라인을 호텔의 홍보 무기로 삼는 곳이다.
난안구에도 고층 건물이 많은 꽤 번화한 지역이 있긴 했으나 위중구에 비해서는 지하철이 촘촘하지 않았다. 치엔치in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이 도보 20분 거리. 그래서 전날 머무른 호텔에 큰짐은 두고, 하루 여행 용품만 가볍게 챙겨 난안구로 건너 가기로 했다. 원래 버스 타는 것을 더 좋아하는 데다가 시내 구경을 할 수 있으므로 버스를 타고 멀리 돌아서 세월아 네월아 가기로 함. 버스 1회 탑승은 2元 = 약 380원.
浅憩in 체크아웃하고 내가 짐을 맡겨 둔 호텔로 돌아갈 때는 didi 택시를 탔는데, 15분 정도 걸렸고 약 10元 = 1900원 정도 들었다.
会展中心 -훼이잔중신에서 버스를 한 번 갈아타야 하는데, 한자를 보고 세종문화회관 아니면 코엑스 류의 컨벤션 건물이 있으리라고 예상은 했는데.. 와 🙄역시 중국답게 초거대 건물이 버스 차창 밖으로 지나갔다. 카메라로도 한 번에 안 담겨 찍기를 포기함.
고층 건물이 많은 거리를 지나, 좀 더 서민적인 냄새가 나는 동네에 버스 진입. 강변으로 들어서서 버스를 내리고 나서, 어제처럼 호텔을 찾아 헤매게 될까봐 긴장했다. 하지만 다행히 고개를 돌리자마자 호텔 간판이 눈에 들어옴. 생각보다 더 버스 정류장에서 가깝다.
영어가 안 되는 직원들과 번역기로 소통, 직원 한 명이 방으로 직접 안내를 해주면서 아침식사 시간이라든지, 방에 있는 모든 물건들은 무료라든지 그런 안내를 해준다. (냉장고 무료 음료는 물론이고 심지어 1회용 수건까지 있음)
방 이름은 National Style Elegant Charm Big Bed Room... 거창함.😶🌫️
한자 이름에는 雅韵 '우아한 정취'라는 뜻이 들어가 있다.
이 호텔이 자랑하는 강변 풍경이 보이는 방은 받지 못했지만, 어제 이미 지겹도록 보고 와서 문제 삼지는 않았다. 강변 풍경을 요구하면 바꿔줄 듯한 분위기였지만 시설이 기대 이상으로, 내가 낸 돈보다 확실히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창밖 전망은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내 방은 발코니도 예쁘게 꾸며 놨지만 건너편 건물 밖에 안 보임.
공간이 한 눈에 들어오도록 사진을 찍지는 못했는데 4-5명이 모여서 파티를 해도 될 정도로 넓은 스튜디오 형태의 방이다. (50-70m²). 탁자 위 금박에 쌓인 것은 처음에 초콜릿인가...했더니 찻잎이라고 한다.
중국식 전통 디자인으로 "사진" 찍고 찍히는 데 완전히 올인을 한 느낌의 숙소였다. 그러면서도 투숙률이 높지 않았던 날이라서 번잡함 보다는 도심 속에서 쉬는 느낌은 확실히 있었다. 한국인의 눈에는 묘하게 일본풍인데, 중국인들이 쓴 후기를 보면 당/송 시대 분위기라고 한다. 😶 생각해 보면, 충칭은 일본의 공습으로 고통받은 도시인데 일본풍이 인기있을 것 같지는 않다.
내 방은 2층이었는데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전망은 좋다고 하며, 3층에는 대놓고 "여기서 사진을 찍거라"라고 만들어 놓은 공용 공간이 있다.
내가 머문 날이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이라서 아쉬웠다. 충칭이 안개의 도시라고는 하지만 내가 숙박한 시간 내내 뿌옇고 비내리는 날씨. 하늘이 파란 날이거나 석양이 아름다운 날이었으면 정말 그림같은 사진을 건질 수 있는 장소가 준비되어 있었다. 후기에 사진 작가가 무료로 사진을 찍어준다는 말도 있었으나 따로 문의해보지는 않았다. "여기서 찍으라구!" 이런 장소 외에도 편하게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도 있어서 친한 친구와 왔으면 강바람 맞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겠다 싶기도 했다.
강변을 따라 북동쪽 도보 10분 거리에 작은 쇼핑몰이 있고 맥도날드, 스타벅스 등도 있다.
버스를 타고 10분만 가면 롱먼하오라오졔(龙门浩老街), 샤하오리(下浩里) 등의 관광 명소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데, 충칭 특성상 계단이 너무 많은 곳이지만 야경이 예뻐서 해질녘쯤 가서 돌아보면 좋다.
풍경 예쁜 샤하오리 / 롱먼하오라오졔에서 가까운 편이라는 게 이 숙소의 장점이었고, 호텔 근처에서 출발하는 버스 노선이 있어서 다음날 오전에 리즈바역(지하철역이 건물을 관통하는 충칭의 명소)에 다녀오기도 좋았다. 출근 시간이 지나간 오전에 다녀오니 확실히 사람도 적고 좋았음. 내가 역을 떠날 때쯤 관광객들이 더 많이 몰려드는 걸 볼 수 있었다. 체크아웃이 오후 2시까지라서 오전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지친 다리를 풀어주는 욕조 목욕까지 할 시간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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浅憩in은 2019년에 영업을 개시해서 이제는 낡아가는 느낌은 있으나 사진발을 노린 air b&b 느낌의 영세 숙소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뭔가 나름의 신조를 가지고 내실있게 만들어낸 숙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욕실 제품 브랜드에 연연해 본 적은 없지만, 목욕을 하다가 욕조가 Kohler 브랜드라서 좀 놀람. 예전에는 외국 브랜드를 선호하던 자동차, 가전 제품, 화장품 등등 대부분이 이제 중국제로 대체된 걸 봐서 외국 브랜드는 이제 못 볼 줄 알았음.
후기에 방음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이 많았는데, 호텔 측이 콘크리트가 아닌 단단한 목재로 지어진 곳이라 어쩔 수 없다고 답변하는 걸 보았다. 내가 간 날은 낮이나 밤이나 마주치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조용하게 느껴졌는데...새벽에 일어나 화장실에 갔더니 옆방 사람의 코 고는 소리가 화장실에선 그대로 들렸다. 😪 사람이 있었구나...
내 방 / 옆 방 침대 사이에 넓은 욕실 공간이 자리하고 있는 구조라 소리 전달을 줄여줘서 그나마 다행이지, 내 침대 벽이 자리한 쪽 옆방에 코 고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대로 다 들릴 뻔 했다. 욕실 문도 닫을 수 있었다면 소음 차단은 확실히 됐을 텐데 여기엔 문이 없다. 다른 방 사진을 봐도 이 호텔은 욕조와 침대 사이에 문을 두지 않는 특징이 있다. 출입구에 붙어있는 대피 지도를 통해 방 구조를 자세히 보니, 대부분 길쭉하게 생긴 다른 방들에 비해 내 방은 '그나마' 욕실을 벽으로 구분한 몇 안 되는 방이라는 걸 알았다. 대부분의 다른 방은 애매한 사이에서 같이 방을 쓰면 샤워할 때 조금 민망할 듯한 구조.
내 침대와 벽이 붙은 쪽 방은 자물쇠로 잠겨 있고 영업을 하지 않고 있어서 그쪽에선 소리가 들려올 일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쉼"이 주제인 이 호텔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다.
하지만 아침에 조식을 먹으러 내려 가니 맘에 드는 부분이 있었다.
나는 뷔페식을 엄청 귀찮아 하는데, 반찬 거리가 쟁반에 담겨서 한번에 제공되었고, 속을 편안하게 하는 죽이 주 식사였다.
조식을 갖다주시는 아주머니가 번역기를 통해 "오늘은 좀 매운 면 요리가 있는데 괜찮겠냐?" 고 물어본 뒤 가져다 준 면 요리도 어떤 베이스 국물인지는 모르겠는데 묘하게 맛있었다. 아침 식사 식당도 정적이고 예쁜 분위기. 여기는 진짜 인스타그래머들의 성지 같은 곳이었다. 📸
24시간을 꼬박 채워 숙박할 수 있는, 예상보다 꽤 만족한 숙박을 마치고 체크아웃을 하면 작은 선물도 준다. 나중에 가족이든 친구든, 같이 다시 올 만한 곳이라고 느꼈다.
"当所有匆忙
都随日色落幕
你才与自己相见。"
"모든 바쁜 일이
해가 지고 나서 사라졌을 때
비로소 너 자신과 마주할 수 있다"
장점
- 소규모의 엉성한 호텔이 아님.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음. Trip.com은 후기 작성을 유도하는데, 거기서 예약한 모든 숙소들이 '복붙' 답변을 했지만, 여기만은 자세한 답변을 해주었음.
- 단출하지만 하루쯤 먹기에는 오히려 이색적인 채식 조식.
- 뒷집이 경찰서 - 南滨路派出所 - 안전함.
처음엔 호텔 뒷문도 그냥 열려 있고, 2층인 내 방 발코니 보안도 너무 허술해 보여서 누가 벽 타고 올라와서 창문 깨면 어째... 😟했었는데, 버스 타러 가려고 뒷골목으로 들어갔다가 왜그리 여유로운지 알게 되었다. 호텔 뒤편에 바로 공안.
단점
- 침대는 편했으나 침구가 좀 눅눅한 편이었음. 내 방은 괜찮았으나 다른 후기에도 강변의 습기가 있다고 하는 얘기가 있음
- 버스/택시를 타고 다니면 상관 없지만 지하철 역에서는 멀다. 가장 가까운역 도보 20분.
- 교통이 불편한 편이지만 전망 때문에 찾아오는 숙소인데 호텔 예약 시점에는 웬만하면 날씨 예측이 어렵고, 운 나쁘게 낮에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면 푸른 하늘이나 노을 등을 볼 수가 없어 강 전망 방을 예약해도 큰 장점이 없음. 호텔 홍보 사진도 거의 낮 배경 사진인 것으로 알 수 있듯이 이 부분 강 건너의 건물들이 밤에 조명을 화려하게 하는 구역은 아니라서 야경이 강점은 아님.
- 냉장고 소음이 약간 거슬림. 저소음형 냉장고인 것으로 보이기는 했으나 주위가 조용해지니 밤에는 작은 소리가 계속 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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