西城区 大栅栏街 25号
ibis는 세계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는 무난한 중저가 브랜드지만, 자체 저가 호텔 체인이 엄청 많은 중국에서는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해 고전하는 듯. 요즘 중국에서 새로 오픈하는 ibis는 굉장히 드물다.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가 중국 여기저기에 말그대로 '우후죽순' 생기고 있는 것에 비해서는.
중국의 ibis는 accor 회원 프로그램 적립에도 참여하지 않는데, 요즘은 accor 공식 사이트에서 예약도 막혀있는 곳이 있고 가격대는 trip.com 같은 여행 전문 사이트의 거의 두 배 가까이🙄 받는 곳도 있다. 만약에 중국 도시에서 위치가 너무 좋아 가고 싶은 ibis나 mercure 계열이 있더라도 accor 공식 사이트에서 예약하는 것보다 trip.com등을 이용하는 게 비교도 안 되게 저렴하다. 웬만한 호텔 체인들이 '자사 공식 사이트에서 예약해야 가장 저렴하다'는 걸 홍보하고 있는 것이랑은 반대. (Mercure급 이상↗️ 브랜드는 accor 포인트 적립에는 참여함)
중국의 이비스는 외국 관광객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아마도?) 이름만 빌려왔을 뿐, 실제로는 중국 호텔 그룹 화주회华住会 H와 관계가 더 커 보인다. 한국에서 '이비스 앰배서더' 라는 이름으로 오픈하는 것과 비슷한 걸까? 华住会에서 성공시킨 중국 브랜드가 엄청 많은데도 이비스나 머큐어랑 합작도 하는 걸 보면 확실히 어떤 이유가 있을 듯.
Accor 포인트 적립도 안 되는 데다가 중국에서 ibis를 갈 바에야 비슷한 가격대에 훨씬 조건 좋은 중국 현지 브랜드가 많으니 ibis에 머물 일은 없겠구나 하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한 나라의 수도답게 지불 가격에 비해 호텔 수준이 열악한 베이징에서 이리저리 따지다가, 출국 비행 5시간 남은 시점에서 갑자기 ibis 천안문 광장 지점을 trip.com에서 예약하게 됐다. 위치가 중심부라서 베이징의 다른 이비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숙박료가 높은 곳이었는데, 새벽에 갑자기 저렴하게 나온 것을 보고 예약을 바꾸고 출국했다.
인구가 너무 많고 경쟁이 심해서 벼라별 시도를 다 하는 게 중국 고유 브랜드들 (밤 10시에 야식 무료 제공, 빔 프로젝터 설치, 떠날 때 선물 증정 등등) 이런 곳 몇 곳 예약했다가 이 '중국식' 호텔들엔 창문 없는 방이 너무 흔해서 결국 취소.
해외에 있는 식대로 중국의 이비스는 저층 단독 건물을 지어서 오픈하는 경우가 많아서 대부분 창문 있는 방이 많은 편이지만, 이 이비스 천안문광장지점은 인기있는 동네의 좁은 건물에 방을 여러 개 만들었으니 창문없는 방이 많았다. 쳰먼前门역에서 도보 8분 정도로 아주 가깝진 않지만 볼 것 많은 前门 지역에 일부러 찾아갈 필요없이 호텔 바로 앞이고, 야경을 즐기고도 금방 귀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저런 단점을 딛고 여기로 가기로 최종 결정.
천안문 광장역 지점은 중국에서 "매우 드물게 최근"인 2023년에 개관한 곳이다. 하지만 accor 사이트에는 아예 이름도 나오지 않는다.
쳰먼역에서 내리면 거기서부터 온통 상가 거리라서 정신이 없는데, 大栅栏 저 골목으로 접어들어 조금 더 걷다 보면 이비스가 나온다. 바깥은 시끌시끌한데 호텔 안에 들어가면 귀신같이 조용하다. 그래서 내가 예약한 방 이름이 이랬는지도...
静谧蓝大床房
외국인 후기에서 체크인이 오래 걸렸다는 말을 봤는데, 실제로 오래 걸림. 아마도 주숙 등기 문제 같은데, 다른 호텔들은 문제없이 다 해줬는데 여기는 내 이름을 한자로 써달라고 했다.
직원들끼리 내 한자 이름을 중국식으로 읽어 보더니, '왜 한국 일본..다르게 읽는 걸까?' '입국 도장이 많아서 어떤 게 이번 것인지 모르겠잖아' 자기들끼리 뭐 이런 얘기를 주고 받는 듯 했다. 나는 20%도 못 알아듣는 사람이었지만 외국인이라도 중국어 잘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고객 앞에서 자기들끼리 (못 알아들으리라고 생각하고) 중국어로 잡담하는 태도는 별로 좋지 않아 보였다.
그래도 무더운 여름에 체크인 하려 하면 중국에서 보기 힘든, 병에 이슬이 맺힐 정도 차가운 물 한 병을 준다. 룸 내부에 있는 냉장고로는 그 정도로 시원해지지 않는다.
방은 생각보다 맘에 들었다. 창문 없는 방이라고 예약 사이트에 나와 있었지만, 건너편 벽에 면해있을 뿐, 창문을 조금은 열 수 있었고 오후엔 나름 볕도 들었다. 내 방이 그나마 이 호텔에서 가장 높은 층인 4층이기 때문에 볕이 더 잘 드는 것일 지도? 이 호텔은 바깥이 호객 행위로 시끄러운 거리이기 때문에 그쪽 방향의 창문있는 방이 더 시끄럽고, 차라리 건물 뒤쪽 창문 없는 방이 조용하다. 그래도 중국 호텔에선 실내 흡연 문제😣 때문에 웬만하면 창문이 열리는 방을 선택하는 게 좋다. 금연 호텔에서도 다들 담배 피워서 악취가 남아 있는 곳이 많아서.
침대에 누우면 tv와 함께 화장실이 보이는, 마치 최저가 월세 원룸에 사는 기분이 느껴지는 구조지만
깨끗하게 관리가 잘 되어서 냄새가 난다거나 불쾌한 느낌은 없었다. 자동으로 물 내려가는 변기 등 설비도 좋다. 이비스가 이 정도면 괜찮지.
중국 저가 호텔에는 없는 경우가 많은 냉장고도 있지만 전신 거울이 없는 것은 좀 불편했다. 티비가 인터넷 신호를 받는 것인지 ... 계속 꺼졌다 켜졌다 하는 것도 좀 별로였음.
방 구조상 에어컨 바람이 바로 침대 위에 누운 얼굴 위로 떨어지긴 하는데 그래도 중앙 제어는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고 방은 금방 시원해진다. 다닥다닥 붙은 건물 탓에 가끔 후기에 옆집 식당 환풍기로 고생하는 내용이 보였다. 방 배정 운에 따라 평이 갈릴 호텔. 나는 방도 깨끗하고 냄새도 없어 만족.
밤에 움직이면 화장실 찾아가라고 자동으로 센서등도 켜진다. 내가 2020년대 이후 지어진 이비스를 못 가봐서 그런지 몰라도 이 정도면 이비스 최상의 수준인 것 같은데, 유럽 출신이 쓴 '유럽 기준 이비스 수준 아님' 이라는 후기도 봄. 외국인들은 특히 조식 불만이 많아 보이지만, 나는 여기서 조식을 먹진 않았다.
내가 예약한 방보다 한 단계 더 낮은 방도 있던데, 만족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그 방은 피하는 게 좋을 듯 했다. 정말로 건물 한가운데 들어가 있는, 벽으로 꽉 막힌 방으로 보임.
1층 엘리베이터 뒷편으로 세탁 시설도 있다. 이것도 과열 경쟁의 여파 아닐까 싶은데 (혼자 맘대로 중국 호텔 업계를 진단함🤗) 중국 호텔들은 세탁기 이용이 대부분 무료, "코인" 론드리가 아니다. 세제도 무료 공급.
이 호텔의 최고 강점은 위치. 도보 거리 안에 걸어갈 곳이 너무 많고 밤에는 호텔 문 밖에만 나가도 즐겁다. 호텔 지점명은 천안문 광장점이지만 천안문 자체는 도보로 좀 멀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어차피 그 주위는 차량 통제가 많아 누구나 많이 걸어야 한다는 걸 감안해야 함. 그리고 낮에는 주변 상가들 호객 행위로 시끌벅적한데, 밤에 조명이 모두 켜지면 분위기가 달라지고 돌아다니기 즐거운 거리가 된다. 주변에 식당도 너무 많다.
주변이 모두 보행자 전용 거리라서 택시를 타고 호텔 바로 앞까지 올 수는 없고, 지하철역도 약 10분 거리라서 짐이 많으면 힘들지만, 관광객이 몰려드는 시끌벅적한 베이징의 중심가에서 조용하게 머물 수 있었던 곳이라, 재방문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짐 가방 밀며 걸어본 결과 진짜로 첸먼역 i출구 8분, 주시커우 a출구 10분 걸렸는데 2+7+8호선이 주위를 지나가므로 지하철 타고 갈 수 있는 곳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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