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이기고 돌아온 '옛 나달'






어느 7월,
32-33도를 오르내리던 구미의 테니스장에 관람을 갔다가
이런 날씨에는 관중석에 앉아있기도 힘들다는 걸 알게 됐다.
물에 적신 수건을 목 뒤에 두르고 관중석에 잠시 앉아 있다가, 이내 못 견디고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로 돌아오곤 했었다.


---

화끈하게 낮 12시부터 33도로 달아오른 2016년 3월의 인디언 웰스.
나달과 니시코리의 8강전이 열렸다.
이런 기온에는 관중석에 앉아 있기도 힘든데, 공을 쫓아 뛰어다니는 건 어떤 느낌일까. 





나달과 니시코리의 상대 전적은 7:1이지만
2014년 호주오픈에서 7-6, 7-5, 7-6의 간담 서늘한 경기를 한 뒤로는 스트로크에서 절대로 니시코리가 밀리지 않는 상태이고, 마침내 2015년 캐나다 마스터스 8강전에서 니시코리가 6-2, 6-4로 손쉽게 對나달 첫 승리를 거둔 뒤, 처음으로 다시 만나는 경기다.

현재 나달은 랭킹 5위, 니시코리는 6위이지만
최근의 실력은 니시코리가 살짝 우위가 아닌가 싶어서 보기가 걱정스러웠다.

하루 전 16강전에서 18세 신예 즈베레프를 만나서 매치 포인트까지 몰렸다가 대역전극을 펼치고 올라온 나달은 자신감을 회복한 듯 경기를 잘 주도해나갔고, 니시코리는 더위에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상과는 다르게 1시간 반만에 나달이 6-4, 6-3으로 승리.
아무리 니시코리가 더위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지만, 정말 나달의 이런 시원시원한 경기는 오랜만에 본다. 그리고 라인 안에 똑 떨어지는 다운더라인도 정말 오랜만에 본다. 백핸드 에러가 적었던 것도 좋았다.


경기 스코어는 간단해 보이지만 서로 브레이크가 여러 번 나왔다. 최근 1-2년간 나달이 절절 매는 경기를 많이 봐서..... 브레이크를 당하더라도 곧바로 자신도 브레이크를 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나달의 모습은 생소하기까지 했다. ㅠ.ㅠ 대체 얼마만에 보는 경기력인지...2015년 이후 top 10 이내의 선수를 꺾은 것은 정말 손가락에 (아마도 한 손가락?) 꼽는데... 랭킹 6위를 상대로 이 정도 해낸 것은 진짜 얼마만인지...
사실, '어째 지금 랭킹 5위를 하고 있는 건지??'..하는 신기한 경기력을 보여줄 때도 많았었는데...






간만에 밝은 모습.
16강전에서 신예의 패기에 질질 끌려가지 않고, 마침내 극복해낸 것이
자신감을 되찾는데 큰 역할을 한 듯 하다.


작년 8월 이후로 우승 기록이 없는 나달;;;;
워낙 어릴 때부터 잘 해서 데뷔 초기 승률 깎아먹는 시기가 없어서 [커리어 승률]만큼은 최고 기록으로 남기고 은퇴할 줄 알았는데,  2015년부터 승률을 집중적으로 깎아먹기 시작해서 이젠 승률도 조코비치한테 밀리는 구나....


4강전 상대는 더 어려운 상대가 기다리고 있다.
예전에도 4강전에서 좋은 모습 보이고 결승전에서 완전 망하는 바람에
이런 성급한 포스팅하기도 좀 그렇지만...
그래도 간만에 새벽 4시에 일어나 지켜 본 경기가 기분 좋게 끝나서 한 번 써본다.



 BY JON WERTHEIM (si.com)이 남긴 말.... 

"Speaking of, I am impressed by Nadal. His tennis has been a mix of terrific and tentative. Sometimes he looks like the Mt. Rushmore player he is; other times he looks like the guy who’s retreated (literally and figuratively) from the top. But he’s walking around with smile, speaking openly, and not looking like a guy who’s plotting an exit strategy."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