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리허설




몇 년 전, 15년 만에 내가 잠시 살았던 도시에 방문하는 항공권을 사놓은 상태에서 제주도 가족 여행을 먼저 떠나게 되었다.

제주도에 비행기가 착륙하려 할 때쯤
'와... 15년 만에 그 도시에 가니까 거기 착륙할 때 눈물 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니, 제주도에 착륙하는데도 갑자기 눈물이 났다. 그때의 감정이 상상이 되어서.

며칠 뒤, 정작 그 도시에 착륙할 때는 아무 느낌이 없었다는.... 미리 상상하고 눈물 흘리고 다 끝내서.


이번에도 그랬다.
몇 년 째 바라던, 홍콩에 가면 감상에 젖어 듣고 싶은 홍콩 가수의 노래가 있었다.

홍콩으로 떠나는 우한 공항에서 데이터가 남아서 유튜브 재생으로 음악을 들었다. (중국 망으로는 유튜브 재생이 불가하므로 그동안 제한적으로 듣고 있었는데, 중국 떠날 시간이 1시간도 안 남았지만 유튜브 재생 가능 eSim 데이터는 하루치가 남아 있어서..)

그러다 우한에서 미리 이런 노래 저런 노래 내가 좋아하는 노래 다 듣고 이미 굉장히 감성적이 되어버렸다. 어떤 노래인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귀에서 들려오는 음악 덕에 우한공항에서도 감성이 폭발해서 살짝 눈물이 날 뻔 했다.

이번에도 미리 그 감성을 다 분출하고 나니, 정작 홍콩에서는 아무리 그 음악을 들어도 감성이 안 나옴.
그래도 23시간 레이오버라 마음이 바빠서 그렇지, 여전히 홍콩이라는 도시는 뭔지 모르게 아련하긴 했어.




Tips: 
1. 우한공항 국제선을 이용할 때 절대 공항에 두 시간 전에 가고 그럴 필요가 없음.
낮 시간대는 서울, 홍콩, 모스크바 3편이 전부임 🫣  긴 줄 없음.
위 시간표가 6줄인 이유는 공동운항편 번호를 다 써놨기 때문이지, 결국 3편. 도시 인구 규모나 경제 규모에 비해서도 국제선 너무 적게 취항하더라.

예를 들면 12:25pm 비행기 체크인 마감이 11:25am인데, 체크인 카운터에 11:15am 정도에만 도착하면 전혀 문제 없을 듯. 이때 도착해야 오히려 들어갈 사람들은 이미 짐 부치고 다 들어갔기 때문에 체크인 카운터에 줄이 거의 없다. 국제선 동선이 꽤 짧아서 짐 부치고 10분 뒤면 탑승 게이트 앞. 어디 헤매고 그럴 여지조차 없음. 사실 출국 심사 마치고 나왔는데 바로 눈앞에 게이트 넘버가 보여서 오히려 당황함 😅
우한 공항 국제선은 너무 일찍 도착하면 그저 앉아서 음악 듣는 것 밖에 할 수 없다. 공항 가야하니 마음이 급해서 아침에 못 먹고 온 우한 특산 러깐미엔이 어른어른.


2. 요즘 중국 "출국" 심사가 강화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우한 공항에서 출국하려는데 "중국에 왜 왔어?" 질문을 받아서 사실 처음에는 웃음이 터짐. 심사관이 자기 자리를 깜빡 잊은 줄 알고. (지금 본인이 입국 심사 중이라고 착각한 건가? 🤔 하고 살짝 웃었음) 하지만 심사관은 정색을 했고, 다시 물어보기에 sightseeing tour travel... 원하는 거 알아서 하라고 다 말해줌. 혼자 왔냐? 중국에 아는 사람 있냐? 이런 것 물어보고 내가 찍은 사진들도 봤다. 
중국에서 뭔가를 유출하려는 사람을 막으려고 출국 심사가 강화됐다고 하니, 앞으로는 출국 심사장에서도 "중국에 온 목적은?" 이런 질문 받아도 그냥 그러려니..하고 성실히 대답해야 한다. 어떤 나라든, 출입국 심사관에게 밉보여서 좋을 나라는 없다.


2004년에 처음 베이징공항에 갔을 때, 그때는 사정을 잘 몰라서 "표지판에 국제선 • 홍콩 • 마카오" 이렇게 묶인 것을 보고 "어? 이제 홍콩 마카오 중국 땅 아니었나? 왜 국제선 취급이야?" 했었다.

22년 흐르고... 이번에 처음으로 그렇게 중국에서 국제선 출국장을 이용에서 홍콩으로 떠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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