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동안 테니스 팬 하면서
ATP 투어급은 한국에서 대회가 안 열리기에 해외에 대회 보러 가기 위해 수백만원 쓰기는 했지만 그건 여행 자체로서도 의미가 있었고, 선수 자체를 상징하는 "merchandise" 에는 돈을 안 쓰려 했었다.
그러다가 2019년, 나달이 US open에서 우승했을 때, 이 모자가 가지고 싶어졌다.
나달을 상징하는 로고와 함께 대회마다 수만 가지 색상이 발매되는데 2019년 us open에서 착용한 색상은 바로 저 색상. 특히 나달이 당시에 "purple은 happy color"라고 말하기도 해서 우승 기념으로 더 갖고 싶었다.
그때 우연히도 엄마와 언니는 포틀랜드 여행 중이었고, 나이키 본사는 포틀랜드 옆 Beaverton이라는 도시에 있는데다가 포틀랜드에는 나이키 대형 매장도 있어서 언니에게 사다달라고 부탁함.
반전은, 엄마랑 언니가 나때문에 일부러 나이키 매장에 갔음에도 나이키 총 본산 도시의 대형 매장에 나달 모자는 없었고... 🫨 한국에도 수입이 안 됐었나?!?! 해서 결국 갖지 못하게 됐다.
그러다가 2022년, 호주 오픈 시작할 무렵 이 티셔츠를 보게 됐다.
너무 귀여워서 사고 싶은데, 호주오픈은 2012년부터 나달 팬에게는 악몽의 테니스 대회라서 코알라의 저주(?)받을까봐 살 수가 없었다. 저 셔츠는 나달 전용이 아니고, 당시에 나이키와 계약 맺은 모든 테니스 선수가 입기는 했지만...
2012년 5시간 53분 결승전 뛰고 패배
2017년 결승전 5세트에 승기 잠시 잡았다가 패배
2019년 결승전 사상 가장 처참한 스코어로 패배...
괜히 코알라 티셔츠 사놨다가 예전 호주오픈처럼 아픈 기억으로 남을까봐 사지 못함.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대역전 우승을 했고... 기쁜 마음으로 티셔츠를 구입. 약간의 반전이 있다면 섬세하게(?) 코알라를 수놓은 셔츠인 줄 알았는데 그저 프린트였다. 🤷♀️ ㅋㅋ 그래도 운동화 외에 유일무이하게 구입한 나이키 '의류'다.
롤랑 가로스가 위치한 파리 16구 옆 도시, 이시레물리노에서 오지 않는 롤랑가로스행 버스를 기다리며... 버스 정류장에 비친 내 모습을 찍었다. 2022년에 롤랑가로스 보러 파리에 가서 처음으로 알카라스 야간 경기 보러 가던 날 입었음.😊
롤랑가로스 대회장에 들어가면... 기념품 샵이 여기저기 있는데 롤랑가로스와 나달의 관계가 워낙 각별하다 보니, 나달이 운영하는 '라파 나달 아카데미'의 작은 매장도 한켠에 있다.
여기서, 2019년에 손에 넣지 못한...
나달 로고 모자를 또 마주하게 됨.
그런데 위 사진처럼 라파 나달의 spanish Bull로고가 있는 게 아니라 아카데미 로고가 있는 모자였다.
'이건 좀 변종인데?!?' 하며 살까말까 하다가 대회 막판에 품절이 되었고 결국 사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돌아와서 후회함.
생각해보니, 나달 bull로고 모자는 나이키에서 주문하면 살 수 있는 모자이고 한국에도 공식 발매 되지만, '라파 나달 아카데미' 모자가 더 구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배송료 부담하면서 스페인에 주문해야 하는...
내가 파리에 다시 가게 될 거라고 생각 안 했기 때문에 2022년에 희소 아이템을 살 좋은 기회를 놓친 게 아쉬웠다.
그러다가 2024년, 다시 롤랑가로스에 가게 되면서 이번에는 보이는 대로 잽싸게 구입. ㅎㅎ
사진 속에 주르륵 놓여있는 것 중에 연보라 색이 제일 예뻐서 집었는데, 실제로 착용해도 잘 어울리고 흔치 않은 색상이라 좋았다.
그리고 모양이 딱 잡혀있는게 아니라 흐물흐물한 소재라서 더 편했는데 그래서 여행 내내 '호텔 조식 모자'가 됨 😝 아침에 눈뜨고 비몽사몽 세수도 안 하고 저 모자 하나 뒤집어쓰고 매일매일 밥 먹으러 내려갔다.
그리고 2019년에 내가 가족에게 사다달라고 부탁했을 때의 가격보다 더 저렴하게 구입해서 '이게 웬일이지?' 했다. 5년이나 지났는데 물가가 더 떨어졌다고??
하지만 나중에 비밀을 알게 됨.
예전에 대회 막바지로 가면 품절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빨리 사려고 그저 색깔만 보고 집어들었던 이 모자는...
Kids모자였다. 👦 👧
성인용보다 €5 저렴.
그래도 내 머리에 들어가면 됐지 뭐.
테니스 코트에 저런 류의 모자나 의류를 착용하고 있으면 그 팬의 정체성을 알 수 있는데
이렇게 마지막 해에 팬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모자 단 하나 남기고...선수 은퇴로 팬 생활은 막 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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