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유명 테니스 선수와 결혼 후 각각 Kim Murray, Ester Berdych Satorova가 되었지만
이들이 약혼녀 킴 시어스, 에스테르 사토로바로서 등장했던 2015년 호주오픈 준결승전.
몇몇 언론들은 그녀들이 테니스 코트 응원석에서 끼고 나타난 억대 약혼반지에 더 주목했었다.
5캐럿을 전후해서 각각 3억 ~ 4억 원대로 추정된 이 반지의 주인공들.
처음에는 '와~ 웬만한 집 한 채 가치를 항상 휴대하고 다니면 어떤 기분일까? 약혼남들이 아무리 1년에 수백억 대를 벌고, 저 위치의 선수들에게 4억 정도의 돈은 일주일 만에 우승 상금으로 가져가는 돈이라지만, 꼭 저 정도 가치를 받아야 약혼이 성립되는 걸까?'라고 생각했다. 킴 시어스는 어릴 적부터 알던 사이였다고 하지만, 모델 직업의 다른 여자분은 남자의 '富와 명성'에 더 끌린 건 아니었을까 하는 괜한 의심도 되고.
나는 보석의 가치를 잘 몰라서, 사랑하는 사람이 주는 만 원 짜리 실반지도 감사히 받겠지만 (손 씻을 때, 요리할 때 항상 착용이 가능한 반지가 더욱 의미있을 듯해서)
윗 커플들의 경우를 상상해 보면.... 약혼남의 평생 소득도 아니고, 그가 1년에 10,000,000,000원을 버는데, 3,000,000원 짜리 약혼 반지를 내밀면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 것 같긴 하다. 외국에는 약혼 반지가 약혼남 연봉의 몇% 정도여야 한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고도 하고.
한편으로는 어떤 사람이 나에게 청혼하기 위해 3-4억의 돈을 쓴다면, 그 정도로 나를 생각한다면 그것에 감동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보석을 잘 모르고, 아직 거기에 압도되어 본 적도 없어서, 보석의 크기에 감동한다기보다 정말 '나에 대해 뭔가 지출할 때 돈을 아까워하지 않았다' 라는 그 사실 그 자체 때문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본 둘째 딸 입장을 생각해보면, 내가 우선 순위 1위이고, 나에 대해 돈을 아끼지 않는 누군가를 만난다면 정말 감동할 것 같다.
곰곰 생각해보면......
내게 쓰는 돈이 나에 대한 마음이었다.
최근에 화제가 되었던 응답하라 1988에서 언니와 남동생을 둔 둘째딸 혜리가 울분을 토로하는 장면의 대사는 이렇다.
"왜 맨날 나한테만 그래. 내가 만만해? 나만 아무렇게 해도 되는 사람이야? 왜 나는 달걀 후라이 안해줘? 그리고 왜 노을이만 월드콘 사줘. 통닭도 언니랑 노을이한테만 닭다리 주고. 나도 닭다리 잘먹는데"
이 장면을 보고, 첫째딸로 태어난 이는 혀를 끌끌 차며 '둘째가 뭐 힘들다고...첫째가 제일 힘들어" 이럴 수도 있고, 외동자식이면서도 이 장면에서 괜히 눈물이 날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상황에 따라, 정말 저 말 사이사이에 담긴 의미 때문에 마음이 아픈 사람이 있을 것이다.
결국 '내게 왜 마음을 안 줘?' 는 "내 생일 케익은 왜 없어? 달걀 후라이는? 월드콘은?" 으로 나타난다. "나에게는 왜 돈 안 써?"
사람들은 현금 선물을 받으면 숨길 수 없이 헤실헤실 웃는다. 그래, 당신이 그렇게 돈을 좋아하는만큼, 남들도 받으면 좋아한다는 것을 왜 모를까. 그리고, 그렇게 당신이 돈으로 그렇게 뿌듯해질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 역시 그렇게 돈 때문에 행복해하면서 자기에게 더 큰 돈을 주는 사람에게 신경을 더 쓸 수 밖에 없다는 걸 모를까.
'마음은 그게 아니었지만 형편이 안 되어서....'라고 하지만, 결국에는 늘 먼저 포기하는 쪽과 늘 배제되어야 하는 대상이 있다. 우선 순위에 밀려서 나에게는 돈을 아낄 수 밖에 없는 상황. 아무리 부인해도 결국은 그만큼이 딱 나에 대한 마음이었다. 나에게 돈을 조금 쓴다는 건 나에게 마음이 조금 있다는 뜻이다. 그걸 알고 결국 인정할 수 밖에 없고, '그땐 그게 최선이었어'라고 씨익 웃으며 스스로 극복할 수 밖에 없을 때, 그건 사실 그 존재에 영원히 남는 슬픔이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정부의 출산 장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 자식에게 돈을 아낄 수 밖에 없어서, 혹은 두 명 이상 낳으면 언젠가는 어느 한 명에게는 돈을 아껴야 하는 순간이 와서... 마음 아파질 게 뻔한데, 그게 뻔히 보이는데 애를 자꾸 낳으라니....
최근에 정말 오랜만에 만난 손윗사람이 여기저기에서 나에게 돈을 많이 쓴 일이 있었다. 언젠가는 갚아야한다는 생각에, 사실 늘 얻어먹고 그러는 게 기분좋은 일은 아니지만 그때만큼은 기분이 좋았다. 내가 기분이 좋았던 이유는 맛있는 것을 먹어서, 편하게 여기저기에 가봐서가 아니었다. 그 사람이 나에 대한 지출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는 게 기분이 좋았다. 기꺼이 하는 게 느껴져서 좋았다. 이 느낌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돈의 크기가 아니라 정말 그 마음 말이다. 어린 학생이 왕방울이 달린 촌스러운 목걸이를 나에게 선물하더라도 그의 가처분 소득 중에 이것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기에, 기꺼이 했다는 것을 알기에 더 감동하는 것과 같다.
돈이 뭐가 중요하냐? 사람 마음이 중요하지..라고 쉽게 말한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그 돈이 마음이기도 했다.
드라마에서 많이 나오는 '돈만 주고 마음은 안 주는 재벌 부모' 이런 거 상상하지 말고, 그냥 보편적인 경우 말이다.
내게 쓰는 돈이 나에 대한 마음이었다.
최근에 화제가 되었던 응답하라 1988에서 언니와 남동생을 둔 둘째딸 혜리가 울분을 토로하는 장면의 대사는 이렇다.
"왜 맨날 나한테만 그래. 내가 만만해? 나만 아무렇게 해도 되는 사람이야? 왜 나는 달걀 후라이 안해줘? 그리고 왜 노을이만 월드콘 사줘. 통닭도 언니랑 노을이한테만 닭다리 주고. 나도 닭다리 잘먹는데"
이 장면을 보고, 첫째딸로 태어난 이는 혀를 끌끌 차며 '둘째가 뭐 힘들다고...첫째가 제일 힘들어" 이럴 수도 있고, 외동자식이면서도 이 장면에서 괜히 눈물이 날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상황에 따라, 정말 저 말 사이사이에 담긴 의미 때문에 마음이 아픈 사람이 있을 것이다.
결국 '내게 왜 마음을 안 줘?' 는 "내 생일 케익은 왜 없어? 달걀 후라이는? 월드콘은?" 으로 나타난다. "나에게는 왜 돈 안 써?"
사람들은 현금 선물을 받으면 숨길 수 없이 헤실헤실 웃는다. 그래, 당신이 그렇게 돈을 좋아하는만큼, 남들도 받으면 좋아한다는 것을 왜 모를까. 그리고, 그렇게 당신이 돈으로 그렇게 뿌듯해질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 역시 그렇게 돈 때문에 행복해하면서 자기에게 더 큰 돈을 주는 사람에게 신경을 더 쓸 수 밖에 없다는 걸 모를까.
'마음은 그게 아니었지만 형편이 안 되어서....'라고 하지만, 결국에는 늘 먼저 포기하는 쪽과 늘 배제되어야 하는 대상이 있다. 우선 순위에 밀려서 나에게는 돈을 아낄 수 밖에 없는 상황. 아무리 부인해도 결국은 그만큼이 딱 나에 대한 마음이었다. 나에게 돈을 조금 쓴다는 건 나에게 마음이 조금 있다는 뜻이다. 그걸 알고 결국 인정할 수 밖에 없고, '그땐 그게 최선이었어'라고 씨익 웃으며 스스로 극복할 수 밖에 없을 때, 그건 사실 그 존재에 영원히 남는 슬픔이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정부의 출산 장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 자식에게 돈을 아낄 수 밖에 없어서, 혹은 두 명 이상 낳으면 언젠가는 어느 한 명에게는 돈을 아껴야 하는 순간이 와서... 마음 아파질 게 뻔한데, 그게 뻔히 보이는데 애를 자꾸 낳으라니....
최근에 정말 오랜만에 만난 손윗사람이 여기저기에서 나에게 돈을 많이 쓴 일이 있었다. 언젠가는 갚아야한다는 생각에, 사실 늘 얻어먹고 그러는 게 기분좋은 일은 아니지만 그때만큼은 기분이 좋았다. 내가 기분이 좋았던 이유는 맛있는 것을 먹어서, 편하게 여기저기에 가봐서가 아니었다. 그 사람이 나에 대한 지출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는 게 기분이 좋았다. 기꺼이 하는 게 느껴져서 좋았다. 이 느낌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돈의 크기가 아니라 정말 그 마음 말이다. 어린 학생이 왕방울이 달린 촌스러운 목걸이를 나에게 선물하더라도 그의 가처분 소득 중에 이것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기에, 기꺼이 했다는 것을 알기에 더 감동하는 것과 같다.
돈이 뭐가 중요하냐? 사람 마음이 중요하지..라고 쉽게 말한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그 돈이 마음이기도 했다.
드라마에서 많이 나오는 '돈만 주고 마음은 안 주는 재벌 부모' 이런 거 상상하지 말고, 그냥 보편적인 경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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