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 살았니?




2016년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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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에 태어났느냐에 따라서
동시대를 살아도 삶의 양상이 참 다르다.

난 한국에서 태어났고,
당시에는 못 사는 나라 축에 들었던 중국, 스리랑카에서도 얼마간 살아봤고
앞으로도 장기간 동안 초일류 강대국으로 군림할 것으로 보이는 미국...... 그리고 영국, 프랑스 등에는 잠시 다녀와 봤고.

내가 어느 나라에 태어나 자랐느냐에 따라서 삶의 양상이 얼마나 다른지.


서울에서 살다가 스리랑카 콜롬보에 갔을 때는 교통 카드가 없는 것이 참 불편했다.
스리랑카 시내 버스는 모두 차장이 탑승해서 거리별로 요금을 걷는다. 우리의 옛 모습과도 같다.
내가 가고자 하는 정류장 이름을 현지어로 항상 제대로 발음해야 하는 것도 어려웠고, 항상 알맞는 잔돈을 준비해야 했고..... '띡' '띡; 한국에서는 한 번의 터치로 끝나는 일인데 뭐이리 귀찮은 게 많은가.
'으아...교통카드 사업을 들여와서 대박을 쳐볼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삶이 참 단순해서 좋다는 생각을 했다.
스리랑카에 살면서... 마이클 잭슨이 죽은 것도 며칠 뒤에 알았고, 한국에 아이폰 첫 출시 날짜에 우연히 맞춰서 휴가를 가지 않았더라면 이 세상에 스마트폰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도 반년쯤 더 늦게 알았을 것 같다. 한국도 출시가 빠른 편이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하나도 안달이 나거나 불행해하지 않았다. 쉴새없이 모든 미디어에 노출이 되어있고, 남들이 가진 걸 못 가지면 위축되는 삶.... 스리랑카에선 그럴 필요가 없었다. 맛있는 것 먹고, 내 고양이와 즐기고, 내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치고...가끔 여행하고, 그것이면 족했던 삶. 교통 카드가 없는 것은 불편하기도 했지만 작은 추억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 http://mori-masa.blogspot.kr/2015/10/blog-post_91.html





십 년 전에 미국에 갔을 때, 잡화점이랄까....문구점이랄까...그런 곳에 우연히 들어갔다.
미국에 가면 유난히 많은 카드. 축하 카드, 위로 카드, 감사 카드....이것저것 디자인을 둘러보다가 생일 축하 카드 섹션에 20세 생일용, 30세 생일용, 40세 생일용, 삼촌 생일용, 숙모 생일용이 있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 미국에 사는 사람들은 이 카드 종류의 수 만큼 다양한 기회를 가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우리나라에 살면 그냥 생일 축하 카드만 있는 줄 알고 살텐데, 한 걸음 벗어나보면 이렇게 다양한 세계가 있구나 하는 생각. 나도 거기서 아빠 엄마의 '30번째' 결혼기념일을 축하하는 카드를 골라서 사왔었다.




최근에 누군가 게시판에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기내에서 와이파이 되나요? 라는 질문을 올렸는데 댓글이 우수수 달렸다. '폰 꺼야 되지 않나요?' '폰에 비행기 모드가 그냥 있는 게 아닙니다.'   ' 인터넷은 기내에서 못 씁니다.'  ' 등등의 답변.
심지어 대한항공 승무원인 친구에게 기내에서 내가 와이파이 사용한 이야기를 했더니 그 친구가 눈이 똥그래지며 "기내에서는 와이파이 안돼~" 라고 한 적도 있었다.

인터넷 문화에서는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나라인 한국에서 상당수의 사람들이 기내 와이파이가 불가하다고 생각하는 게 신기했다.
장거리 국제선 최첨단 기재가 아니라 이미 미국 국내선 낡은 비행기에까지도 보편화되어 있는 게 와이파이인데... 물론 몇몇은 이미 사용 경험이 있으니 '외항사는 설치한 곳이 많지만 한국은 아직 아닙니다.'라는 답변한 사람도 있었다.



아래 사진을 보면 특히 AA의 경우, 기내 접속시 현재의 나의 비행에 남은 시간까지 표시 된다.










나도 물론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기는 하지만
어떤 나라에 살고 있느냐에 따라서 알고 있는 일,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차이가 엄청 크다는 걸 새삼 실감하는 순간. 아직도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 격차는 크구나 하는 생각.
어떤 나라에서 당연한 일이 어떤 나라에서는 의외의 일로.
난 우연히 어떤 나라에 태어났을 뿐인데, 그 이유로 상당히 다른 질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구나.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에서 기인하는 격차는 좀 억울함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가진 아이디어가 더 많고 훌륭한데 영어 구사력이 딸려서 제대로 인정받을 수가 없다며 힘들어하던....20대 중반 이후 미국에 건너가서 박사 학위를 받은 친구처럼 말이다.

하지만 어쩌겠어....
세계 인구 70억이 다 그렇게 선택하지 않은 나라에서 '일단' 태어나 살아가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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