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



지적 능력의 퇴보인지, 꾸준히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내가 쓴 글을 보면 매끄럽지 않고, 다시 읽어보면 나도 이해가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 나중에 여러 번 읽으면서 엄청 많이 고친다.
'나이 들어서 그래'라고 위로해보지만...



오래 전에 방송국 뉴스 일을 했을 때 냉철하던 뉴스팀장님이 떠오른다. 사실은 늘 술에 취해 있는 것 같기도 했고, 언제 잠을 자는지도 모를 것 같은 퀭한 분이었지만 일 하나는 명확하게 해내셨다.

난 매일매일 오후부터 밤 9시까지 30개 가까운 뉴스 아이템의 제목을 만들어내는 일을 했었는데, 팀장은 방송 직전까지 그 제목 컨펌을 고민하시는 일도 많았다.

한 기사당 2-3개 정도 시안을 적어내는 일을 했었는데, 방송 시작 직전에 스윽 오셔서 내가 써냈던 다른 대안으로 바꾸자..하고 그 정확한 문장을 말하고 가실 때면 깜짝 놀라곤 했었다. 와... 그 시안들이 다 머리에 들어있는 거구나, 하고는.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아마 회식 때 약간 취해서 하신 말 같지만) "저는 제가 우리 회사에서 기사를 제일 잘 쓴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하신 거였다.

충분히 설득력 있는 저 자신감. 딱히 토를 달지도 못하겠던...


그런데 10여 년이 더 흐르고 내가 나이 들고 생각해보니, 그렇게 자신감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나이에 여전히 '내가 우리 회사에서 가장 잘 쓴다'라고 말 할 수 있었던 그분이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솔직히는 총기, 패기, 기억력... 모든 게 감퇴하기 시작할 나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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