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말-6월초 열흘 정도 집을 비우면서
노트북을 그대로 대기 모드로 해놓고 갔었나보다.
보통 집에 있을 때는 대기 모드로 해놓고 며칠씩 흘러가는 날도 많지만, 집을 1박 2일 이상 비운다고 생각하면 전원을 끄고 나가는데, 작년에는 그것도 깜빡하고 갔나 봄.
롤랑가로스를 관람했던 파리 - 그리고 추가된 여행지 암스테르담 - 상하이 - 잠시 지하철로 공항 근처만 나갔다 온 칭다오를 거쳐 집에 와서 노트북 화면을 열어보니...
롤랑가로스 입장권을 사느라 고군분투(?)했던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어서 피식 웃고 사진도 찍어놓았다. 나에게는 이제 롤랑가로스는 과거형이 되었는데 여기엔 여전히 남아있었구나.
돈이 오고가는 예매 사이트라 보안 때문에 자동으로 로그아웃이 자주 되어 매번 id/pw 다시 입력하느라 짜증났던 사이트인데, 열흘 넘게 지났는데 로그인 된 채 그대로 뜬 것도 신기하네.
가장 필요했던 경기 입장권은 정식 예매일에는 못 사고 어느날 갑자기 resale로 나와서 다행히 예매했지만 정작 그날 경기를 보니 좌석 위치가 좋지 않았던 게 좀 아쉬웠고, 어떤 날은 경기 보기 굉장히 좋은 위치의 비싼 표를 예매하는데 성공했지만 그날 흥미로운 선수 경기가 없어서 결국 10% 수수료 내고 공식 사이트에 되팔았다.
사실 살 때는 자리를 고를 여유 따위는 없고 누구 경기가 배정될 지 모르고 사야 하기 때문에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사놓아야 안심되는 거라서, 나중에 보지 않는 경기가 꽤 생겼다. 그래서 되팔 때 수수료가 계속 나가서 좀 아쉬웠다. 좀 더 오지랖이 넓었으면 여행동호회나 테니스동호회 사이트 같은 데 정보를 올리면 개인 간 거래도 가능하지만, 괜히 모르는 사람들이랑 돈 문제로 얽히기가 꺼려져 공식 사이트에만 되팔았었다.
오늘 티켓 화면을 다시 보니, 가장 필요했던 입장권이 가장 마지막으로 구입한 입장권이었구나. (그러나 구입할 때는 그 표로 누구 경기를 보게 될 지 알 수 없음) 결과적으로는 누군가가 "옛다, 그동안 매일 예매 사이트 들여다보느라 고생했다" 하고 이 표를 마지막으로 준 느낌? 🧝♀️ 나는 종교를 믿지 않는데 왜 꼭 이런 상황에서는 '절대자'의 존재를 떠올리는지 모르겠다. ㅋㅋ
누군가를 응원하고 그 현장감을 즐기기 위해 수십만번대 번호가 줄어들기를 기다리며 표를 예매하던 시절, 이제는 완전히 과거형이 되었지만... 뭔가 좋아하는 것이 있어야 그래도 사람이 살아진다는 말은 정말 맞는 말이다. 어떻게든 '행동'하게 만들어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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