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아픈







작년에 한 달 넘게 걸려서 가까스로 읽은 책.
내가 스마트폰 중독이 되어, 주의력 결핍증에 걸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 만듦. 
몇 페이지 가까스로 읽고 나면 자꾸 책 바깥 딴 세상 생각만 남. 그래서 진도가 안 나감.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았던 문장.


"You could walk before?" asked Malcolm, as if he could not walk now. And this made him sad and embarrassed: what he considered walking, they apparently did not. p.112


주인공은 어린 시절의 학대 경험 때문에 신체가 온전치 못한데 그래도 본인은 현재 자신이 어떻게든 걷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그게 아니었던 거다. 말하자면 절뚝임, 질질 끌기, 이런 거. 그래서 "너 전에는 걸을 수 있었어?" 라는 친구의 질문을 받고 놀란다. 남들은 지금 나는 걷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였구나.


"He will be someone who is defined, first and always, by what he is missing." p.680


이 소설의 초반부는 주인공이 상당히 비밀이 많은 사람으로 그려진다. 보통은 자신의 어떤 결점이나 'missing'을 털어놓게 되면 결국 그것이 그 사람의 이미지를 못 박게 되고, 타인이 그 창을 통해서만 그 사람을 바라보게 되므로...이런 일을 피하기 위해 점점 비밀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그 과거가 드리운 그림자 때문에 현재의 연애에서 육체 관계를 제대로 맺지 못해 연인과 힘들어하는 내용을 장장 백 페이지를 늘어 놓아서 좀 질리기도 했다. 한 사람 인생의 고통을 처절하게 그려낸 소설이지만, 그 부분은 무의미한 반복으로 너무 길었다. '누구도 짐작 못할 삶을 살아온 주인공의 인생을 이해해보자'가 아니라 이 측면에 대한 작가의 집착이 좀 괴이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몇몇 문장은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은 '어떻게 해도 가려지지 않는 인생의 시련과 고통'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그냥 몸에 주어진 - 본인의 의지와는 관련없는 신체의 장애로 한정해서 보자면...

어떤 신체적 장애를 가져보지 못한 사람들은 절대 장애를 가진 사람의 입장이 되어볼 수 없다. 그래서 어쩌면 정말로 "악의없이" 아픈 사람에게 상처 주는 말을 계속 하게 된다.

나도 어느 순간 멀어진 사람들을 생각할 때 그들이 나에게 털어놓지 못했던 아픔을 내가 아무 생각없이 후벼 파서, 그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하고 생각해 본다. 하지만 서로 영원히 어떤 상처를 주고 받은 것인지 모른 채로, 그냥 피하느라 멀어져 갈 수도 있다.

어떤 종류의 신체 장애는 매일매일 그 장애를 가졌음을 본인이 확인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잊고 살고 싶은데, 매일 거울을 보면 보이고 걸음을 걷다 보면 느껴진다. 그런데도 모든 성취를 이루고, 밝은 사람...정말 존경스럽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매일매일 벽을 만나는데.


" people get used to anything their bodies gave them " p.662


하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간다. 외부적 결손을 바라보는 상대방은 '저렇게 어떻게 살지?' 싶고 안타까울지 몰라도, 또 그게 내 삶에 던져지면...적응해서 살아간다. 

이 소설의 주인공도 고통에 절여진 삶을 살지만, 직업은 성공한 변호사. 고통 속에서도 자기 할 일은 하고 산다. 물론 밝은 인물은 아니지만.


"No matter what gets damaged, life rearranges itself to compensate for your loss, sometimes wonderfully."
-p.153


이 compensation 하나 믿고, 다들 괴로운 삶을 버티는 거지.



流金歲月 (2020)


모두 각자의 고통과 싸우고 있다.
타인에 대해 쉽게 말하면 안 되는데
나조차도 남을 비난하는 게 더 쉽다.
열심히 걷고 있는 사람을 보고 '다리를 절고 있구나' 만 잡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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