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의 비극




나는 싸이월드를 2003년부터 했고,
싸이블로그를 2008년 정도부터 본격적으로 했다.

그동안 많은 부침을 겪다가 페이스북의 득세 이후 결국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싸이월드.
나는 그래도 익숙함과 그 '조용함' 때문에 끝까지 싸이월드를 지켰다.
분주하고 들썩이는 페이스북과 인스터그램에 지친 친구들이 한 두명 다시 싸이월드로 돌아오기도 했다.



2015년 10월,
싸이월드는 더 이상 '싸이월드'같아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그동안의 싸이월드의 특성을 모두 없애고, 현재 유행하는 social media의 특성을 따라가는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했다.

그 결과,
그나마 남아있던 사람들까지 모두 쫓아내고 말았다.
회심의 한 수를 던졌지만 아마 이제 진정한 회생 불가능의 길에 들어선 것 같다.
네이버, 다음에서의 검색 유입 없이는 '싸이월드' 혼자로서 우뚝 서는 게 불가능한데 개편 과정에서 이 검색어 유입마저 놓쳤다. 이것은 싸이월드 자체에 들어오는 사람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http://media.daum.net/digital/others/newsview?newsid=20151031044602835
"기존 블로거들은 URL 검색 노출이 안 되는 문제를 가장 크게 꼽고 있는데 해결됐나?
검색 노출 부분은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오죽 급했으면 그것도 똑바로 못 했을까 싶다. 현재 약 3000만 회원의 기록을 옮기고 있는데 어마어마한 양이다. 지금도 1000만명 정도의 기록을 옮겼을 뿐이다. 싸이월드에 남긴 기록이 없어지고 검색 노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서비스를 개편한 의미가 없어진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직원들이 오늘도 밤낮없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하고 있다.")




잘 생각해보니,
이 싸이월드의 비극은 '사람들이 나를 [왜] 좋아했는지 몰랐다'에서부터 시작한 것 같다.


사람들이 싸이월드를 좋아했던 특성들은 가뿐하게 폐기 처분하고, 그저 남들 따라가기에 급급했던 개편으로 결국 있던 사람을 다 쫓아내고 말았다. 다른 social media와 다르게 용도 별로 나뉘어져 있던 폴더, 오래된 글도 찾기 쉽던 전개 방식, 팝업 스타일....이런 특성을 모두 버린 싸이월드라니...누가 가고 싶어할까.

그리고 페이스북의 wall 방식... 친구들의 그닥 궁금하지 않는 소소한 일상까지 무방비로 마주쳐야 하는 그 방식이 싫은 사람도 있는데, 언제부턴가 싸이월드도 그렇게 남들의 모든 update가 다 들여다보이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수개월이 걸려서 예전의 폴더 특성을 회복했지만...
매일매일 일상을 공유하는 social media의 특성상, 며칠 사이에 공백을 못 견디고 모두 다른 곳을 찾아 떠났다. 많은 사람들이 like와 댓글이 많은 곳으로 미디어를 옮겨다니기 때문에 떠나간 사람들을 다시 붙잡기는 어렵다.



싸이월드만 그런 것도 아니다.
사실 상대방이 나를 [왜] 좋아하는지는 잘 모르거나 착각하기 쉽다.
그래서 다들 많은 실수를 한다.

나를 왜 좋아하는지 잘 몰랐다가 실수를 하면
그것은 싸이월드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도 비극이 될 수 있다.



잘 생각해보세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