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北区 辽宁路 72号 1号楼
지난 6월에 한국 귀국 비행기 환승지였던 칭다오.
거의 제주도와 비슷한 비행 시간으로 한국 사이에 비행편이 워낙 많이 뜨는 도시인 탓에 이번에도 마지막 환승지로 당첨. 저번과 다른 점은 18시간 넘는 레이오버라서 시내에서 1박할 수 있다는 것.
비록 오후 늦게 도착해서 다음날 아침 비행기를 타고 떠나야 하는 일정이지만, 6월에 칭다오 시내를 못 둘러봐서 아쉬웠던 것을 이렇게 빨리 풀어낼 수 있게 될 줄은 예상 못했다.😊
중국 도시에 숙박할 일이 생기면 최근 중국에 공격적으로 많이 들어서고 있는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 위치를 검색해보는 게 나에겐 기본처럼 되었지만, 공항에 오고 가는 시간 빼면 실질적으로 12-13시간 정도일 체류 시간 + 일찍 공항에 가느라 조식 포함이라는 장점도 못 누릴 곳에 6만원 이상 투자하기는 아까웠다. (이름 알려진 중국 대도시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 가격 마지노선. 종종 이보다 싼 곳도 있긴 하다.)
그래서 trip.com을 찾아 보다가 2024년 5-6월경 개업했고, 실내 디자인도 예쁘고 평도 좋은데 가격마저 저렴한 ($19.24 지불) Qingdao Yueji Hostel을 예약하게 됐다. 중국동방항공이 몇몇 공항에서 환승 시간이 길면 무료 호텔을 제공하기도 하는데 (칭다오 공항은 공지에 포함되지 않았음) 만약에 이런 무료 환승 호텔을 제공했다고 하더라도 그건 2인 1실 기준이고, 1인실을 받기 위해서는 저 정도 금액은 지불해야 하는데 비슷한 금액으로 시내의 넓은 숙소를 예약할 수 있다니. 👌
한자로 青岛悦己民宿 - 호텔이 아닌 '민숙' - 이 정식 명칭이기 때문에 영어로 hostel로 옮긴 것이지, 다른 호스텔처럼 도미토리룸이 있거나 그렇진 않다. 기본적으로 복층 구조의 큰 방(55m²)을 예쁘게 꾸며서 4인 이상 숙박을 받는 곳이었다. 아마도 현지인들은 파티 룸 목적으로도 많이 쓸 듯 했다.
칭다오는 서울에서 가깝지만 놀랄 정도로 해가 일찍 지는 곳이었고 (11월 중순 오후 4시 40분 일몰) 4시에 자오동 공항에 착륙한 나는 호텔에 도착할 때쯤이면 이미 캄캄하겠구나를 예상할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에 동방항공 비행편을 3번 이상 탔는데, 항공사 엘리트 회원이 별로 없는 건가... '아무 것도 아닌 일반인(?)' 내 짐이 늘 3번째 쯤으로 빨리 나와서 좋았지만, 짧은 시내 체류이니만큼 공항에 큰 짐을 맡겨 두고 가기로 했기 때문에 시간이 좀 더 지체되었다. 18시간쯤 기내 가방 크기 하나 맡기는 데 10元。
시내에 빨리 나가고 싶었지만 지하철 개찰구에서 또 문제 생김. 션전, 난징, 충칭에서 아무 문제 없었던 유니온페이 체크 카드가 여기선 교통 수단 결제로 안 통함. 칭다오는 개별 교통 앱을 깔아야 하기 때문에 알리페이 큐알 코드도 생성이 안 됨.
하지만 정말 고마웠던, 내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너무너무 친절했던 직원 여럿의 도움을 받아 현금으로 표를 구입해서 지하철을 겨우겨우 탑승.
이것저것 발목잡는 일이 많았지만, 처음 여행 계획을 짤 때부터 '6시쯤엔 칭다오 시내에 진입할 수 있겠지' 했었는데, 그래도 예상했던 대로 6시 10분경 호텔에서 가까운 1호선 타이동(台东)역 하차. 이 근처에 유명한 야시장 먹거리 골목이 있기 때문에 숙소에도 이 이름이 별칭으로 붙어 있다. (台东步行街店)
숙소에서 훨씬 더 가까운 지하철역이 있지만 8호선-> 1호선->2호선 환승을 해야 하는지라, 그냥 1호선 타이동역에서 내려서 10분 정도 걷기로 함.
그런데 또...😵
지도에 숙소 위치가 잘못 표시되어 있고, 안내하는 간판도 안 보인다. 중국 사람들은 대체 숙소를 어떻게 찾아다니는 거야?!?!
숙소 주소가 辽宁路 72号 1号楼인데 지도엔 4号楼에 도착점이 표시 되어 있고 이미 어두워진 주위는 고요하다. 어디가 1호루, 2호루인지 표지판 같은 건 안 보임. 어휴 이게 벌써 몇번째야. 어쩔 수 없이 4호루 사무실 창문을 두드려 yueji hostel의 위치를 물어 봤다. 여자분이 자연스레 밖으로 나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호텔 입구까지 길 안내를 해줬다. 칭다오 사람들 참 친절하네. 지도처럼 큰길에서 들어간 4호루가 아닌, 도로에 면해 있는 건물 뒷편에 호텔 입구가 있었다. 한자 간판이 있긴 한데, 후기 번역해 보니 현지인조차 못 찾기도 함😵
작은 "민박"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로비는 크고 깔끔하고 자체 로고까지 있는 숙소였다. 프론트 데스크 직원은 외국인에 거의 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인 것 같았지만, 번역기를 통해 나름의 소통. 중국은 주숙 등기와 신원 확인이 필수라 직원에게 얼굴 사진 찍혀줘야 함. 😔 큰 호텔 프론트 데스크에는 사진 찍는 모니터형 기계가 준비되어 있기도 한다.
문제는 보증금이 있다는 것. 한국으로 치자면 거의 '콘도' 개념의 숙소라서 자질구레한 집기가 많아서 보증금이 필요할 것 같기는 했다. 하지만...
• 보증금 규정
본 숙소에서는 체크인 시 보증금 결제가 필요합니다. 보증금은 총 CNY 200.00 (약 USD 27.84)이며 신용카드, 현금, 직불카드, 위챗페이(WeChat Pay), 알리페이(Alipay), 유니온페이 QuickPass(으)로 결제하실 수 있습니다. 현금 이외의 방법으로 결제한 보증금은 환불 처리에 2~4주가량 소요될 수 있습니다
-> trip.com에 나와 있던 이 말 중에 '신용카드'는 사실이 아님. 이 숙소에선 받아주지 않음. 나는 한국 체크 카드를 알리페이에 연동시켜 놓고 여행 비용을 지출하던 중이었는데, 여행 마지막 날이라 100위엔 미만이 계좌에 남아있었다. 중국 출국을 16시간 남겨 둔 상태에서 보증금 결제를 위해 200위엔을 더 환전하기는 매우 아까웠다. 게다가 그때 환율이 최고치를 찍고 있어서 더욱 더.
내가 '여행 마지막 날이에요' 를 번역기로 보여주며 지갑 속 남은 50위엔 20위엔 지폐를 주섬주섬 꺼내자, 직원이 보증금을 면제해 줬다. 앞으로 이 숙소에 다시 갈 일이 있다면 200위엔 잔액을 준비해두는 게 좋겠다. 일찍 체크아웃을 하는 경우, 현금 지불은 권장하지 않음. 다음날 공항에 가기 위해 오전 7시에 나왔는데 데스크에 아무도 없고 '키 카드를 반납하고 위챗으로 체크아웃을 통보하라'는 종이만 붙어 있었다. 만약 현금을 냈더라면 돌려받을 방법과 시간이 없어서 아찔했을 순간이었다.
이런저런 일을 겪은 끝에 6시 반을 넘겨 드디어 4층 방 입성.
예약할 때 봤던 사진과 거의 같은, 예쁘게 디자인 된 복층 구조의 방이다. 추가 할인을 받았다고 해도 어떻게 이런 방이 2만원대??
냉동 - 냉장실이 구분된 큰 냉장고가 있으며, 부엌 장도 열어 보면 취사 도구가 잘 갖춰져 있음. 하지만 컵에 이케아 가격 스티커가 여전히 붙어 있는 걸로 봐서는 쓰는 사람이 별로 없나 봄 😉
계단을 올라가면 허리를 굽혀야 되는 그런 복층 구조 아니고, 층고 괜찮고 넓은 공간에 침대도 두 개 있었다. 그래서 4인 숙박 가능.
가격 대비 숙소 환경이 꽤나 좋았고, 내가 칭다오 여행을 할 시간이 촉박해서 그렇지 위치도 꽤 좋았다. 내가 공항에서 지하철 타고 와서 내렸던 1호선 타이동역은 도보 10분 거리지만, 2호선 利津路(리진루)역 C출구는 도보 2분 정도로 매우 가까웠다. 바로 건너편 건물에 한국 소주와 불닭볶음면을 완비한 편의점도 있고, 지하철역보다 좀 더 걸어나가서 버스를 타면 시내 구경을 하면서 "중산로" 같은 야경 예쁜 쇼핑 거리에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다. 게다가 칭다오 버스 요금은 1위엔! = 190원. 지하철이 더 빠르지만 시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파악하기 위해 늘 버스를 선호.
하지만 생각보다 침대는 그리 편하지 않았고, 이 호텔이 2022년 이후 만들어진 너무 새 건물에 있는 것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었다.
여태 한국에서 가져온 충전기 플러그 등을 문제 없이 꽂았는데 여기는 복층 계단을 오르내리며 모든 파워 아웃렛을 살펴 봐도 이런 종류 밖에 없어 내 충전기를 쓸 수가 없었다. 😱 이젠 어느 나라에 가도 스마트폰에 의존한 여행을 하지만, 특히나 모든 결제와 탑승을 알리페이로 하는 중국 여행은 스마트폰 없이는 꽝인데..!?!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어떤 블로그를 보니, 중국 제품과 외국식 제품을 겸용으로 꽂을 수 있는 동글동글한 아웃렛이 중국식 ㅣㅣ자 플러그 제품에는 헐겁다 보니 누전이 생겨, 2022년 11월부터 모두 저런 모양의 아웃렛으로 시공하게 바뀌었다는 거였다. 여태 내가 갔던 호텔들은 대부분 2022년전에 영업을 시작하거나 usb 포트가 있는 곳이어서 문제가 없었던 것이었다.
⬆️ 예전 중국 호텔 전기 아웃렛은 저렇게 생김. 가끔 안 꽂히는 곳도 있으나 특히 큰 호텔은 한국 제품도 그대로 꽂을 수 있었다.
다행히 나의 보조 배터리가 용량이 커서 당일 여행은 해결 했지만, 내일 아침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버틸 지는 미지수였다. 이제 여행 마지막이니 오늘은 중국 sim 데이터 맘대로 써야지.. 하고 생각했던 건 소용없는 일이 되었다. 폰 사용 자체를 자제해야만 했다. 😂
완전히 어두워져서 한적한 칭다오 시내 관광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호텔 1층 직원에게 어댑터 같은 것이 있냐고 물어보려다가 중국 드라마에서 자주 보던 상황을 내가 당했다. 🫨
야간 당직 프론트 데스크 여자분은 남자 음성이 쩌렁쩌렁 새어나오는 전화 통화를 하던 중이었는데, 내가 그 앞에 계속 서있어도 반응도 않은 채 신경질을 내며 통화를 계속 했다. 통화를 마치고 매우 짜증스런 얼굴로 '뭐야!' 하는 태도로 나를 바라봤다. 솔직히는 그 직원이 중국 드라마에서 진상 역할로 출연하는 사람들 얼굴을 매우 닮아 😮 나도 뭔가 기시감을 느끼며 얼떨떨한 상태로 번역 화면을 보여줬다. "没有"(없어) 내가 알아듣는 몇 안 되는 단어가 간단히 답으로 돌아왔다.
그때 알았다. 내가 공항 지하철역이나, 이 건물 관리 사무실 직원이 보여준 친절로 '칭다오 - 샨동 사람들 참 친절하네' 라고 생각했던 것은 흔히 범하는 오류였다고. 칭다오 사람들이 친절한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이 친절한 거였다.
여기가 여행 첫 숙소였으면 너른 숙소와 저렴한 숙박비 덕에 중국의 땅 크기/물가 수준을 실감하게 되면서 설렜을 텐데, 4성급에만 갔다 와도 전 숙소와 비교가 되어서 불편해졌다. 첫날이 난징 환승이 아니고 칭다오 환승이었으면 이 호텔에서 여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더 즐거웠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 중국의 작은 숙소들은 카카오톡 같은 그들의 'weChat 웨이신' 단톡방으로 초대해 손님 관리를 하기 때문에 프론트 데스크 앞에서 서서 직접 뭔가를 물어 보려 하는 나를 상대하지 않으려 했을 수도 있다)
복층 구조에다가 끄고 켤 전등이 너무 많고, 어디선가 센서 등이 갑자기 켜지는 느낌도 나서 ㅋㅋ 혼자 자기에는 살짝 무섭기도 했는데, 전날 충칭 숙소에서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온 게 다행이었다. 결국 호텔 앞 편의점에서 사온 맥주 한 캔도 다 못 비우고 잠들어 버림.
🌄
아침에 커튼 열었다가 깜짝 놀람.
의외로 바깥 풍경이 예뻐서. 그리고 비교적 더운 지방을 여행하며 푸른 나무들만 보다가 갑자기 단풍 든 나무를 봐서. 어제 어두워진 뒤에 호텔에 도착했기 때문에 전혀 바깥 풍경을 몰랐다. 그래도 저 정도 타워는 못 봤을 리가 없는데 ...야간 조명을 하지 않는 타워인지, 내가 못 본 건지.
칭다오 공항 국제선은 취항지가 별로 없고 인천행이 거의 대부분일 정도로 크게 붐비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난 6월에 알았기에, 쟈오동 공항은 시내에서 꽤 멀지만 비행기 출발 3시간 전에 여유를 부리며 호텔에서 나왔다. (문제 없었음)
공항행 지하철을 타기 위해 건물 밖으로 나왔다가 또 깜짝 놀람.
칭다오 여행하는 사람은 거의 무조건 방문하는 맥주 박물관이 바로 호텔 뒤편?!?! 난징, 청두, 충칭 조사하느라 칭다오 정보는 이번 여행에도 제대로 찾아보지 않았는데, 호텔 바로 근처에 저게 있을 줄은 몰랐다.ㅋㅋㅋ 칭다오 시내에 오후 6시 이후에야 도착하는 일정이기에 정해진 시간이 있는 박물관 류 관광은 물론 알아보지 않았기도 했고. 그런데 저기도 야간 조명을 안 하는 걸까? 어제 밤에도 근처를 지나갔는데 왜 못 봤지?
호텔을 떠나고 나서야 호텔의 지리적 이점을 더 느끼는 호텔... 웃기네 😁
살짝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넓은 구조와 큰 침대 2개 때문에 나중에 가족이나 친구 여럿과 다시 오고 싶어진 정말 '중국식' 숙소였다.
사족.
* 칭다오 공항 국제선은 인천행이 대부분이라 모두들 한국인에 익숙한데.. 그래서 칭다오 공항에서 엑스레이 통과 전 짐에서 빼야 하는 보조 배터리를 "배터리"라고 한국식으로 부르는 중국 직원 처음 봄. 🤓 중국에서는 '파워 뱅크' 혹은 총디엔바오(充电宝)라고 하는데 이것 때문에 기내 혹은 지하철역에서도 붙잡히는 경우가 있어서 이 단어는 꼭 알아들어야 함. '파워 뱅크'라고 나름 영어를 썼는데도 못 알아듣는 한국인을 보고 난감해하던 중국 직원들 봤다.
* '그' 사람이 친절한 것이지 xx출신 사람들이 친절한 것은 아니다 - 라는 교훈을 얻었지만, 칭다오 공항에서 출국 도장을 꽝 받고 떠나면서 예의상 내가 씨익 웃자, 역시 씨익🙂으로 답해준 심사관을 중국에서 처음 만났다. 이번에도 역시 짧은 일정을 마치고 떠나지만 칭다오는 그래도 기분 좋았던 곳으로 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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