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다른 마일리지 적립 방식의 중국 항공사


장거리 여행을 자주 하는 건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내 마일리지는 미국 3대 항공사(Delta, AA, UA)에 더 많이 모아놨다. 미국 3대 항공사인 동시에 세계 최대 항공사인 3곳이라 연계된 곳이 많아서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이것저것 마일리지 모을 기회도 많은 편. 그러다가 이번 11월에 중국동방항공을 이용하게 되면서 중국 3대 국유 항공사도 다 이용해보게 되었다.

중국을 대표하는 중국국제항공(CA)는 2004년과 2019년에 이용해봤고, 항공기 보유수 (657기, 세계 5위)와 매출액 면에서 중국 최대 항공사인 중국남방항공(CZ)은 올해 6월에 이용했다. 규모나 순위 면에서 3대 항공사 중 2-3위권에 애매하게 위치한 동방항공(MU)은 이번 11월에 처음 타봄. 셋 중 유일하게 중국 국기를 동체에 도색하고 운항하는 중국국제항공 (Air China 🇨🇳 )은 의외로 규모 면에서는 중국 최대 항공사가 아니었다.

중국 항공사는 대부분 초저가 항공권을 판매하기에 마일리지 적립까지 신경 쓸 일은 없으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6월에 이용한 암스테르담->상하이 구간 항공권이 세금 제외 운임이 고작 11만원이었던😮 항공권이라, 파트너 항공사 어디에서도 취급 안 해주는 T class였다. 그래서 자투리라도 건져보고자😊 중국남방항공 sky pearl club에 가입해 봄. T class는 남방항공에서도 운항 거리의 25% 밖에 적립을 안 해주는 초저가 운항 클래스다. 

중국 항공사들은 나름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일까(?!) 미국 방식인 "mile"을 사용하지 않고 비행 킬로미터를 기준으로 적립해준다. 


예로, 베이징->상하이 구간은 1088km인데 T class는 25%인 272km 적립.

남방항공사 앱도 깔아봤는데 영어 버전은 전혀 지원을 안 한다. 🥺
항공권을 등록하면 보딩 패스 QR 코드가 앱 화면에 뜨지만 베이징 다싱공항에서조차 앱 화면을 내민 건 무시되었고, 암스테르담에서 발급 받아온 종이 보딩패스를 달라고 했다. 일상 생활의 모든 걸 QR로 해결하는 중국에서 좀 의외였던 상황. 그래도 앱을 깔면 비행기가 환승 공항에 도착했을 때 "xxx 女士.. 너의 짐은 무사히 환승 비행기로 이동하는 중이다" 라는 식의 알람이 잘 들어온다.




앱에 내가 최근 3년간 남방항공을 타고 이동한 도시 수와 누적 시간이 표시되는 것도 재미있었다. 중국 국내 출장을 자주 다니는 중국인이라면 저 지도에 빡빡하게 표시가 되어있겠지.

앱에서 출석 체크만 해도 매일 2km씩을 주는데(!) 이렇게 받은 km는 3개월 내에 소멸하므로 큰 의미는 없다. 하지만 "내가 보너스 항공권을 발권하는데 10000km가 필요한데, 마침 35km가 부족하다" 이랬을 경우엔 단기간에 출석체크로 모아서 유용하게 쓸 수는 있을 듯. 광저우->창샤 같은 1시간 정도 걸리는 단거리 구간은 6000km를 모으면 무료 발권 가능.
앱에서 항공 할인권 같은 것도 종종 뿌리고 있는 듯 한데, 남방항공을 탈 일도 없고 모든 걸 번역기를 통해야 하니 귀찮아서 알아보진 않았다. 





중국 내 주소가 있다면 휴지같은 자잘한 생필품까지 적립한 km로 살 수 있다고 하니 의외로 유용. 21cm 크기의 B787 모형은 2614km에 구입 가능. 참고로 베이징->상하이 구간을 이코노미 풀 페어로 왕복하면 2720km가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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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얼라이언스에 속한 중국국제항공 - 에어 차이나는 2004년 중국에 살면서 베이징에서 도쿄 갈 때 이용했었지만 그때는 중국 항공사 마일리지 적립- 이런 건 생각도 안 했었고, 2019년에 이용했을 때는 아시아나 항공에 적립했다.
6월에 상하이에서 서울로 돌아오면서 산동항공(山东航空)이라는 저가항공사를 처음으로 이용해봤는데, 저비용항공사이지만 마일을 에어차이나의 피닉스 마일즈에 적립할 수 있다고 해서 가입해 봄.

중국국제항공의 FFP "凤凰知音" 프로그램은 영문명으로 "phoenix miles"를 쓰고 있기는 한데 이름과는 달리 역시 km기반 적립이다.

사후 적립 신청할 때 구간과 편명, 탑승 클래스를 구분해서 기입하게 되어 있는데 내가 탔던 구간인 pvg-> tao, tao->icn 구간은 적립률도 낮고 운항 시간도 짧아 큰 기대를 안 했음. 그런데 나중에 보니 1000km가 적립되어 있었다.



에어차이나 사이트에서 킬로미터 적립 계산을 해보면 내가 산동항공 P class로 상하이->칭다오를 이용했을 경우 148km(원래 거리 593km의 25%)가 적립된다고 해서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실제로는 500km적립 됨. 마일리지 유효 기간은 적립 후 3년.

아마도 예전 미국 항공사나 대한항공에서도 2000년대 초반까지는 실시했었던 - 최소마일 적립제도를 중국국제항공은 여전히 시행 중인 듯 했다. 500미만의 거리를 탑승하더라도 무조건 최소 500은 적립해주는. 
여기서 중국국제항공이 남방항공과 다른 점이 있다. 남방항공은 실거리 기준 적립이라, 베이징->상하이 구간에 단 272km만 적립해줬었다. 

산동항공은 인천에서 칭다오/옌타이(烟台)/지난(济南)공항 환승을 통해 중국 각 도시에 10만원대 항공권으로 취항하고 있는데, 이런 식이라면 중국 여행을 자주 하는 사람은 적은 비용에 비해서는 금방 마일리지(km)를 많이 모을 수 있다. 저가 항공사를 이용해도 실제 주주인 대형 항공사에 마일리지를 모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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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의 최대 실수 😜 중국동방항공 마일리지 적립.

중국동방항공의 10만원대 저렴한 중국 왕복 항공권은 한국<->중국 국제선 구간 z class, 중국 국내선 b class 로 되어 있었다.
먼저 인천->난징 구간 z class를 알아 보니 같은 스카이팀 내에서도 대한항공에선 취급도 안 해주는 적립 불가, 델타항공에만 25%가 적립되는 클래스였다. '이거 진짜 최저 가격 항공권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됨.

그래서 파트너 항공사들의 discounted economy, deep discounted economy... 웹 화면에서 아래쪽만 살펴 보다가 B class를 놓치는 실수를 함. 🤦 중국 국내선 구간, 그것도 중국 <-> 인천공항보다 운항 시간도 더 긴 국내선 구간 B class는 의외로 대한항공이나 델타항공 프로그램에 마일리지가 100% 쌓이는 적립 클래스였다. 아래쪽 discounted economy 적립률을 알려 주는 구간만 살펴 보다가 'B'가 없다는 걸 알게 된 나는, 파트너 항공사에 아예 적립이 안 되는 초저렴 클래스라는 판단을 해버림 🫣 



지금 보니 멀쩡하게 B class 100% 라고 써 있는 윗줄을 출발 전엔 아예 보지도 않음 ㅜ.ㅜ 



해외에 가면서 이코노미 적립 클래스 맨 윗칸에 있는 발권 클래스를 사 본 적이 없기 때문에 100% 적립일 리가 없다고 생각해서 위쪽을 보지도 않은 것. 이게 바로 "몸이 기억하는 가난" 이라는 건가... '내가 산 항공권이 100% 적립 가능일 리가 없어' 🚮

결과적으로 난 델타항공이나 대한항공에 적립은 어렵다고 판단을 해서, 일단 인천-> 난징 구간에만 델타항공 회원 번호를 넣어서 25% 적립을 받고, 나머지 구간은 동방항공에 적립되도록 그냥 놔두었다. (동방항공 국내선 구간 자리 지정을 위해 웹체크인을 했더니 보딩패스에 동방항공 회원번호가 찍혀나왔는데 그냥 둠). 보통 항공권의 첫 구간에 특정 항공사 회원 번호를 입력하면 나머지 모든 구간이 그 항공사로 적립되는 경향이 있던데... 차라리 끝까지 델타항공 회원번호가 들어갔으면 중국 국내선 B class로 100% 적립을 받았을 텐데, 동방항공 회원 번호가 들어가면서 자투리 포인트만 쌓임.😭

델타항공에 몇 백 마일만 더 있으면 동남아 편도 발권이 가능해지는데 너무 아깝네. ㅠ 지금 250마일 모자름. 중국 항공사의 항공권으로 저비용 고효율을 낼 수 있는 기회였는데, 내가 적립 클래스 화면을 자세히 보지 않아서 기회를 놓치고 천 몇백 마일을 날림.

그 와중에 동방항공은 또 특유의 적립 방식을 사용한다.
요즘 미국 항공사들이 쓰는 방식인 항공권 구입 시 쓴 비용에 기초한 적립 방식과 비행 거리를 절충한 방식으로 보이는데....❓ 산정 방법은 모르겠고, 어쨌든 "포인트"를 부여한다.




델타항공에 적립된 인천->난징 구간 제외
동방항공으로 3차례, 3269km를 비행했으며 489위엔을 지불했다는 건데 이걸 기반으로 118포인트가 쌓였다. 이걸로 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 가까운 거리 항공권 발권에도 6000포인트가 필요하던데, 에어차이나가 한 구간에 기본으로 500씩 주는 것에 비해서는 3구간을 탔는데도 118포인트 적립되는 마당에 어느 세월에 6000포인트를 모을지...


미국 3대 항공사들도 각자 다른 점은 있지만 (델타-유나이티드 마일리지 유효 기간 폐지, 아메리칸 항공은 유효 기간 2년 고수 등등) 중국 3대 항공사는 저마다 완전히 달라 보이는 적립 방식을 써서 정신 없네. 영문명은 'phoenix miles, eastern miles일지라도 Km 기반 적립인 것도 웃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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