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rad Seoul 콘래드 서울

그래도, 콘래드 서울





2014년 4월 1박.

동생 덕분에 차분한 분위기가 특징인 콘래드 서울에서 하루 머물렀다.
콘래드 서울을 지배하는 느낌은 왠지 직선, 직사각형?
뭔가 묘하게 악평과 호평이 뒤섞인 후기가 많은 콘래드 서울.
그래도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한 건물들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원래도 타 호텔에 비해 방이 넓은 편이지만 다행히 코너룸을 배정 받아서 IFC-여의도 공원쪽과/ 한강-서강대교쪽을 반반 볼 수 있어서 더 트인 느낌.
코너룸은 침대 정면에서 미니바 등이 보이지 않고 창문이 보이는 것도 좋았다. 우리 이번 방 배정 운이 좋았던 듯.. 무료 숙박이었는데 :)








인천공항에 내린 뒤, 곧바로 콘래드에 투숙하게 되는 초행길 외국인이라면 서울에 대한 이미지는 '최첨단'이 될 것 같다.

서울의 전망 측면에서 상당히 빼어난 위치를 갖고 있다고 꼽히는 남산 하이야트에서 보면(숙박해 본 적은 없지만. 호텔 방에서 진행된 전시회에 가서 한 층 거의 모든 룸의 서울 전망을 본 적 있다.) 다닥다닥 붙은 낡은 주택들이 많이 보여서, '서울의 정겨운 뒤편'까지 볼 수 있다.

하지만 콘래드는 사방의 전경이 업무용 고층 빌딩과 강 건너 아파트들 뿐이고 내부 설비도 서울 호텔 중 가장 최신인 편이라서, '서울의 최전선'을 잘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콘래드 서울은 가족적/편안함보다는 사무적/단정함 느낌이 약간 더 강한, 어둡고 중후한 톤의 인테리어가 기본인 호텔이다. 출장와서 장기 투숙해도 충분하게끔 코너룸엔 입구 복도 양쪽에 옷장이 있었고, 욕실도 깔끔하고 쾌적했다. 트윈룸에는 각각 2명씩 자도 될 정도의 퀸 침대가 2개 있고, 적당히 푹신한 침구가 있어서 숙면을 하기에 좋았다.

서양쪽에서 생각하는 "비즈니스 호텔"은, 일본 영향을 받은 동양권 비즈니스 호텔 개념과 많이 다르다고 하는데, 서울에선 이 콘래드 호텔이 가장 서양식으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비즈니스 호텔 아닐까 한다. 

눈높이 유리창 밖이 모두 업무용 건물이라, 다들 일하는데 나만 놀고 있는 듯한 느낌(좋은 건가? 나쁜 건가?)을 주는 콘래드 8층의 수영장. 적절히 따스한 내부 온도를 유지했고, 어린이들도 즐길 수 있게 1.2m 깊이였다. 어떤 면에서 보면 콘래드 서울이 '비즈니스 출장'에만 어울리는 호텔인 것은 아니다. 가족 동반 외출이나 쇼핑을 겸한 '쉼' 목적에도 잘 맞을 듯하다. 여러 패션 브랜드 뿐만 아니라, 서점과 영화관까지 알차게 들어선 ifc mall L1과 호텔이 곧바로 연결되어 있는 것도 참 편했다.





늦게까지 돌아다녀도 귀가에 대한 걱정이 없었고, 손님들이 별로 없는 이른 오전(10시부터 오픈) 쇼핑하기도 좋았다. 난 그저 window shopping만으로도 만족했지만 뭔가 아쉬운 물건이 있어서 몇 번씩 호텔과 몰 사이를 오르락내리락해도 지치지 않음. 쇼퍼홀릭들은 흐뭇흐뭇할 듯 :)
아침 많이 안 드시는 분들....ifc mall L3 맥도날드는 아침 7시면 오픈한다. 뷔페 대신에 텅빈 몰을 슬슬 걸어가서 사먹으면, 아무도 없는 거대한 쇼핑몰에 혼자 있는 듯한 재미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다른 가족은 조식 뷔페를 가서 먹었는데, 빵의 종류가 무지 많아 '빵순이'에게 좋은 조식이라는 말을 한다.


다른 호텔에 가보고 나면 '여기도 좋지만 다들 특색이 있으니 다음엔 여기 말고 다른 곳도 가봐야지'라는 생각이 드는데, 콘래드 서울에서는 '언젠가 또 오고 싶네'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들끼리 무리없이 하루를 보내게 해주었고, 오픈 초기엔 서투르다는 소문이 많았던 직원들도 모두 친절했다. 머무를 때 이것저것 선택지가 많은 곳이라, 다음엔 다른 선택을 하러 또 숙박하고픈 곳.


* 장점
- 가장 기본 등급의 방도 비교적 넓고 쾌적한 공간
- 어느 부분을 봐도 두 가지 이상의 옵션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많다. 유리잔-와인잔-커피잔의 다양한 크기, 침실과 욕실 두 곳의 TV, 레인 샤워 방식 등. '우리가 주는 대로 받아써라'가 아닌, 내가 고를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게 진짜 "내집같음"의 특징아닐까? :)
- 다양한 매장이 늘어선 ifc몰과 바로 연결
- 요즘처럼 충전할 제품을 많이 가지고 다니는 시대에 적절한 power outlet의 위치.
- 콘래드 컨시어지 앱으로 이것저것 요청 사항을 체크인 전 미리 주문 가능. 굳이 내가 먼저 전화하지 않아도, 앱에 요청 사항을 적어 보내면 곧 확인전화가 오고 변경 가능한 것은 변경해줬다.


* 단점
- TV 채널이 너무 적었다. 골프 채널 외에는 해외 스포츠 채널 전무 ㅠ.ㅠ(2014년)
- 미니바 청소 상태 불량. 안 닦은지 오래된 듯. 유리컵에 투명 플라스틱을 씌워놓은 디테일에 점수를 주고 싶었는데, 여기서 점수 깎아먹음.
'내집같음'이 다시 '남이 다녀간 집 같음'으로 변하는 순간. 
아니다, 이것까지 내가 닦으면서 살면 진정 '내 집'처럼 느껴지는 건가? :)

- 사용 기한이 3년이라는, 생산된지 1년 5개월 된 toiletries.
타라 스미스 - 순수 식물성 라인이라서 변질 가능성이 더 없다는 건감?? 인기 제품이라더니 소진율이 그리 높진 않은가보다. 3년 안에만 쓰면 되는 거겠지? 사용 기한이 3년이라고 해도, 생산 후 2년쯤 지나면 로션/컨디셔너의 냄새가 변하는 현상이 있으니, toiletries 기한 관리 좀 더 신경 썼으면 좋겠다. 호텔 토일레트리의 유효기간은 대부분 3년인데 로션보다 특히 컨디셔너가 더 빨리 변질되어 2년 정도 지나면 이상한 향이 나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았다.



(참고로 2014년 4월 현재, 상하이탕 제품도 2012/12월 생산품을 준다고 하고, 그나마 아로마테라피가 2013말/2014초 생산품이다. 그리고 타라스미스와 아로마테라피는 모두 중국의 같은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솔직히 향 외에는 그렇게 품질에 큰 차이가 있을까 싶다.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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