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ove us"

"I love us"


from the movie "(500)days in summer"


이 영화의 남자 주인공은 카드 문구 작가 or 디자이너인 듯 하다.
그가 쓴 카드 중 하나, "I love us"
작은 생각의 전환이 아름다운 문장을 만들어냈다.
I love me도 아니고, I love you도 아니고, I love us라니..
나에겐 "우리가 함께함이, 우리가 만들어 가는 시간이, 따로따로가 아닌 '우리'임이 너무 좋아"라는 의미로 받아들여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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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토리와는 또 다른, 별개의 생각.
"once I loved you, but now I hate some part of you"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은 흐른다.
시간이 흐르면서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미래가 다가오고, 사건이 발생한다.
예측할 수 없었던 여러 사건에 대해 상대방이 대처하는 방식도 예측할 수 없다.
사랑에 빠졌던 사람들도, 어떤 사건이 있을 때 상대방이 대처하는 방식에 실망하게 되면 그 관계가 멀어진다.

결혼 생활이 힘든 이유는, 상대방의 육아 방식, 상대방의 욕실 습관, 상대방의 바람기...계속 새로운 상황에 부딪치게 되는데 그 대처 방법이 자신과 너무 다름을 매순간마다 발견하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평생 사랑할 수 있다는 건, 상대방이 사건에 대처하는 방식을 볼 때마다 새삼 다시 사랑에 빠진다는 걸 거다.

"어, 이 사람이 이렇게 아기를 잘 돌볼 줄이야." "어, 이 사람이 수술실에 저렇게 의젓하게 들어가다니" 하면서...
서로를 실망 안 시키고.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그분"에 대한 사랑을 지속할 수 있는 건, 인생이 흘러갈수록 그분의 방법이 옳다고 계속계속 "믿게" 되기 때문이다. 자신이 믿던 종교를 버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 이유는 어느 순간, "그분"의 방법이 자신에게 크나큰 실망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이렇게 봤을 때, 사실 '이미 죽은 사람'을 사랑하기가 제일 쉽다. 그 사람과의 사이에선 더 이상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지 않고, 전적으로 나의 공상 속에서 상대방과의 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한 사람을 믿고, 사랑할 수는 있지만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는 알 수 없다.
그 일이 지나가고 두 사람의 마음이 여전하리라고 보장할 수 없다.
그 일이 지나간 후에 내가 바라보는 상대방이, 그 일이 있기 전의 상대방과 같으리라고 보장할 수 없다.
쉽사리 사랑에 빠지기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다.

예전에 이런저런 남의 연애사나 내 주위의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사람은 최소 "약 8개월"정도 지켜봐야 한다는 나름의 결론을 얻었다.
그런데 요즘 생각은 "8개월로도 안 된다"라는 거다.
계속계속 사건은 발생하고, 알아갈수록 깊어지는 인간관계도 물론 있지만
계속계속 사건이 일어날수록, 실망하는 인간관계도 많다.
(물론 나 역시 남들에게 그러고 있을테고...)

내가 앞으로 일어날 사건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을 알아가기가 쫌 두렵다.
사람에 정을 주기가 쫌 두렵다.
그 사람은 변하지 않지만
우리를 둘러싼 상황은 계속 변하니까.

아카데미 영화상에선 젊은 여배우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내의 여우주연상 수상 뒤에 부부관계가 삐걱이면서 '수상->이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생기곤 했다.
무명 배우 부부에서 출발했는데, 갑자기 한쪽만 각광을 받게 되면 다른 한쪽이 힘들어진다.
그 둘을 둘러싼 상황이 변한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어떤 대처 방식도 받아들이고, 어떤 사건도 함께 이겨낼 자신이 있다면,
그때 인간관계는 한단계 도약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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