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게스트하우스 비지터

   
친구 결혼식 덕분에 가게 된 제주도.
예전 같으면 혼자 가는 여행은 숙소비 부담이 컸겠지만 지금은 제주도에 도미토리 형식의 게스트하우스가 꽤나 많아져서 비용 부담은 줄었다.

나는 뭐 많이 걷는 것도 상관없고, 먹는 것도 맛없어도 그냥 끝까지 다 먹는 편인데, 잠자리에 가장 예민하다. 수백만원의 돈이 든 유럽 여행에서도 그날 묵는 숙소에 따라 그날 일정이 정해질 정도였다. (숙소가 좋은 날 - 그냥 호텔 안에 비교적 장시간 머무른다, 유스호스텔 도미토리 간 날 - 아침부터 튀어나가 밤늦게 돌아온다.)
유럽씩이나 가서 저녁에 호텔 안에서 티비를 보고 있다니.. 좀 웃기기도 :)
 
아무튼 숙소에 큰 신경 안 쓰려고 해도 신경이 쓰여서 결국 이틀 정도를 투자해서 제주도 여러 게스트하우스를 살펴보고 후기까지 찾아본 뒤, 몇몇 곳을 예약했다. 너무 가보고 싶은데 교통이 불편한 곳, 매력적인데 샤워실이 대중목욕탕 같은 곳...등등 뭔가 다들 한 가지씩이 아쉬웠다. 제주 도착 첫날은 북쪽 제주 해변 근처에 사는 친구와 만나야 해서 그냥 제주시에 머무르기로.

이곳저곳 도미토리를 알아보다가, 런던 도착 첫날 유스호스텔의 밤을 기억해냈다. 너무 피곤하고 쉬고 싶은데 계속 들어오는 사람들, 큰소리로 전화하는 사람.... 인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던 기억. 그래서 이번 제주행의 첫날은 싱글룸을 예약하기로 했다. 나머지 날들은 도미토리를 가더라도, 첫날은 적응기로 하기로.


싱글룸이 제법 저렴한 제주시 이도 1동 '비지터 게스트하우스'로 목적지가 정해졌다. 2013년 11월 30일에 오픈해, 아직 개점 1년이 되지 않은 곳이다. 방 사진이나 후기를 보니, 매트리스 하나가 전부인 방이고 욕실도 그 층에 있는 다른 싱글룸 투숙자와 공동 사용해야 하지만...
그래도 예전 내가 혼자 있고 싶을 땐 그렇게 벽으로 막힌 작은 방 하나라도 절실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덥석 예약(정가는 35,000원)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남은 방 여부를 확인해 예약할 수 있는 점이 가장 좋았다.
위메프...등을 이용해 아주 약간 더 저렴하게 묵을 수 있는데, 다른 게스트하우스는 전화 두어 번을 통해 예약을 해야 했는데 이 곳은 전화를 하지 않고도 빈 방을 확인하고 예약을 마칠 수 있어서 좋았다.
 
단 1만원, 2만원이라도 아껴보려는 뚜벅이 여행에서 첫날 과감히(?) 싱글룸을 예약했는데, 6인실이 좀 널널한 걸 보니 오히려 저 예약상태가 당일까지 유지된다면, 방이 훨씬 넓은 6인실이 더 편할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첫 날은 피곤할 일이 별로 없어, 새벽 늦게까지 잠이 안 올지도 모르는데 그냥 내맘대로 뒤척일 수 있는 1인실이 낫겠다고 맘을 다잡음.
각자 개성있는 이름과 다양한 컨셉트로 무장하고 있는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에서의 첫 숙박, 어떤 경험이 되려나?

 

역시 여행은 예측대로 안 됨 ㅎㅎ 비행기도 약간 늦게 도착하고, 이것저것 해결해야 할 일도 있어서 예상보다 1시간 늦게 이곳 "visitor"도착 ^^ 나홀로 작은 방에서 이따가 만날 친구를 기다리며 끄적끄적. 제주공항에서 500번(국제대.한라대) 시내버스를 타면 생각보다 금세 도착.



오기 전에 너무 많은 블로그를 염탐해서 이제는 너무 익숙한 이 방 (내가 갔을 때는 저렇게 매트리스만 있었지만, 최근에 보니 침대가 설치됨). 창문도 실내를 향하고 있고, 조금 작기는 하지만 타인에 신경쓰일 일이 없어서 좋다. 방마다 따로 무선인터넷도 있다. 혼자 짐끌고 낑낑대고 오다보니 무지 더웠는데 내맘대로 에어컨 온도도 조절하고^^ 삼다수도 한 병 주니깐 목도 축이고.


화장실을 다른 싱글룸 사용자와 같이 써야해서 열쇠로 열고 닫고 약간 불편하지만 그래도 내부는 깔끔한 편. 안그래도 얼마전 미용실에서 머리를 제대로 말리라고 혼나고도(?) 헤어 드라이어를 안 가지고 왔는데, 욕실 내부에 있어서 좋았다.




1층 입구에는 테이블과 의자 4개가 있는데 친구랑 앉아서 담소를 나누기 좋았다. 아침식사를 하는 공간도 정갈하면서도 밝은 분위기. 감자, 샐러드, 달걀 프라이, 토스트 등이 있는데 챙겨먹다보면 든든할 정도는 된다. (2015년부터 조식 무료 제공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른 게스트하우스들이 10시 체크아웃이 많은데, 이곳은 11시라 굼벵이들에게 그나마 여유있는 편. 다만 10시부터 스태프들이 청소를 시작해서 조용히 쉬기는 불가능했지만. 


게스트하우스를 나오면 갖가지 음식들이 쌓여있는 동문시장 바로 진입 가능.
아무튼,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차분하다. 대신 계단 옆의 방은 사람들이 오고 갈 때 약간의 소음이 있다.


* 장점
- 신축이라 깨끗하고, 기존 게스트하우스의 장단점을 비교 분석해서 지었는지 와이파이, 파워 아웃렛 등을 신경 써서 배치. 물 한 병 챙겨주는 것도 정수기보다 오히려 깨끗한 느낌(물론 정수기도 따로 있다)
- 비상용 손전등까지 방 안에 구비되어 있는 꼼꼼함.
- 탑동 해변, 동문 시장 등 도보로 금방 갈 수 있는 곳이 많다.
- 차를 가지고 와도 근처 주차장에 세우고 주차비를 제공받을 수 있다.


* 단점
- 제주 시내에 위치, 제주도에 온 기분이 크게 안 날 수도. 공항에서 가까운 편이라 여행의 출발지나 종착점이 되면 좋은 듯.
- 싱글룸의 화장실 공동 사용이 생각보다 더 불편. 화장실에서 씻은 다음에, 여러 사람 손이 닿은 공동 화장실 문고리를 내 손으로 만지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손을 씻은 이유가 사라진다고 생각) 이곳은 열쇠로 다시 잠그고 나와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열쇠와 문고리를 여러 차례 만져야 했다.ㅠ.ㅠ 큰 장점이 없는 싱글룸 가격을 조금만 더 인하하면, 오히려 예약이 늘지 않을까...?
- 회색빛이 도는 침구류나 수건 등은 인테리어에 통일성을 주지만, 사실 침구류는 자세히 살펴보면 얼룩이 약간 있고 수건도 나중에 더러워져도 티가 덜 날 듯. 특급호텔들일수록 왜 새하얀 침구와 수건을 쓰는지, 게스트하우스들 다녀보고 이해했음. 게스트하우스치고, 하얀 침구와 수건을 제공하는 곳은 별로 없다. 다들 진한 색채를 사용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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