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있었다.



친구가 사는 곳이라서 한 번, 테니스를 보기 위해 두 번 더 방문했었던 파리. 
처음에 갔을 때는 꽤나 낯설어서 '내 친구가 이런 먼 나라 사람과 결혼해서 정착하다니...힘들었겠다' 이런 생각을 했었다. 유럽이라 해도 언어가 익숙한 런던에 있다가 넘어간 거라서 갑자기 거리의 간판은 읽기가 힘들어졌고, 도착하자마자 처음 탄 지하철에서 친구가 지하철 개찰구 통과할 때 문제가 생겨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걸 보게 되니 뭔가가 적대적인 느낌이었다.

그 뒤로 두 번 방문했을 때의 파리는 이상하게도 나에게 그냥 '서울'같은 느낌이 있다. 주변 풍경이 말도 안 되게 차이가 나는데도 묘하게 파리에 있으면 그냥 서울에 있는 것 같음. 대중 교통 시스템이 꽤 다른데도 또 비슷한 느낌이 나고 특별히 친절하지는 않은 사람들이 주는 분위기, 그냥 내가 입 꼭 다물고 혼자 돌아다닐 때의 그 느낌이 비슷해서일까? 파리에서도 혼자. 서울에서도 혼자. 
다른 나라 도시에도 늘 혼자 여행가곤 하지만, 파리는 유난히 서울에서 혼자 돌아다닐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2022년에는 그래도 마지막날, 
지하철을 탔을 때 관악기 연주자의 연주를 들으며 처음으로 '파리의 낭만'을 느꼈었다. 블로그에도 쓴 적 있음. 서울에서는 느낄 수 없던 기분.




곡을 계속 듣다가 내릴 때가 되어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영상도 찍어뒀었다. https://mori-masa.blogspot.com/2022/12/28.html

몇 달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된 곡 제목은 "I'm not the only one" .
파리에서 처음으로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던 순간.



2024년 세번째 방문을 돌이켜 보며, 그때 찍은 사진을 여러 번 넘겨봐도 '아, 내가 파리에 있구나' 했던 순간이 떠오르지 않는다.

굳이 찾아낸 순간은, 역시 거의 체류 막바지에 갤러피 라파예뜨 백화점 옥상에 올라갔을 때.



2024


2024년 체류가 딱히 인상적이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비가 많이 와서 여행이 춥고 힘들었기 때문이기도 한데, 비가 그친 저녁 하늘 약간 쌀쌀하고 맑은 공기와 그 분위기가 남달랐었다.
2022년에 이어서 두번째 올라온 것인데 그때랑 분위기가 달랐다.



2022


아마 여기서 파리 이제 안녕~ 하고 작별을 고했던 것 같기도 하다. 어슴푸레 기억. 
아마 또 다시 올 일이 있을까 싶어서.
나름 20박 넘게 머물렀고 숙박 예산 문제로 온갖 근교 도시까지 다 섭렵. ㅎㅎ 서울로 치자면 분당, 의정부, 일산, 광명 비슷한 곳도 다 돌아다님.

그리고 테니스 야간 경기를 보느라 3일 정도 밤 12시를 넘겨 대중교통을 타고 호텔로 돌아왔었는데... '전세계에서 서울만큼 한밤중까지 불야성이고 안전한 도시도 드물다'는 말은 편견이었고 파리도 그저 밤 12시 버스 안도 북적북적하고 타인에게 별관심없는, 그저 사람 사는 도시라는 느낌도 갖게 됐다. 


파리가 다른 해외 도시와 다른 점은
2022년에도, 2024년에도, 뭔가 내뜻대로 안 되는 일이 있어서 갑자기 혼자 눈물이 주르륵 흐른 기억이 있는 곳이라는 거.
이것조차도 '서울'같은 느낌을 강화해주는 것일까?

다른 도시에 여행 가면 아무 생각없이 헤헤헤 😽하며 돌아다니는데, 눈물 흘려가며 살고 있는 곳은 서울 뿐이라서 느끼는 동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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