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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내가 쓴 글을 읽다가 좋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자다가 일어나서 세수도 안 한 채로 잠옷(파자마는 아니고 무릎 나오고 구멍도 좀 난😜 "츄리닝")을 입고 파리북역에 들어가서 신문을 사온 일. 아무도 날 신경쓰지 않는다.
평생을 살아온 서울에서는 오히려 잠옷 입고 쌩얼로 서울역 갈 일이 없을 것 같은데 파리에서는 그게 가능한...
이게 여행의 재미인가.
사실 서울에서도 내가 츄리닝 입고 부스스하게 세수 안 하고 다녀도 아무도 관심은 없다. 누군가 최대한 관심을 줘봤자, 원래 그게 내 모습이라고 생각하지, '왜 저렇게 대충 입고 다녀?' 이런 생각 아무도 안 함. 그런데도 서울에선 이상하게 뭔가 남을 의식하게 되는 것이 있어서 집 앞에 나갈 때도 거울 한 번 더 보고 선크림 정도는 바르고 나가게 된다. 아니, 차라리 쌩얼로는 나갈 수 있는데 잘 때 입던 옷을 입고 그대로 나가는 게 더 힘든 듯.
하지만 해외에 가면 뭔가 나를 내려놓거나, 아니면 이상하게 더 용기를 내게 되어서 ... 그 재미에 떠나게 되나보다.
뭔가 조금 더 용기를 내고 며칠간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오면 다시 아무런 변화가 없는 나를 발견하게 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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