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작년 5월,
나달의 가장 성공적인 토너먼트 중의 하나인 로마 오픈에서 커리어 마지막 매치 패배 후, 경기 뒤 정리 작업을 마치고 메인 코트를 떠나려 할 때...

선수들이 메인 코트에서 나오면 건물 사이 다리를 지나서 나간다는 것을 알고 있는 수천명의 팬들이 그 자리에서 기다린 적이 있다.





선수들은 경기 후에도 싸이클 🚴‍♂️ 같은 것으로 꼭 정리 운동을 하는 것을 봤고, 아마도 샤워? 환복? 인터뷰? 등등을 마치면 시간이 꽤 지체되는데도, 많은 관중들이 로마에서의 마지막 나달의 모습을 보기 위해 이렇게 '무작정' 기다린 거였다.



2025년



평소에는 그냥 이렇게 ⬆️ 생긴 통로일 뿐인 곳이지만 작년에는 ⬇️ 저 길이 꽉꽉 들어찼다. 메인 코트에서 경기가 진행 중인데도, 코트 꼭대기의 사람들은 경기를 안 보고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음. 🤗 메인 코트 내부보다 밖에 사람이 더 많다.







Olé olé ~~Rafa! Rafa! 를 연호하던 관중들.
십수년을 테니스 중계 봤지만 사실 저런 장면은 처음 봤음.








순수하게 사람들의 열정과 경의가 느껴져서 당시 나에게는 꽤 감동적인 장면 중의 하나였는데...
(내 짐작으로는 거의 수십분 이상 저 자리에서 사람들이 기다려야 했음) 나달은 생각보다 재빠르게 손 몇 번 흔들어주고 지나가버렸다.

에이...그래도 저렇게 무작정 기다린 사람들이 있는데 천천히 감사 표시 좀 하지, 싶긴 했다.


몇 달이 지난 후에 나달 인터뷰가 나왔는데 20년을 세계 테니스 세계 정상에 머물렀음에도, "본인이 주목받고 응원 크게 받는 상황이 너무 쑥스럽다"(본인 표현은 tímido... shy에 가까운)는 말을 하며 예를 든 게 저 로마였다. 너무 감사했다는 말을 덧붙였지만, 실제로는 어쩔 줄을 몰랐던 모양.🤗




그래서 그랬구나.
처음에는 너무 빨리 지나가버린 게 아쉬웠지만, 만약 나달이 저 자리에서 셀피 찍고 + 팔목 불끈 들어올리며 챔피언 포즈 하고 + 심장 부여잡고 혼자 감동하다가 하트❤️ 날리고... 그랬으면 '내가 알던 나달이 아닌데?' 했을 것같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내가 봐온 십수년의 그의 모습에서 늘 크게 벗어나지 않고, 수십년간 겸손함을 유지해온 모습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주목받기 위해 나대는 모습을 내가 좋아하지 않는지라...


오늘 갑자기 이 일화가 떠오른 건...
나달은 2007년에 내가 처음 본 그날 그냥 응원하게 되었었는데 십수년간 마음의 지지를 보낼 수 있을 만한 '그' 사람을 그렇게 TV 속에서 단 한 번에 알아보는 행운을 가졌지만,
실생활에서는 왜 그럴 만한 사람을 그렇게 만나기 힘든 것일까, 좋은 사람을 알아보기가 왜 어려울까...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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