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때가 있다.
책에서만 공부하던 외국어를 실제로 그 나라에 가서 한 마디 써보고 뿌듯할 때.
교실에서만 배우던 스리랑카 - 싱할러를
현지 도착 다음날 학교 매점에 가서 써봤을 때... 같이 배웠던 단원들이랑 서로 신기해서 히죽히죽 즐거워했었던 것 같다.
"කීයද?"
야, 이게 통하네? 하고. ㅎㅎㅎ
오래 전 중국에 8개월 살았어도 중국어를 쓰고 살지 않았기 때문에, 2019년/2023년에 중국으로 여행 갔을 때는 거의 묵언수행을 하다가 옴. 번역기에만 의존.
2024년에는 그래도 좀 나아졌는데...
중국 일부 지방은 국수가 거의 주식에 가깝기 때문에 5천원 짜리 조식을 제공하는 3성 호텔 작은 조식당에도 저렇게 면 말아주는 코너가 꼭 있다. 한국에선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호텔 조식에만 포함되어 있는 것에 비해서.
2024년에 충칭 호텔에 가서 내 국수 순서를 기다림. 충칭은 소면(小面)으로 유명하지만 나는 쫄깃한 미시엔(米线)이 더 좋았다.
아주머니는 이미 누군가가 주문해놓은 미시엔을 조리하고 계셨는데 그 사람은 米线 ~~ 米线~~하고 불러도 나타나지 않았다. 내가 미시엔을 하나 조리해달라고 하자, 확실히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방금 조리한 걸 내밀며 "이거 니가 먹어라"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러면 내가 다른 사람 순서를 가로채는 거잖아?
"不是我的"
내 거 아니에요 - 순간적으로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래도 아주머니가 뭐라뭐라 하면서 이거 미시엔이니 가져가라고 하셔서 그걸 가져와서 먹음.
(몇 분 뒤에 내 옆 테이블의 남자가 왔다갔다 하며 미시엔을 달라고 하는 걸 보고 그 사람이 주문해 둔 거였다는 걸 알게 됨 ㅋㅋ)
그러면서 혼자 스스로 감탄함. 🤣 짧은 단어지만 내 입에서 순식간에 중국어가 튀어나오는 순간이 있구나, 하고. 게다가 어순이 "아니다 - 내것" 이런 식이라서 머리 속에서 번역 과정을 거쳤더라면 더 늦을 뻔도 했는데, 순간적으로 튀어나온 게 신기했다.
그동안은 "짐 몇시까지 맡길래?" 물어보면 "9시??" 이런 식의 소통 정도는 했었는데.. 머리 속으로 계속 번역하는 과정이 필요해서 굼띤 외국인의 모습 그 자체였었다. 😝 '이게 지금... 시간을 묻는 질문을 한 거지? 그렇다면 나는 내일 9시에 올 거니까?!?.'이런 식으로 한참 생각한 뒤에야 "九点" 한 마디를 내뱉는 정도였다. 그런데 조식당에서 나름의 돌발 상황에 답을 하고 나니 뿌듯해짐 ㅋㅋㅋ
작년 11월에 고작 중국어 네 글자 쓰고 나서
혼자 자신에게 감탄하고 왔던 일이 생각 나서 남겨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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