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2009년 11월 이후로 만날 수 없는 우리 고양이 '탐'
나의 스리랑카 생활 후반부 1년의 정신상태를 든든하게 지켜준 우리 '똥강아지'
고양이를 왜 똥강아지라고 불렀는지는 나도 모르겠으나..... '식'씨 가문의 귀한 성을 이어받은 녀석이라, 식탐이, 탐이, 타미, tommy 가끔은 토미까지 여러 이름으로 불렀다. 요리 중인 가스렌지에도 들러붙어 보려고 하던 왕성한 식욕을 가진 녀석.

어떤 관계이든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있을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두 순간은...

2008년 9월생인 타미는 2009년 1월 우리집에 왔고 얼마간은 내 무릎 위에서 놀던 아기냥이였다. 나밖에 모르던 녀석이 7월부터 외출(가출?)을 감행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내 무릎 위에서 노는 일은 드물게 됐다. 

나와 타미의 마지막 11월, 귀국을 앞두고 안 가본 랑카 여행을 나서기 위해 같이 갈 친구들이 타고 오는 van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 큰 타미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차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느새 타미가 내 무릎 위에서 잠들었다.
다 큰 줄 알았던 녀석이 다시 나에게 의지해 편안히 잠들 때의 그 뭉클함,
깰 때까지 계속 재워주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차가 도착해 냥이를 내려놓고 길을 나설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 무지 행복했던 거 같다.


우리집은 원래 동물을 실내에서 키워본 적이 없어서, 나도 고양이를 갑자기 침실에 들여놓기는 어색했다. 타미가 어릴 때 침실 밖에서 아무리 울고 보채도 늘 거실에서 재웠는데, 타미가 외출냥이가 되자 내가 조바심이 나서 타미의 잠자리를 침실에 마련해주었다.
'낮에 어딜 싸돌아 다니든, 그래도 잠은 내 옆에서 자라구!'

그래도 침대 모기장 안으로는 절대 들어오지 못 하게 했는데... 그랬더니 타미는 침대 발치에 깔아놓은 천 위에서 잠들곤 했다. 타미는 그래도 꼬박꼬박 잠은 집에서 잤다 ㅎㅎ

11월 막바지.... 집 정리를 불과 일주일 남기고 침실의 전등이 나갔다.
투덜투덜 하면서 동네 슈퍼에서 아무 전구나 사다 끼웠는데 무척이나 어두웠다. 실제로 아래 사진에 나오는 정도의 밝기였는데, 며칠만이니 그냥 참기로 했다. 침대 옆 높은 곳의 그 전구를 갈기 위해 의자를 가져다놓고는 귀차니즘에 그 의자를 안 치우고 그냥 자려고 하는데 (곧 이사나가는데 다 귀찮다!)



타미가 스윽 의자 위로 올라왔다. 의자 위로 올라오면 침대 모기장 속 나랑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거리.
'너 나랑 가까이 있고 싶구나?'
이 느낌도 참 행복하고 소중했던 거 같다. 무심한 척 의자에 올라와 꾸벅꾸벅 졸던 녀석.
누군가가 내 옆에 좀 더 가까이 있으려 노력해준다는 게 얼마나 고맙던지.

곁에 있으려 해줘서 고마워.
제자 집에 널 맡기고 왔지만....아마 제대로 된 고양이 사료를 먹지 못해(스리랑카 학생에겐 너무 비싼 가격ㅜ.ㅜ) 오래 살진 못 했을 것 같아.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확신했는데...
마음대로 되는 일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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