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으로 버거킹을 먹다가 '베르사이유에서 버거킹 먹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동안 내가 혼자 간 호텔 중에 가장 가격대가 높았던 방.
최저가를 지불했지만 운좋게 두 배 넘는 가격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업그레이드 받았었다.
Waldorf Astoria Versailles - Trianon palace.
방 크기에 비해 tv도 너무 작아서 호텔이 인색해보이고... 생각보다 그렇게 아주 고급스럽지는 않았지만, 내가 가본 호텔 중에 층고가 가장 높은 방이었다. 유서깊은 건물을 호텔로 개조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혼자 여행에 이런 지출은 나에게 무리인가?' 했었지만 나중에야, 내가 방문했던 2022년 당시에는 아직 코로나 여행 제한의 여파가 있어서 비교적 "알뜰하게" 이 호텔을 이용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23년 이후에 파리 호텔을 예약하려고 보니 이 5성 호텔에 지불했던 가격과 비슷한 가격을 파리 중심부도 아닌 곳에 위치한 3성급 이비스에 지불해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됨. 그래서 2022년에 나름 저렴하게(?) 좋은 경험했다고 생각한다.
아침에 방이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기분좋게 오후에 베르사이유에 도착했는데... 나에게 좋은 방을 준다는 것일 뿐, "너를 일찍 들여보내 주겠다"는 아니라는 걸 깜박했다.
오후 1시 반 넘겨서 도착했더니 3시가 되어야 체크인이 가능하다고 한다. 🥲 짐을 맡겨두고 떨떠름하게 점심 먹으러 호텔에서 나온 뒤에야, 교통카드를 넣어둔 가방까지 호텔에 맡겨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에고..
호텔에서 베르사이유 시내까지도 충분히 걸어갈 거리이기는 하지만, 아직 오후에 베르사이유 궁 관람 일정이 잡혀 있으니 체력을 아껴야 하는데 마냥 걸어다닐 수는 없고... 걸어서 두 시 훌쩍 넘어서 시내에 도착했더니 식당들은 브레이크 타임 시작.
결국 나의 늦은 점심 식사는 버거킹 당첨. 패스트 푸드는 브레이크 타임이 없으니.
호텔에 맡긴 가방 속에 있는 교통 카드를 떠올리며... 버스도 못 타고 터덜터덜 힘들게 걸어서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콜라를 떨어트리는 바람에 옷이랑 신발이 젖었던 기억이 난다. 좋은 호텔에 묵는 하루였지만 뭔가 처량했음. ㅎㅎ 3시가 넘어서 방을 배정받고, 베르사이유 관람 예약 시간 때문에 햄버거는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일단 궁에 다녀옴. 그래서 결국 저 버거와 진짜 "프렌치" 프라이는 저녁 식사까지 커버하게 되었다. 베이컨 포함 프라이였나, 좀 더 푸짐한 걸 시켜둬서 나름 든든했다.
콜라를 쏟는 바람에 원래 베르사이유 방문할 때 입으려고 했던 옷과 다른 옷으로 갈아 입은... ☺️
다음 날, 체크아웃 하는데 직원이 내 이름의 H를 제대로 발음해 줬다. 프랑스어는 h가 묵음이라, 내 이름 발음을 잘 발음하는 사람을 여태 못 봤다.
그래서 내가 "Oh, you can pronounce my name corectly!" 라고 했더니 아시아권에서 일한 경험이 있댔나..하면서 친절히 응대해줬다. 스몰톡이 잘 통하길래 내 호텔 방 화장실에 모기가 많았으니 모기 좀 잡아라...라는 말도 그냥 기분 좋게 나누고 헤어졌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you can pronounce my name corectly! 라는 내 영어가 뭔가 어색하게 느껴짐. 이건 완전히 직역 아닌가? 이래도 뜻이 통하는 건가? 외국어는 그냥 내뱉어야 실력이 는다고 하는데 나같이 소심한 사람은 실력이 늘기 쉽지 않다.
오늘 생각난 김에 구글 번역을 해봤더니 내 의도와 정확히 같기는 하네.
외국어인데 서로 눈치껏 이해하니 뜻만 통하면 내뱉어도 되는데, 난 머리 속에서 먼저 이것저것 굴려 보니 말이 잘 안 나온다. 위의 문장은 그런 과정없이 그냥 자연스럽게 튀어나온 건데 그러니까 또 나중에 맞는지 의심을 하게 되고...
이날 베르사이유 근처에 사는 친구를 불러서 그날 조식과 웰컴 드링크를 함께 했었다. 이제 오랜 기간 프랑스에 살게 된 그 친구는 이런 외국어의 심리적 벽을 어떻게 넘었는지 궁금하다. 그 친구는 30대가 되어서야 배우기 시작한 프랑스어로 앞으로 평생을 살게 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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