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나를 모르겠다.




이제 연말이라 올해 안에 받아야 하는 건강 검진이 있는데 차일피일 미루면서 안 가고 있다. 그래봤자 3-4분에 불과한 몇몇 검사의 짜증스러운 시간이 싫어서. 

12월엔 건강 검진에 많이 모여 드니까 11월 안에 해결해야지...'이번 주에는 예약 전화 할 거야' 했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어느새 12월이 되었다.


그러다가 11월 중순 여행 갔을 때 내 모습이 생각났다.






충칭의 유명하면서 안 유명한 포토 스팟.

충칭은 3D 4D를 넘어선 "8D 도시", 사이버펑크 도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풍경들과 함께 뭐랄까 디스토피아🙄 느낌의 미래 도시 사진을 찍기 위해 가는 장소다.

내가 묵었던 호텔에서 가까워서 이 위치를 쉽게 알게 됐는데 낮에 호텔에서 접근한 방향이 아니라, 다른 곳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해가 진 뒤 가려고 하니 굉장히 외진 방향으로 접근해야 했다.





아니 내가 무엇 때문에 이 길을 가는 걸까? 하면서 스스로 의문을 느끼면서 걸었던 으슥한 길. 저 어둠을 뚫으면 길이 확실히 있는 건지도 모른 채.

'여행에서 사진에만 의미를 두는 사람들 싫어했잖아. 거기에 딱히 뭐가 있어서 가는 것도 아니고 진짜 '사진' 하나 건지려고 가는 곳인데... 저 어둠을 뚫고 내가 이렇게 가고 있는 이유가 대체 뭐지?'


나 스스로에게 의문을 던지면서
약간 겁을 내면서 어두운 길을 통과하니 
낮에 가봤던 저 골목이 나왔다.
저기서 5분만 걸어가면 엄청난 쇼핑몰과 관광 구역이 나오는 곳이지만, 여기는 뭔가 몰락한 뒷골목 느낌이 있다.


내가 나를 모르겠다. 
자기 눈으로 풍경을 보는 사람이 아닌,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만, 사진만 찍는 여행이 되는 것을 그렇게 경계했었는데... 나도 어느새 사진만 찍는 사람이 되어 있고, 그렇게 모든 걸 "안" 하려고 애쓰는 사람이 저 사진 하나 찍자고 두려운 순간을 꾹 참고 어둠 속을 걷고... 나는 대체 뭐지?


여행은 '나와 만나는 시간'이라더니
건강 검진 5분 참기가 싫어서 1년 가까이 우물쭈물 미루던 그 사람이, 기꺼이 모든 것을 극복해가며 건물 사진 몇 장 찍으려고 가는 것.
정말 나의 묘한 모습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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