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인생은 불행의 연속이라고 생각하지만
행운을 가졌다고 위로할 때도 있다.
비가 내려 바지가 젖어서 투덜거리며 갔는데
정작 안에 들어가 보니 안개가 살짝 낀 날씨에 너무나 어울렸던, 작년 11월 청두 두보초당.
돌아다니면서 분위기가 너무 좋아 '이 날씨에 딱 맞게 여기에 올 수 있게 된 일정' 에 감사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청두는 늘 흐린 날씨이고 '이쪽 지방에 해가 뜨면 (낯설어서) 개가 짖는다'라는 사자성어 蜀犬吠日 까지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날 찾아오는 행운'이 아니라 '매일 찾아오는 행운' 이었던 것.
하지만 내가 거기 있을 때 운좋다고 생각해서 행복했다면... 그걸로 된 거지 뭐.
내가 생각하던 베이징의 이미지는 이런 거였는데...
놀랍게도 올해 3월의 베이징은 2박 3일 여행하는 동안 파란 하늘을 보여줬다.
그리고 일정상 3월에 여행을 갈 수 밖에 없어서
예전 4월 여행보다 옷도 두꺼워야 하고 짐이 많아질까 걱정했지만
갑자기 찾아온 이상 고온 (26-29도)으로 봄옷이 아닌 여름 옷을 입어서 짐도 가벼웠고 서울보다 이르게 핀 꽃구경도 많이 했다. 그런데 실제 기온보다 '3월'이란 편견이 더 큰 건지...나는 반팔 입고 다니는데 거리에 돌아다니는 중국 사람들은 패딩을 입은 게 매우 신기했다. 안 덥나? 🙇
게다가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베이징의 4월-5월은 꽃가루가 눈처럼 날려, 걸어 다니기 힘든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3월에 가길 잘했어.🤗
중국에 살았던 8개월 동안 많이 보지 못한 파란 하늘도 원없이 보고 왔고...
중국에 짧게 살았던 시절이 이제 너무 오래 되어 '파란 하늘 보기 힘들었다'라는 내 기억도 잘못된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생겼었는데, 나처럼 톈진에 살았다가 한국 귀국 후 다시 오랜만에 톈진에 여행 다녀온 분의 블로그를 보니 내 기억이 과장이 아니었음을 알았다. 그분은 어린 시절에 톈진에 살았던 모양인데 '어릴 때 톈진 살다가 한국에 갔더니 하늘 색깔이 파래서 '여기 하늘은 왜 이래?'라고 했었다'라는 식으로 적은 걸 보니 오히려 나보다 더 '오염된'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2019년에 톈진에 다시 갔을 때 5일간 뿌연 하늘 보고 왔었는데
지난 3월에 베이징, 톈진에서 파란 하늘을 봐서 얼마나 좋았던지...
한때의 행운을 기억하며 그걸로 사람들은 살아간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